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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서울에서 하는 모터쇼를 가봤는데 그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는 아직 디지털 카메라가 이렇게 많이 보급되어 있지도 않았고 컴패니언 걸에 대한 인기도 그다지 높지 않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뀐 것을 알았습니다.
차 앞에 누가 서 있느냐에 따라 사람이 몰립니다. 차도 중요하지만 여자의 미모가 더 중요합니다. 예쁘고 사진을 찍을 때 포즈를 잘 취해주는 여자가 서 있으면 그곳에서는 차를 구경할 시간도 없습니다. 모두들 그 여자 분과 사진을 찍기 위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서 있을 뿐입니다.
멀리서 컴패니언 걸과 차를 함께 찍으려고 해도 여자인 저에게는 별로 시선을 주지 않습니다. 사실 많은 남자들이 목 빼고 기다리는데 여자인 제가 사진 찍으려고 하는 게 어떤 곳에서는 약간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또 왜 남자 모델은 없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아직도 남자들이 차를 사는데 더 주도적이긴 하지만 강한 이미지의 SUV차량이나 멋진 스포츠카에 멋진 남자 모델이 서 있다면 왠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제 눈에 띈 남자 모델은 단 한 명이었습니다. 그나마 눈에 띄지 않았다면 있는지조차 모를 뻔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차 닦는 아르바이트생인 줄 알았으니까요.
이렇게 몇 시간을 돌아다니다 보면 기운이 빠집니다.
‘도대체 무얼 보러 온 건가?’
‘내가 차에 대해 얻은 정보는 무엇인가?’
사실 이번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차의 보닛 한 번 열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차 안에서 제가 담당하는 부분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확인한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습니다.
왠지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듯한 모터쇼. 차를 소개하기 위한 자리인지 컴패니언 걸을 소개하기 위한 자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우스운 행사가 돼버린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차가 중심에 선 모터쇼를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