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용궁사 관음대불, 자비의 눈빛이 바다에.
용궁사 관음대불, 자비의 눈빛이 바다에. ⓒ 김대갑
용궁사는 고려시대 1376년(우왕 2)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懶翁) 혜근(惠勤)이 창건했다고 전해온다. 당시 큰 가뭄 때문에 나라 인심이 흉흉하던 차에 동해 용왕이 나옹화상의 꿈에 나타나 봉래산 끝자락에 절을 짓고 기도하면 국태민안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푸른 바다를 굽어보는 이곳에 절을 지었고, 그 이름을 보문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근세에 들어 정암 스님이 1974년 부임하여 관음도량으로 복원할 것을 발원하고 백일기도를 했다. 그런데 꿈에서 흰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것을 보았다 하여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108계단과 절 입구
108계단과 절 입구 ⓒ 김대갑
정동진역이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철도역이라면 해동 용궁사는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찰일 것이다. 108계단을 딛고 내려가 반원형의 불이문을 지나면 절 마당으로 진입하는 돌다리가 나온다. 이 돌다리 바로 밑으로는 동해의 심연에서 밀려온 듯한 파도가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용궁사라는 사명이 다소 샤머니즘적인 냄새를 풍기기도 하지만 바다 위에 걸쳐진 다리를 걸어가다 보면 용궁 속으로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 어느새 들기도 한다. 그리고 바다에 그렇게 인접한 곳에 절이 들어섰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동해 심연을 바라보는 용왕님.
동해 심연을 바라보는 용왕님. ⓒ 김대갑
절 마당에 들어서면 다소 투박한 형상의 청동용이 바다를 향해 고개를 쳐든 모습이 보인다. 용 형상 밑에는 감로수가 있어 108계단을 내려오느라 목이 마른 사람에게 청량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감로수로 갈증을 풀었다면 이제 마당 한쪽에 위치한 휴게실의 나무 의자에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보라. 장쾌한 만경창파가 발아래 넘실거리고, 절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해수관음상의 풍만한 육체가 바다의 넉넉함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용궁사는 사실 규모로 따지자면 소규모 사찰에 불과하여 절 그 자체의 풍광은 별로 볼 것이 없다. 그러나 대웅전, 용왕당, 범종각, 굴법당, 요사채 등으로 이루어진 단촐한 규모이지만 입지 조건이 아주 뛰어나서 바다와 절의 묘한 조화가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곳이다.

늦게 아들을 원하시는지.
늦게 아들을 원하시는지. ⓒ 김대갑
용궁사는 바다에 인접한 절답게 민간신앙적인 요소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우리 나라 불교에서 가장 미신적인 요소를 꼽는다면 사찰 안에 '산신각'이나 '칠성당' 혹은 '용왕당'이라는 제당의 존재이다. 산신령과 용왕을 모시는 이들 제당은 지극히 민중적인지라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용궁사에는 용왕당과 굴법당이 이런 성격을 지니고 있다. 특히 굴법당은 자손이 없는 사람이 기도하면 자손을 얻게 된다 하여 득남불이라고 불릴 정도로 민간신앙적 요소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

도교적 성격이 가미된 십이지신상
도교적 성격이 가미된 십이지신상 ⓒ 김대갑
해동 용궁사는 여러 가지 민간 신앙적 요소가 혼재된 느낌을 주기도 하며 요 근래에 형성된 건조물들이 많아 다소 조악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절 입구의 십이지신상이나 모조 돌 하르방, 게다가 정문에 세워진 '교통안전기원탑'은 좀 엉뚱한 모습이다.

바다와 절의 기묘한 만남
바다와 절의 기묘한 만남 ⓒ 김대갑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궁사는 입지 조건의 독특성 때문에 여러 번 가보아도 별반 싫증이 나지 않는 곳이다. 그 독특성은 물론 바다와의 조화에 있다. 사찰을 홍보하기 위해 용궁사가 정해 놓은 '8경'이란 것이 있는데, 기자가 보기에 가장 객관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풍광은 2개인 것 같다.

이 다리는 피안과 차안의 경계점이 아닐런지.
이 다리는 피안과 차안의 경계점이 아닐런지. ⓒ 김대갑
그 하나는 '추야명월'이라 하여 보름달이 뜬 밤에 108계단을 내려가면서 바다와 사찰이 달빛에 물들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봉축야경이라 하여 4월 초파일 밤에 바다와 어우러진 등불의 현란한 빛을 보는 것이다. 물론 봉축야경은 우리 나라 어느 사찰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단연 제일의 야경이다.

애기스님 5형제, 잘 가세요.
애기스님 5형제, 잘 가세요. ⓒ 김대갑
송정해수욕장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2.5km 정도 가면 용궁사로 가는 이정표가 나오며 용궁사 옆에는 수산과학관이 있어 아이들 교육에 아주 좋다. 또한 용궁사 주변에는 이름난 먹거리들이 많아 별미를 맛볼 수 있다. 특이한 풍경을 원한다면 오는 4월 초파일에 용궁사를 방문해 보시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