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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의혹 사건과 관련,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던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11일 밤 구속되고 있다.
유전의혹 사건과 관련,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던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11일 밤 구속되고 있다. ⓒ 연합뉴스 성연재
'청와대 보고도 지시', '산자부에도 제안', '이광재 의원과 4, 5차례 만남'

지난 11일 밤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의 영장신청서에 담긴 충격적인 내용들이다. 본인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대로라면 그는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 사업의 진두지휘는 물론 정치권과의 다리 역할을 했던 것이 분명하다.

청와대, 산자부, 정치권 등 산재해 있던 조각들이 하나로 맞춰지는 분위기다. 다시 말해 김 전 차관의 구속으로 유전의혹 사건은 단순 사기에서 권력형 비리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날 낮 검찰 관계자가 "김 전 차관이 철도청에서 정치권의 외압으로 넘어가는 연결고리"라며 "김세호는 검찰이 넘어야 할 산"이라고 발언했던 것이 이해가 되는 대목.

현재 검찰 주변에서는 과연 김 전 차관이 실세였는지 아니면 또 다른 배후가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유전의혹이 ▲지난해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 과정에서 이광재 의원 등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1. 청와대, 정말 몰랐을까? 검찰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김 전차관은 유전사업에 전 과정에서 사령탑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해 7월 말 왕영용 전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에게 "유전사업은 (철도청 산하) 철도교통 진흥재단의 사업목적에 들어가지 않으므로 정관을 변경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유전의혹' 관련 사법처리 현황

 

감사원 수사의뢰 대상자

사법

처리

혐의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

구속

특경가법상 배임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

구속

특경가법상 배임

왕영용

전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

구속

특경가법상 배임 및

사문서 위조

박상조

전 철도 교통진흥재단 카드사업본부장

구속

특경가법상 배임 및

사문서 위조

전대월

하이앤드 대표

구속

특경가법상 배임 및

주금가장납입

허문석

코리아

크루드오일 대표

해외

도피

특경가법상 배임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왕 본부장은 다음달 4일 재단 이사회를 열어 '철도 원자재의 원활한 수급을 위한 원자재 해외개발 및 조달사업의 지원'을 추가했다. 유전사업에 참여할 길을 열어 놓은 것.

이후 8월 31일 왕 전 본부장으로 하여금 청와대의 김경식 행정관에게 유전사업을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왕 전 본부장이 김 행정관을 당시 만났다는 사실은 검찰과 청와대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김 행정관은 윗선까지 보고하지 않고 폐기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검찰은 어떤 방식으로든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청와대의 연계 단서가 잡히지는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오전 브리핑에서 "청와대 윗선에 대한 조사는 언젠가는 해야 하지만 명확한 단서나 증거가 확보가 돼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어떤 역할? 김 전 차관은 지난해 9월 3일 철도청장에서 건교부 차관으로 옮겨갔다. 검찰에 따르면 이후 철도청장이 된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으로부터 사업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았다. 이와 함께 왕 전 본부장으로부터 대면보고 또는 팩스·전화 등의 방법으로 내용을 전해들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은 9월 중순 이희범 산자부 장관을 직접 만나 러시아 페트로사와의 유전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에서는 이전까지 이 장관이 신 전 사장을 만난 것으로 보도해왔다. 이 장관은 언론을 통해 신 전 사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날 구속영장에는 김 전 차관이 직접 이 장관을 만난 것으로 돼있다.

때문에 검찰은 조만간 이 장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 장관이 유전사업 관련해서 김 전 차관을 만났는지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

검찰은 "이 장관에 대한 조사는 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당분간 소환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해외에 나갔다 오늘 귀국한다.

#3. 다시 손에 잡히는 이광재 의원 김 전 차관은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과의 만남을 인정했다. 구속영장에는 "4회에서 5회 정도 만났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유전사업에 대한 일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도 11일 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세호씨와 4차례 정도 만났지만 단독으로 만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그러나 여러 사람이 함께 만났는 데다 시간도 2시간 이내였기 때문에 유전사업 얘기는 전혀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에서도 전날까지 이 의원에 대한 단서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지난해 총선 선거 참모였던 지모씨가 유전의혹의 핵심관련자로 구속돼 있는 전대월 하이앤드 대표로부터 8천만원을 받았다는 것 이외에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김 전 차관을 이 의원이 직접 만났다는 것은 어떻게든 이 의원에게 다시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이 의원을 소환할 계획이다.

#4. 우리은행 대출은 적법하게 이뤄졌나? 김 전 차관의 구속영장에는 그가 왕 전 본부장 등과 함께 지난해 7월 우리은행 임원을 만나 유전사업을 위한 조속한 대출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재까지 여러 차례 우리은행 실무급 관계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를 벌여왔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대출 과정에서 내규를 어겼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외부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분간 외압관련 수사는 겉으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며 "그러나 오리가 겉으로는 움직이지 않지만 발은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우리도 명확한 수사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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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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