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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겉그림 ⓒ 지식산업사
안흥엔 찐빵만 있을까? 궁금증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오랜 교단생활을 마치고 안흥에 안착한 한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다.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묶은 것인데 "이 글이 삶에 지친 이들에게 한 모금의 샘물이 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보람이 없겠다"는 지은이의 말처럼 안흥 산골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이야기 하듯이 풀어내고 있다.

'어느 견공 부부의 아름다운 순애보'에선 새끼를 낳다 죽은 암캐를 그리워하다 끝내 따라 죽은 수캐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켜 한 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다. '얼치기 농사꾼의 귀거래사'에선 아름다운 뒷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박도 작가의 글에선 힘이 빠져 있다. 글에서 힘을 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소설처럼 기승전결도 있고 박진감도 있으면 더 흥미로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는 이야기라는 것이 그렇게 박진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잔잔한 물길처럼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이 책에선 그런 잔잔함이 읽힌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훈훈함이 남는다.

넉넉한 미소의 책 지은이 박도님
넉넉한 미소의 책 지은이 박도님 ⓒ 위창남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 속에서 느리게 사는 것이 무시할 수 없는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웰빙이란 말도 곳곳에 퍼져 있다. 글을 읽다 보면 골치 아픈 문제로 막혀 있던 머릿속이 정화되는 느낌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인가?

식사 후 차 한 잔 앞에 놓고 할아버지가 아들과 손자에게 다정하게 얘기를 하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따스하고 정겹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그런 풍경은 좀처럼 쉽지 않지만 이 한 권의 책으로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다.

제비가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줘 탐스러운 박이 주렁주렁 열린 것처럼 안흥에서 작가가 물어다 준 소식에 우리의 마음이 따스함과 정겨움의 박으로 주렁주렁 달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덧붙이는 글 | 지은이 박도

1945년에 태어나 오산중, 중동고, 이대부고 등에서 33년 동안 교단생활을 했으며 지금은 안흥에서 소중한 농사를 지으며 지은이가 겪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정겹게 전하고 있다. 민족문학작가회 회원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사람은 누군가를 그리며 산다>와 산문집 <비어있는 자리> <아버지의 목소리> 항일유적답사기 <민족반역이 죄가되지 않는 나라> 한국전쟁 사진첩 <지울 수 없는 이미지> 등이 있다.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

박도 지음, 지식산업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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