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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입맛을 돋우는 드릅엔 가시가 있다.
봄 입맛을 돋우는 드릅엔 가시가 있다. ⓒ 추연만
아침밥도 거른 채 서둘러 집을 나설 남편을 마주한 아내는 "농사철이라 영천시장도 예전처럼 북적이지 않은데 뭘 보러 간다고 이 난리요" 한다.

"재래시장엔 볼거리가 많잖아. 10시 약속과 일을 마친 후 고향마을 뒷산에 가 두릅 딸 계획인 걸."

"두릅 첫물은 사돈도 안준다 하는데 입맛 돋우는 봄나물이 벌써 날 땐가요?"

"내가 산골 출신 아닌가? 진달래가 활짝 펴 있을 때 두릅 첫물을 딸 수 있지."

산골 식탁엔 봄날이면 으레 두릅나물이 자주 올라온다. 두릅은 알싸한 맛과 향이 강해 어린 시절엔 먹기 싫은 반찬으로 분류했지만 요즘은 봄나물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영천에 도착해 장터를 둘러봐도 봄나물은 눈에 잘 띄질 않는다.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벌써 다 팔렸다"고 설명한다.

오늘 장날엔 산나물이 많이 나질 않아 가격도 꽤 높았다고 한다. 두릅나물로 8만원을 번 한 할머니는 "다음 장날엔 산나물이 많이 날 테니 그 때 와서 사라"고 귀띔하신다.

나는 영천시내를 벗어나 고향마을에 도착해 산자락을 헤집으며 두릅나무를 찾아다녔다. 몇 년 전과 달리, 두릅나무는 눈에 잘 띄질 않고 시간이 제법 걸려 겨우 몇 나무를 찾았다.

어머니는 눈에 띌 정도로 나무가 줄어든 이유를 알고 계셨다. 껍질이 한약재로 사용되는 두릅나무는 3년 전 대규모로 잘렸으며 나물가격도 높아 논밭 주위로 옮겨 심다보니 야생상태는 점차 줄어든 것이란다.

어머니는 또 새로운 정보도 주신다 "두릅은 나무뿐 아니라 땅에도 난다."

땅 두릅 뿌리는 약재로 사용돼 예전엔 많이 재배한 경험도 있으며 땅 두릅은 나무두릅보다 맛이 훨씬 좋다고 한다.

어머니는 두릅 첫물은 사돈도 안준다는 말은 땅 두릅에서 나온 거란 설명과 함께 빠른 손놀림으로 땅 두릅 대여섯 포기를 봉투에 담으며 당부의 말을 하신다.

"사돈은 땅 두릅을 아실 게다. 이건 사돈 갖다 드려야 된다."

땅 두릅은 나무두릅보다 맛이 더 있다고 한다
땅 두릅은 나무두릅보다 맛이 더 있다고 한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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