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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시설보호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
군사시설보호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 ⓒ 한성희
토론회가 끝나고 참석 주민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국방부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유경빈 대령에게 질문이 집중됐고 수십 년 간 군사시설 보호법에 눌려온 군사시설보호법 해당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 것.

철원에서 왔다는 한금선씨는 "90년대 초에 6사단이 관할했을 시엔 15층 건물 짓는 것을 허가했으나 2000년 초에 8사단이 오자 5층으로 제한됐다"며 "지휘관에 의해 되고 안 되고가 결정되는 현실"이라고 불만을 말했다.

연천의 한 주민은 "탄약고나 동네에 유탄이 날아드는 사격장을 지을 때는 언제 주민의 의견을 물어보고 지었냐"고 묻고 "그러면서 화장실 하나 못 짓게 하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2억, 4억 받는 조건부동의가 국가안보랑 무슨 상관이냐"

파주시 윤모씨는 복사해온 신문기사를 흔들면서 "이해가 안 가서 신문기사를 카피해 왔다"며 "군부대 동의가 나지 않다가 2억짜리 건물을 희사해준다는 조건부 동의가 났고, 또 다른 경우는 4억짜리 건물을 지어 희사한다는 조건부동의가 결정됐다. 2억, 4억짜리 건물을 받는 것이 국가안보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그나마 돈 있는 행정관청은 돈을 주고라도 동의를 받지만 돈 없는 서민들은 군 동의도 못 받는 현실에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토론회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말하자 참석자의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유경빈 대령
유경빈 대령 ⓒ 한성희
유경빈 대령은 주민들의 불만이 나올 때마다 곤혹스런 표정으로 "군사적 대치 변함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불필요한 규제 개선은 필요하고 보호구역의 전반적 타당성에 대해 재검토 중"이라는 의례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군사시설보호법 폐지해야"

한나라당 이재창 국회의원이 개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황진하(한나라당 제2조정위원장) 의원의 사회로, 소성규(대진대학교 법학과) 교수, 강한구(한국국방연구원 시설환경연구실장) 박사, 박세환(국회 국방위원) 의원, 박영만(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 이문원(국토연구원 국토계획환경연구실 책임연구원) 박사, 유경빈(합참 군사시설보호과장) 대령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재창 의원은 "안보환경의 변화와 국가발전에도 불구하고 군사시설보호법은 수십 년 간 바뀌지 않아 국방목적의 원활한 수행과 주민들의 생활권 및 재산권 보장 등의 차원에서 이 제도는 검토 완화돼야 한다"고 토론회의 개최배경을 밝혔다.

소성규 교수는 '군사시설보호법의 개정방향'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 "30년 전(1972)에 제정된 군사보호법은 보병 위주 전투방식에 의거, 시대에 뒤떨어진 법"이라며 "국가안보 이유 하나로 소유자 동의 없이 막대한 재산권 피해를 주고 있어 법학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고 지적했다.

소 교수는 "군이 주체가 아닌 행정기관이 주체가 돼 (군사시설을 위해) 필요하다면 행정기관의 협의를 거치는 방법으로 입법취지를 전환하고,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축소해야 하며 군사시설보호구역심의위원회의 공정성과 군부대의 협의기간 준수를 의무화, 처리기간 내 통보하지 않을 경우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안 및 재산권보장 규정 내지는 보상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 소 교수는 "(군사시설보호법이) 5차례에 걸쳐 개정됐지만 거의가 행정관청과 협의 사항이고 개인의 재산권 권리 문제는 거의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은 "군사시설보호법은 없어져야할 법"이라고 못을 박고 "옛날 전쟁 육박전에서나 쓰일 진지 때문에 농민 축사도 못 짓게 하는 실정이며 보병전술의 중요성이 눈에 보이게 떨어진 현대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준비해야 하는 것을 주민들은 납득하지 못 한다"고 폐지론을 주장해 참석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문원 박사는 "군과 행정의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관할부대장과 지역의 행정장의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보호구역 심의시 지역주민이나 행정관서의 진술이 보장돼야 하고 전문가의 의견과 주민의견을 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군사시설구역을 축소하고 군사시설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국방부 유경빈 대령은 "국가안전보장에 기여하는 목적으로 입법됐다"는 전제로 현재 개선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국방부만 아니라 지방세법과 다른 법에서도 보상이 상식이라는 의견을 폈다.

군사시설보호법은 1950년 해군기지법을 시작으로 1961년 군용전기통신법, 1963년 방어해면법, 1970년 군용항공기지법이 제정되었으나 1973년 제정된 군사시설보호법이 육해공군의 구분없이 군사시설 일반 및 그 보호를 규정해 상위법적 성격을 띠고 있다.

현재 군사시설보호구역은 전 국토의 6.8%이며 이중 87%가 경기와 강원도에 집중 돼 있다. 강원도가 총 군사시설보호구역의 47%(도 면적대비 18.9%), 경기도가 39.9%(도 면적대비 23.9%)이고, 인천직할시는 9.6%(시 면적대비 54.5%)에 이른다.

이 중 51%에 해당되는 경기북부지역에서 연천이 98%, 파주시는 96.8%가 보호구역으로 묶여있으며 강원 철원은 100% 해당지역이다.

국회 방송에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는 참자가들의 강력한 요구로 예정시간을 훨씬 넘기면서 계속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질문할 기회를 얻지 못해 고함을 지르는 광경도 보였다.

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의사를 말할 수 있게)설문지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둬야 한다"는 불만이 높아 군의 의식개혁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쓴 소리가 계속됐다. "이 법이야말로 군대를 거대공룡으로 만들고 군사비리를 키우는 악법"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토론회를 개최한 이재창 의원은 토론회 결과를 합리적인 군사시설보호법으로 개정하는 데 적극 반영해 오는 6월 국회에 개정안을 마련,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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