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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재보궐 선거에서 최접전지로 꼽히는 성남 중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이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민주당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4.30 재보궐 선거에서 최접전지로 꼽히는 성남 중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이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민주당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박형숙

D-1. 4.30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두고 있지만 경기도의 성남 중원은 판세를 점칠 수 없는 초박빙 지역으로 꼽힌다.

선거법 위반(학력 허위 기재)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이상락 열린우리당 전 의원의 지역구인 성남 중원은 전국 6곳의 재보선 지역구 중 유일하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강 구도를 깬 지역이다. 민주노동당은 30%에 달하는 건설노동자층과 서민층을 공략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40%를 상회하는 호남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성남 중원이 수도권의 표심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여당의 자존심을 걸고 있고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민노-민주의 표 분산으로 야성(野性)이 강한 이 지역에서 당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초반 우세를 장담했던 곳이지만 조성준 후보의 돈 봉투 살포 공방이 불거지면서 민노, 민주에게 표를 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당 "한나라당 당선은 막아야" 위기감 내세워

28일 성남 중원의 중심가 단대5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버스 운전자인 지영규(43)씨는 "젊고 생각이 바르다"며 민주노동당 정형주 후보를 지목했다. 하지만 "운행 스케줄로 인해 투표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했다. 미싱사인 정현주(26)씨는 "교회 언니들이 민주노동당을 찍으라고 하는데 아직 마음을 정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충청도가 고향인 주부 김모(55)씨는 "지역 개발에 힘써줄 후보를 밀겠다, 아무래도 힘있는 여당이 낫지 않겠냐"고 말하면서도 "최근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고 여지를 남겼다.

인테리어업에 종사하는 권석봉(39)씨는 그 자신 호남 출신(완도)이지만 호남표 변수를 크게 보지 않았다. 권씨는 "한나라당의 신상진 후보만 제외하고 후보자들이 모두 호남 출신"이라며 "인물 개인을 보고 찍겠다"고 말했다.

반면 정읍이 고향인 건설사 대표 최연수(49)씨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했지만 마음을 바꿨다. 최씨는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구태를 보이고 있다"며 "여당의 오만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노동자표, 호남표를 노리는 정치권의 선거전략과 달리 민심은 냉랭하다. 특히 최근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 이상락 전 의원의 선거법 위반 등의 사건이 터지면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다.

택시운전을 하는 장석영(47)씨는 성남 중원의 30년 토박이. 그는 "재개발은 선거 때마다 나온 공약"이라며 "정작 시민들은 그런 선심성 공약보다 깨끗한 정치를 원한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후보자들은 선거운동 초반 분당구와의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며 도심 재개발을 너나 없이 들고 나왔다. 성남 중원구는 1960년대말 서울 재개발 사업이 이뤄질 때 사실상 강제로 이주당한 주민들이 정착하면서 도시화가 시작됐다. 60만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시가지에는 20평 안팎의 단독주택들이 많다.

하지만 선거 막판, 후보자들은 전략을 바꿔 당선 대세론과 낙선 위기감을 내세우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3당 표 분산 노려 한나라당 어부지리?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난 뒤 각 후보자 사무실을 방문했다. 조성준 열린우리당 선거 사무소. 엘리베이터 입구부터 사무실 내부 곳곳에는 '돈 봉투 뿌린 적 없습니다'라는 해명서가 붙어 있었다. 사무실 안에서는 주부 자원봉사자들을 상대로 한 막판 선거운동 전략 설명이 한창이었다.

"이 세 가지를 명심하세요. 돈 뿌린 적 없다. 부정부패한 적 없다. 민노·민주 찍으면 한나라당이 된다. 그리고 30일 한 사람당 열 명씩 손잡고 꼭 투표장으로 가세요."

이창욱 기획실장은 판세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2강 구도라 봤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표 분산을 의식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변수라는 것은 착시현상"이라며 한나라당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29일 오전 상임운영위 회의를 이곳에서 갖고 이후 문희상 의장은 지원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중앙선관위(위원장 유지담)는 선거구민에게 2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넨 혐의로 호남향우회 지회장 김아무개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 후보측은 "돈 봉투를 돌린 김씨는 민주당원"이라며 '민주당 자작극'을 주장했고, 민주당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검찰 고발로 맞맏아쳤다.

