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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지는 호수라서 그런지 다른 동네에 비해 훨씬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답답한 일이 있거나 마음이 엉켜 있을 때에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 벗을 만나서 이야기 하거나 젊은 연인이 사랑을 속삭일 때에도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합니다.
호암지는 또 걷고 뛸 수 있는 운동 길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새벽이나 밤이 되면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보통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새벽 공기를 마시러 나오고, 젊은 아저씨나 아주머니들은 밤사이에 이 운동 길을 다녀갑니다.
지금은 이 호암지가 멋진 꽃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놀놀한 개나리꽃도 활짝 피어 있고, 불그스레한 사과 꽃도, 그리고 새하얀 벚꽃들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이 꽃들이 흐드러지게 필 것 같은데, 그때는 이 모든 꽃들이 호수 위에 둥둥 떠다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호수 위에 떠있는 꽃잎들, 그 멋진 장관은 생각만 해도 아름답습니다.
그 호암지 길을 걷다가 문뜩 할머니 한 분을 만나 뵈었습니다.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였는데, 어느 천주교 단체에 들어가서 열심히 쓰레기 줍는다고 했습니다. 물론 돈을 받고서 하는 일은 아니었고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할머니 수고하시네요?”
“뭘요. 나만 하는 게 아니라 다들 하는데요.”
“그래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늙은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뭐 있겠어요. 이거라도 하면 그저 좋지요.”
“그러게요. 근데 쓰레기는 많이 나오나요?”
“그럼요. 매번 토요일마다 도는데 그때마다 많이씩 나와요.”
“제가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아니, 뭐하려구요.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닌데….”
“그냥, 할머니 모습이 곱고 아름다워서요.”
구부정하게 걷고 있었지만 쓰레기 줍는 그 할머니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 멋진 개나리에, 불그스레한 사과 꽃에, 그리고 새하얀 벚꽃이 활짝 피어 더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 할머니들이 있는 까닭이 아니겠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 할머니들 손길은 어쩌면 그 꽃들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