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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 다가오면 부모들은 어떤 선물을 줄까 고민하게 되고, 아이들은 어떤 선물을 받을까 설레임으로 가득 하다. 요새 들어 초등학생도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시절이니, 휴대폰, 컴퓨터, MP3가 어린이날 받고 싶은 선물들이 아닐까.

하지만 이번 올해 어린이날만큼은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을 해줬으면 한다. 바로 동화책이나 동시집을 자녀들에게 선물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싶다. 아이들이야 ‘에이’ 하겠지만 책만큼 훗날 중요한 자산으로 남게 되는 게 또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이번에 새로 나온 따끈한 동시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의 두 번째 동시집 <내 똥 내 밥>이다. 멀리 섬진강 주변 덕진 초등학교에서 올해는 2학년 담임을 맡았다는 김용택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웃음 뒤에 눈물이 맺히는 아련한 이야기들로 봄날의 설레임을 준비했다.

실천문학사에서 펴낸 동시집 ‘내 똥 내 밥’(박건웅 그림)에다 ‘선생님 시인’은 72편의 시를 담아 보냈다. 초등 국어교과서에 4편이 발췌, 수록된 화제의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1998년)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두 번째 동시집이다.

이번 작품 <내 똥 내 밥>도 시인 자신이 가르치는 덕진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쓴 동시집으로 그의 일상이 묻어 있다. 시골 아이들의 순박함과 정겨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치 우리들의 고향마을을 들여다 보는 것 같은 느낌, 그것을 품고 있다.

총 4부로 나뉘어 진 시집은 깔깔 소리내 웃게 만들었다 눈물이 맺히게 만들고, 유쾌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는 잊지 않았다.

‘할머니 마음’이라 제목 붙여진 1부는 한량없이 너른 할머니의 품 속을 그리며, 추억을 알알이 맺히게 한다. “할머니 얼굴 주름/파란 콩들이 자라는/밭고랑 닮았어요//할머니 손잡으면/감이 주렁주렁 열리는/감나무 껍질 같아요//할머니 마음속에 들어가면/이 세상 다 잠재울/비단 이불처럼 부드러워요”(‘할머니 마음’)

이어 김용택 시인은 아기자기한 감칫말을 잊지 않고 양념처럼 시어들을 나열하여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간지럼을 피우는 듯 익살맞고 천진한 ‘김용택표’ 시어들은 숨돌릴 겨를을 주지 않고 빛을 낸다.

2부 ‘행복한 감나무’편에서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뒹구는 시골 어린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아려한 추억의 빠지게 하고 아이들은 특히 도시 아이들은 느낄 수 없는 새로움과 정겨움을 동시에 선사해준다.

발가벗고 물놀이하다 물고기에게 고추를 쪼였다고 볼멘소리하는 아이(‘물고기’), 캄캄하다고 땅 속에서 애둘애둘 밤새워 우는 지렁이 울음소리를 듣는 아이(‘가을 밤’), 파란 뽕잎에 납작 엎드린 청개구리를 보며 ‘내가 모를 줄 아니?’ 으름장 놓는 아이(‘내가 모를 줄 알고?’)….

3부 ‘선생님이랑’에는 시골학교의 소담한 풍경,4부 ‘오래된 밭 이야기’에는 농촌의 팍팍한 현실을 에둘러 뚱겨주는 시들이 가득하다.

시인은 머리말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가슴 아프고 슬픈 일들이, 그리고 꽃과 나무와 산과 강과 논과 밭과 어우러져 노는 우리 시골 어린이들의 하루하루가 이 동시집 안에 담겨 있습니다. 나는 이 동시를 쓰며 어린이들과 함께 웃고 울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눈을 들어 푸른 하늘을 보세요. 선 자리에서 몸을 빙 돌리며 우리가 사는 주위의 모든 것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세요. 다 보이잖아요. 집도 나무도 하늘도 날아가는 새도 달리는 자동차도 저기 걸어가는 사람들도, 우리는 그런 모든 것들과 더불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 책머리에서

섬진강 시인이라는 애칭만큼 그는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보여주고 있으며, 그 속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꿈을 대신해서 그려주고 있는 듯하다. 그가 평생을 교편을 잡으며 아이들과 호흡하기에 이러한 시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모두가 너도나도 문명의 이기에만 몰입하고 있는 이 시대에, 김용택 시인의 <내 똥 내 밥>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빛을 발하고 있다. 올해 어린이날에는 부모와 자녀들이 순수한 어린시절을 함께 나눠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감상


내가 똥? 내가 밥! - 만남1. 환경사회학자 이소영, 가슴 설레는 사회학의 출현

이소영 지음, 작은길(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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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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