한나라당 신상진 후보의 사무실은 '평화로운'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장 출신의 신 후보는 자신의 병원 옆에 선거 사무실을 마련했다. 안쪽 회의실에서 관계자들이 모여 판세를 점검하고 있었다. 민주노동당의 이름이 자주 새나왔다. 신 후보측은 겉으론 여당을 적수로 내세우지만 속내는 민주노동당을 의식하는 눈치다. 열린우리당의 표가 민주노동당으로 건너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관계자 신모씨는 "한나라당이 한번도 집권한 적이 없지만 지난 10년간 꼬마민주당과 신한국당, 자민련 출신들로 뒤엉켰던 보수 세력의 조직 재건이 완료되었다"며 "잠자고 있던 보수층을 일깨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진보정당 수도권 첫 당선자 낼까?

성남 중원의 판세는 호남 인구와 저소득 서민층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성남 중원의 판세는 호남 인구와 저소득 서민층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 오마이뉴스 박형숙
민주노동당의 정형주 후보. 4번째 도전장을 내민 정 후보는 탄핵 정국 속에서 치러진 지난 총선에서도 20%가 넘는 지지율을 보여줄 만큼 지역 내 신망이 두텁다.

수도권에서 진보정당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중앙당의 총력 지원을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 10명 의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백승우 사무처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2강 구도"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 처장은 "저소득층 건설노동자가 이 지역의 30%를 차지한다"며 "여기에 시민단체들의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정 후보측은 열린우리당이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개혁성이 추락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나라당의 당선을 막기 위한 민주개혁 세력의 총결집을 호소했다. 또한 투표율이 낮아도 '조직표'가 있다는 계산 하에 큰 변수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김강자 후보는 호남표에 더해, 후보 개인의 이력을 앞세워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을 강조했다. 김 후보 사무실에는 "그 김강자가 맞냐"는 전화가 수없이 걸려온다. 따라서 선거전략도 옥천 티켓다방 근절과 미아리텍사스 소탕작전 등 경찰서장으로 재직할 당시 보여준 실적으로 내세워 개혁성과 추진력을 어필하고 있다.

정성영 기획팀장은 "호남표를 깔고 거기에 개인의 인지도가 더해지면서 최근 지지율이 많이 상승했다"며 "딸 가진 부모들과 여성들, 열린우리당 이동표를 집중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선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김태식 후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김 후보는 민주당 출마가 확실시되었으나 공천에서 탈락,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김태식 후보와의 통합 문제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후보 단일화를 위한 막후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두 후보의 표가 합쳐질 경우 4강 구도가 형성된다는 계산이다.

민주, 김강자-김태식 막판 후보단일화 변수

이밖에도 3명의 무소속 이력이 흥미롭다. 김태식(65)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민주당 사무총장, 국회 부의장 등을 지낸 정치 원로로 예순 다섯의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스웨터를 생산하는 태양산업 대표인 양동기(47) 후보는 초등학교 학력의 입지전적 인물. 양 후보는 "지난 30년간 내 공장 밥을 먹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지역경제를 되살릴 젊은 토박이 일꾼"임을 내세웠다.

'돌김장수' 강성현(39) 후보는 모란장 거리노점상 회원과 강성현 장터 대표로 시장 상인 등 "서민들을 대표하는 정치를 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권영길·한화갑 "우리는 수도권에 올인합니다"
문희상·박근혜 영남·충청 총력과 대조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매일 오전 7시 아예 출근 도장을 성남 중원에서 찍고 국회로 출근한다. 28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권 의원은 이날 오전 7시 정형주 후보의 아침인사 지원유세를 벌이며 지난 두 차례 대선에 출마, 고배를 마셨던 경험을 회고에 눈길을 끌었다.

권 의원은 "정형주를 당선시켜 권영길에게 졌던 마음의 빚을 털어 달라"며 "97년에 이어 진행된 2002년 대선은 저에게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주었다"고 토로했다.

권 의원은 이른 바 '사표론'으로 인해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후보와 국회의원 후보들은 지지자들로부터 막판지지 철회라는 고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며 이번 재보궐 선거에 대한 정치사적 의미를 역설했다.

권 의원은 "만일 민주노동당이 수도권 입성에 성공해 첫 발을 디디고, 경북 영천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게 될 경우 17대 국회에는 크나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그 정치 신화의 주인공으로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아예 성남 중원에서 상주한다는 후문이다. 김강자 후보측은 "시장 선거가 있는 목포 방문을 제외하고 줄곧 성남 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하면서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DJ의 고향 목포에서 열린우리당과 자존심 대결을 벌여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셈.

성남 중원은 민주당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40% 웃도는 호남표를 기반으로 민주당 재기에 발판이 마련해 보겠다는 것. 후보 개인의 당락을 떠나 모처럼 당이 승리를 위해 단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것도 큰 성과다.

더욱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당에서 '러브콜'이 오는 상황에서 성남 중원에서 얻은 지지율이 몸값을 높이는 등 통합에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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