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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장이 낮게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심호흡을 했다. 그의 표정은 구겨진 종이를 펼쳐놓았을 때처럼 여기저기 비일상적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입술 근육을 삐죽 끌어올리며 미소를 지었으나 그것은 경련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였다. 채유정은 김 경장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 꼬리가 가늘게 흔들리다가 이내 질문을 다시 던졌다.

"그 돌로 만든 블록에 든 유물은 확인하셨나요?"

김 경장이 낮게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채유정의 눈이 커지며 턱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던가요?"

김 경장은 어깨에 메고 있던 배낭을 풀어 그 속을 뒤졌다. 이어 작은 물건 하나를 손에 들어 보였다.

"그 돌 상자 안에는 이게 들어 있었소."

채유정이 다가가 손에 든 것을 집어 들었다.
"아니, 이것은……."

그녀는 놀란 얼굴로 손에 든 것을 바라보았다. 김 경장이 내민 것은 누렇게 색이 바랜 거북이 등껍질이었다. 워낙 오래된 것이라 처음에는 거북이 등으로 보이지 않았다. 군데군데 금이 가고 움푹 팬 자국이 있어 썩은 뼛조각으로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자 거북이 등 무늬가 희미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건 복골이라 하는 것이오."

"복골이라면……."

"나도 그 정체를 잘 몰라 전문가에게 물어보았죠. 짐승의 어깨뼈나 거북이 뱃바닥을 불로 지져 반대편에 조짐이 나타나면 그 터진 방향을 판단하여 길흉을 점친다고 하더군요."

채유정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물었다.

"복골이면 갑골과 관련 있는 게 아닌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갑골은 구갑이나 사슴, 양, 돼지, 소 등의 어깨뼈를 이용하여 점을 치는 것을 말하죠. 그 어깨뼈를 불로 지져서 뼈 판 뒷면에 좌우로 터진 조문을 살펴 길과 흉을 판정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엔 문자가 없기 때문에 무자복골(無子卜骨)이라고도 하죠."

채유정은 김 경장이 들고 있던 복골을 건네받았다. 한동안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유심히 살피던 그녀의 얼굴이 문득 굳어지며 강렬한 눈빛으로 김 경장을 건너다보는 것이다.
"정말 이것 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말이죠?"

김 경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순간 채유정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이 났다. 그녀는 희디흰 공백 상태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서는 들고 있던 그 복골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김 경장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오?"

채유정은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바닥에 던져진 복골을 발로 짓이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복골이 우두둑 소리와 함께 잘게 부서지기 시작했다. 김 경장이 그걸 막으려 다가오려 하다가 문득 주춤거리고 말았다. 차갑고 날카로운 검은색의 금속이 불빛을 받아 번쩍이는 것이다. 놀랍게도 채유정의 손에는 어느새 권총이 들려져 있었다.

"아니……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나에게 총을 겨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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