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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 16번가
덴버 16번가 ⓒ 배우근
식사를 한 후 차를 주차해 놓은 곳까지 무료순환버스를 타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 도로 주변에 옷가게와 기념품 가게, 카페 그리고 노천음식점 등이 즐비해 있다. 붉은 벽돌의 건물에서는 금을 캐던 개척의 역사가 묻어난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말이 끄는 관광마차가 가끔 오가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에피소드 #21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야구장을 찾아 돌아다닌 지 벌써 보름째다. 시간은 잘 흘러가지만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아 이동하는 나그네의 신세처럼 느껴진다. 낮에는 사람 속에 섞여 있지만 사막의 무수한 모래가 서로 소통하지 못하듯 나의 존재를 나홀로 바라본다.

만날 수 없는 방안의 그림과 창문밖 공간이 이어지고 있다
만날 수 없는 방안의 그림과 창문밖 공간이 이어지고 있다 ⓒ 배우근
밤이 되면 내일 길을 떠나기 위해 불을 끄고 침대에 눕지만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이 빤히 나를 쳐다볼 뿐 말을 걸어오지는 않는다. 흘러나오는 음악이 작은 방을 채우고 담배연기만이 텅빈 내 마음을 채운다. 암흑의 밤은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나는 여전히 죽음같은 잠이 오길 기다린다. 불면의 밤이다.

에피소드 #22

해발 약 1600m에 위치해 원마일시티(One Mile City)라고 불리며 미국중부 지역의 유일한 대도시인 덴버는 서쪽으로 록키산맥이 자리잡은 모습이 인상적인 도시다. 거대한 병풍처럼 보이는 록키산맥을 바라보며 콜로라도 록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 필드(Coors Field)로 향했다.

쿠어스 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고도가 높아 공기저항이 적어 장타의 비거리는 늘어나고 변화구의 구질은 밋밋해지기 때문이다.

기자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
기자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 ⓒ 배우근
언론관계자 입구에서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두 분이 노트북과 카메라 가방을 검사하고 확인 표시를 붙여준다. 기자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안내해주는 직원도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야구장내의 문이란 문에는 꼭 한두 명씩 노년의 직원이 배치되어 있고 각 통로에서도 나이가 지긋한 직원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은퇴했어도 이미 했음직한 분들이다. 어림잡이 백여명이 넘는 노년의 어르신들이 야구장의 안내와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무엇을 도와줄까요?
무엇을 도와줄까요? ⓒ 배우근
야구장 좌석 통로에서 일을 하는 바바라(Babara)도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다.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항상 출근해 관중이 오기 전에 의자를 미리 닦아놓고 사람들이 경기장에 입장하면 좌석을 안내해 준다. 경기 중에는 되도록 이동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금 하는 일이 힘들지 않냐는 나의 물음에, 5년 동안 야구장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매우 즐겁다며 활짝 웃는다. 날씨가 추울 때는 조금 힘들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고 안내하는 일이 행복하단다.

노년에 연금혜택을 주고 주택을 제공하는 것도 복지지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복지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삶이 일 속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 속에서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고 자아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홈페이지 www.seventh-haven.com (일곱번째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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