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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입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여전히 시골집을 나설 때면 '꼭' 전화하라고 하십니다.
시골집입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여전히 시골집을 나설 때면 '꼭' 전화하라고 하십니다. ⓒ 장희용

그 당시 사건은 이렇습니다.

시골집에 갔다가 올 때쯤이면 저희 부모님들은 집에 가면 전화하라고 하십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을 말씀하시면서 '꼭' 전화하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 말씀을 거역한 적이 없는데, 언젠가는 그만 전화하는 것을 깜빡했던 겁니다. 시골집에서 가져 온 물건 중에 처갓집에 가져다 줄 것이 있어 곧바로 처갓집으로 갔고, 어쩌다 보니 그만 전화하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때마침 휴대폰도 차에 놓고 말이죠.

저녁을 먹으려고 하는데 전화벨이 울리더라구요. 순간 저와 아내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직감적으로 '아차! 전화 안했구나!'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장인어른이 얼마간 통화를 하시는 동안 왠지 불안했습니다. 혼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죠.

제가 수화기를 들자마자 몹시도 화가 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니 놈들이 정신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아버지, 엄마 생으로 말려 죽일래. 우째 그려, 니들은 엄마, 아버지 생각도 안 허냐 이놈들아…."

아버지가 무슨 말인가 계속 하시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수화기를 가로채시더니,

"지금 택시 불러서 군산 갈려고 그랬다. 니들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택시라도 타고 가 볼려고 그랬다고. 전화를 해야 될 것 아녀 전화를….지금 니 아버지하고 엄마하고 반은 정신 나갔어 이 놈아… 밥 먹는다고, 지금 니들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디 이 썩을 놈들아!"

어머니는 울먹이시면서 생전에 하지 않던 욕까지 하시면서 저를 호되게 나무라셨습니다.

그런데요, 불효막심하게도 어머니가 계속해서 뭐라고 하자 저도 모르게 그만 벌컥 화를 냈습니다.

"알았어, 알았다구! 내가 일부러 안했나. 깜빡 잊어버린 걸 어떡해. 다른 때는 전화 했잖아. 깜빡 했으니까 그만해 좀. 그리고 내가 어린앤가, 어련히 알아서 잘 왔을라고 뭘 그렇게 걱정하고 그래!"

어머니는 "저녁 먹어라" 하며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에도 사실 저는 부모님의 자식 걱정이 어떤 것인지를 가슴으로 느끼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딸아이가 소풍 간 오늘, 혹여라도 비 맞을까 안절부절 걱정하는 제 마음에서 부모님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가슴에 담아 봅니다.

앗! 천둥이 치네요. 조금만, 조금만 참아라 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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