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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수박연구회 회원의 시설재배농장에서
논산수박연구회 회원의 시설재배농장에서 ⓒ 윤형권
충남 논산에서 수박농사를 제대로 지으려면 이 모임에 가입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이 모임에 가입하면 수박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모임은 1999년 창립해서 2005년 현재 회원이 90명이다. 이 모임 회원들의 수박재배면적은 100㏊로서 논산지역 전체 수박재배면적의 20%를 차지하며 년 간 매출액은 40억이다. 이 모임 회원들이 생산한 수박은 일반인들에 비해 더 높은 값을 받는다.

이 모임은 매월 모임을 갖는데 회원들의 참석률이 90% 이상이다.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월례회를 2회 이상 불참하면 제명한다. 또 이 모임의 회원이 친환경농법을 어겨 불량수박을 생산할 경우 즉시 제명당한다. 이런저런 사유로 제명당한 사람도 꽤나 된다. 이렇게 엄격한 운영규칙을 적용해도 논산지역에서 수박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 모임을 선망의 대상으로 여긴다.

이 모임은 2004년 제10회 세계농업기술인상(농촌진흥청 주관 세계일보 주최) 협동영농부문 대상을 수상한바 있으며, 2003년에는 물류표준화단체로 선정되어 농림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모임은 2005년 5월 현재 적립된 기금이 1억원이고 회원가입비가 100만원이나 된다.

논산수박연구회 월례회 2005. 5. 3
논산수박연구회 월례회 2005. 5. 3 ⓒ 윤형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논산수박연구회 창립배경

이 모임의 이름은 ‘논산수박연구회’다. 논산수박연구회 김자겸(47세, 논산시 성동면) 회장에 의하면 “혼자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한꺼번에 수확하는 특수성 때문에 유통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 수박농가들이 뭉치게 되었다”는 게 논산수박연구회 창립배경이다.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시설재배 수박농사는 연간 3기작이 가능하다. 수박은 딸기와는 달리 무게 5~7㎏, 당도 12도 정도가 되면 일시에 수확을 한다. 수박의 이런 특성 때문에 농가들이 유통과정에서 제값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

논산수박연구회가 국내최고의 수박연구회가 되기까지는 논산농업기술센타(소장 문교형)의 김종원(36세, 수박전문지도사)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씨는 “수박농사의 기술적인 것만 지도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회를 조직하게 되었다고 했다. 김씨는 “유통과정에서 중간도매상들의 횡포를 막는 것, 농업개방에 대한 대비,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안정적인 물량공급을 하기 위해 100여 농가 규모의 모임이 필요했다”고 한다.

논산수박연구회 장학(62세) 씨
논산수박연구회 장학(62세) 씨 ⓒ 윤형권

논산수박연구회 특성 첫 번째 - 공동정산제

논산수박연구회의 가장 큰 특징은 공동정산제와 공동선별, 규격출하를 한다는 것이다. 공동정산제는 경매시장에서 매일 변동되는 가격을 3일간 평균단가를 산출해 농가들에게 정산해주는 독특한 방법이다. 예를 들면 경매시장에서 K씨가 5㎏ 짜리 수박을 500통을 출하하여 1통에 1만원을 받고, P씨는 7㎏짜리 500통을 출하하여 1만2천원을 받을 수 있다면 논산수박연구회 회원인 K씨와 P씨는 각각 공동정산제에 의해 1만1천원을 받게 된다.

이런 공동정산제에 대해 시행초기에는 인식부족으로 반발하는 회원들이 많았으나 공동브랜드, 규격출하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시해야 했다. 일단 공동정산제를 실시하고 1기작을 끝내자 반대했던 회원들이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1기작의 농사를 잘 짓는다고 다음 2기작 때도 잘 짓는다는 보장이 없는 게 수박농사의 특징이다. 회원들 간에 충분한 이해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을 논산수박연구회는 해낸 것이다.

논산수박연구회 창립의 주인공 김종원 씨. 논산농업기술센타
논산수박연구회 창립의 주인공 김종원 씨. 논산농업기술센타 ⓒ 윤형권
논산수박연구회 특성 두 번째 - 공동선별 규격출하

논산수박연구회의 또 하나의 특징이 공동선별 규격출하방식이다. 회원은 농사를 잘 짓기만 하면 된다. 수박을 따서 경매시장까지 운반하는 작업은 연구회에서 위탁한 용역업체에서 한다. 비닐하우스 1개동에 보통 350~500개의 수박을 수확한다. 연구회의 운영위원과 출하부장이 당도, 무게, 수확시기 등이 결정해서 출하판정이 내려져야 수확을 한다. 주인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수확을 못한다. 공동선별, 공동출하방식은 매일매일 변동하는 가격과 출하물량을 조절할 수 있는 좋은 방식이다.

비닐하우스 1개동을 수확해서 경매시장으로 보내는데 드는 비용은 수확작업비가 7만원, 1톤 용달차량에 실어 운반까지 하는데 7만원, 무게를 달아서 선별하고 큰 상자(가로 1.1m 세로 1.1m 높이 1.1m)에 담는 작업이 7만원이 든다. 이 비용은 공동정산에 의해 연구회에서 일괄적으로 결제한다.

논산수박연구회 김자겸 회장
논산수박연구회 김자겸 회장 ⓒ 윤형권
논산수박연구회 특성 세 번째 - 월례회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오후 8시에 열리는 논산수박연구회 월례회는 회원들 중에서 농사를 잘 지은 사례와 잘못 지은 사례를 각각 한건씩 선정하여 발표하도록 하여 수박재배기술을 함께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사례발표 후 수박전문지도사인 김종원 씨가 기술을 지도하고 회원들이 함께 토론도 한다. 출하시기와 물 관리, 접붙이는 방법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박농사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한다.

지난 5월 3일 논산수박연구회 월례회가 열리는 논산농업기술센타 강당에서 만난 한 회원은 “우리는 그냥 밥 먹고 술 먹고 흩어지는 회가 아녀유. 한 가지라도 배우고 서로 격려하려고 월례회에 나와유”라고 한다.

논산수박연구회는 공동정산제와 공동선별 규격출하에 의해 다른 수박재배농가에 비해 비닐하우스 1개동에 50만원이나 더 많이 받는다. 물론 친환경농법을 쓰고 있다. 논산수박연구회는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수출시장 개척도 추진하고 있다. 논산수박연구회는 농산물시장개방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보고 있다.

논산수박연구회에서 출하한 수박. 친환경인증마크가 보인다.
논산수박연구회에서 출하한 수박. 친환경인증마크가 보인다. ⓒ 윤형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논산수박연구회를 창립한 논산농업기술센타 김종원 씨가 말하는 오늘날 농사꾼들이 나가야 할 좌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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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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