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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민주당 정종득(64) 후보가 당선한 전남 목포시장 보궐선거는 종전처럼 민주당 지지론과 인물론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치러져 지역정가의 관심을 모았다.

정 후보 당선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고 선거 직전 열린우리당의 분열이 선거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정민 후보 열린우리당 탈당, 무소속행으로 어부지리 효과

▲ 정종득 당선자와 한화갑 대표는 고교와 대학 동기사이다. 지난 4월 공천장 수여식 모습
ⓒ 정거배
민주당은 지난 2월 하순 후보선출을 위한 경선방법을 둘러싸고 지역 국회의원인 이상열 의원과 한화갑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충돌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이미 목포지역에서는 중앙당은 한화갑 대표의 고교동기 동창으로 벽산건설 대표인 정종득씨를 밀고 있는 반면, 이상열 의원은 목포에서 활동해 온 다른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결국 이상열 의원은 지난 2월 23일 한화갑 대표와 면담한 뒤 중앙당이 전날 발표한 '1차 여론조사, 결선은 재차 여론조사와 당원만 참여하는 투표방식'에 대해 "당초에서 후퇴했지만 민주당을 지키기 위해 수용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6명 예비후보 가운데 정종득씨와 민영삼(45, 전 민주당 부대변인) 2명 외에 최기동(55, 전 목포시의회 의장), 장복성(43, 현 목포시의회 의장), 이호균(43, 목포과학대학장), 배진석(53, 전 목포시의원)씨 등 4명은 지역에서 지명도가 있는 인물들이었다. 반면에 정종득 후보는 당시 일반 시민들이 전혀 알지 못할 정도로 생소한 인물이었다. 그는 지난 59년 2월 목포고교 졸업 후 45년만에 귀향했다.

일반 시민들, 2개월 전까지 정종득 후보 몰라

정 후보는 지난 2월 말에 있었던 출마기자회견에서도 "민주당원으로 당적을 갖지 않았지만 다양한 통로를 통해 평화민주당과 국민회의, 민주당 중앙당에 많은 지원을 했다"고 표현하는 등 목포 출신 정치인을 후원했음을 강조했다. 그러자 목포에서 활동해 온 최기동씨 등 일부 예비후보들은 "정종득의 출현은 정치 뒷돈을 대준 것에 대한 밀실 낙하산 공천을 위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예상한 대로 3월 중순 발표된 1차 예선에서 정종득씨는 다른 예비후보 3명과 함께 통과했다. 이어 지난 3월 29일 있었던 결선에서 정 후보는 민주당 목포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당원투표에서 1100여명 투표자 가운데 497표라는 몰표를 얻어 1위를 한 것이다.

한 달만에 당내 지지세 장악

정 후보는 45년만에 목포에 내려와 그것도 한 달만에 안면이 없는 당원들을 공략, 민주당 목포 정치판을 정리하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 것이다.

목포MBC가 민주당이 정씨를 후보로 확정하기 전인 3월 19일 실시한 양당 예비후보 8명에 대한 시민 지지도 조사에서 정씨는 8.2%로 5위에 불과했으나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직전 조사에서는 정종득 후보가 26.5%를 얻어 10% 이상 차로 1위를 차지했다.

일반시민들에게는 두 달 전인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전혀 알지 못했던 그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지역여론이 1위로 급상승한 것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3월 10일 후보선출 방법을 둘러싼 의견차로 정영식 전 차관, 김대중 전 목포시의회 의장과 유력한 후보 중에 한 사람이었던 김정민 교수가 탈당과 무소속 출마선언을 했다.

김 교수는 지난 98년, 2002년 2차례나 시장선거에 출마해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로 득표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김정민의 무소속 출마로 3차 대결이 확실해지자 민주당은 반발표 분산이라는 호재를 맞게 됐다.

한화갑, DJ 살리기 강조하며 주민정서 자극 주력

선거전에 본격 돌입하자 민주당은 한화갑 대표 등 당지도부가 총 출동했다. 한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 무려 3차례나 목포에 내려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DJ 노벨평화상 수상과정에 대해 조사하려고 한다"고 주장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살려줄 것"을 호소하며 주민정서를 자극했다.

민주당의 정당지지론과 열린우리당의 인물지지론이 맞서면서 종반 선거양상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양상이 됐다.

민주당에서는 당초 쉬운 승리를 장담했으나 막판 비상이 걸렸다. 선거일을 이틀 앞둔 4월 28일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갑자기 목포에 다시 내려왔다.

이날 목포역 광장에서 지원유세를 통해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가 죽이기에 나선 민주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목포시민들이 살리자"는 등 줄곧 지역정서를 자극하며 지지표 확산을 시도했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겉으로는 인물론이 다소 우세했던 여론은 점차 "그래도 민주당"하며 민주당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38%라는 저조한 투표율과 함께 개표가 시작되자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정민 후보가 각 투표구마다 큰 영향을 미쳤다.

목포 옥암동 A투표구의 경우 열린우리당 정영식 504표, 민주당 정종득 533표, 무소속 김정민 278표로, 선거 직전 열린우리당의 분열이 개표에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신흥동A 투표구 역시 정영식 596표, 정종득 610표, 김정민 239표 등 목포 62개 전 투표구에서 비슷한 개표 결과가 나왔다.

최종 집계 결과 정종득 후보는 2만9269표(45.2%)를 얻어 2만4212표(37.4%)에 그친 열린우리당 정영식 후보를 5057표 차로 신승했다. 무소속 김정민 후보는 1만1255표로 17.4%를 득표했다.

정종득 당선자 앞날 불안?

시장으로 당선된 정종득씨는 당연히 1년 앞으로 다가온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그의 앞날을 불안하게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금품살포 사건에 대해 당국이 수사하고 있다.

이밖에도 수사당국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금품살포와 관련한 상당한 자료를 입수하고 있는 것으로 지역 언론계에 알려져 있을 정도다. 정종득 시장 당선자의 앞날을 불안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공약 남발이다.

선거운동 내내 목포 구도심 활성화가 쟁점이 됐다. 정 후보는 공약으로 구 목포공설시장 재건축을 3개월 안에 시작하고 2년 전 폐업한 목포가톨릭병원을 6개월 이내 정상화시킨다며 구도심 활성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공설시장의 경우 이미 3년 전 목포시가 당시 굿모닝시티(당시 아시아개발)에 매각했지만 소유주의 부도로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민간에 소유권이 넘어간 땅에 대해 목포시가 특수법인을 설립해 3개월 안에 공사를 시작하는 건 실현성이 낮은 공약이라는 지적이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소유인 목포가톨릭병원 역시 고 전태홍 시장이 그동안 정상화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성사되지 못한 상황이다.

정 후보는 또 공약으로 목포 구도심을 뉴타운 방식으로 민간자본을 유치해 재개발한다고 약속했다. 더구나 목포에 수상축구장을 건설한다는 공약까지 했다. 이미 목포시는 지난해 12월 400억원이 넘는 공사비가 투입되는 축구센터를 유치해 착공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 인근 영암에 있는 대불국가산업단지를 2년 안에 분양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대불산단은 준공 10년이 다 되고 있으나 현재 분양률은 53%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 후보의 공약이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날 경우 내년 6월 선거를 염두에 둔 민주당 내 경쟁자들뿐 아니라 지역 언론으로부터 난타 당할 수 있다.

이미 내년 6월 선거를 위한 각 후보군들의 레이스는 시작된 상황이다. 더구나 당내 경선에서 정종득에게 패한 후보들뿐 아니라 열린우리당에서도 내년을 준비하며 와신상담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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