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다시 시작된 서울생활이 여간 빠듯한 게 아닙니다. 쫓기듯 일어나 30분만에 아침식사와 머리감기, 옷 다려 입기를 끝내고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사무실까지는 승용차로 약 40분 거리. 그 새 둔해진 서울시내 운전감각에 진땀 흘리며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면 엘리베이터가 코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농민단체 일이라는 게 해도 해도 끝이 없습니다. 자질구레한 잡무에서부터 대정부 활동 등 중요 업무까지 일인다역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점심식사는 주로 출입기자들이나 내방객들과 함께 하기 마련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낮임에도 반주로 취기가 오르기도 합니다.
어느덧 퇴근시간, 출근길을 고스란히 되돌아 집에 도착합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서 아이들과 잡담하고 잠시 인터넷을 뒤적이다 보면 어느 새 밤 12시, 아쉬운 하루를 이렇게 마감합니다.
오늘(13일)은 작은아들 제경이가 수련회를 떠나 집안이 썰렁합니다. 그래도 녀석이 쓸데없는 투정도 부리고(대개는 게임 좀 더 하겠다는 것), 제 엄마한테 야단도 맞으며 사람 사는 집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는데 막상 없으니 허전하기까지 합니다.
모처럼 가방 속에 모셔두었던 디지털 카메라를 꺼냅니다. 지난주 비가 그친 틈을 타 시골 농장의 이곳저곳을 찍었는데, 이제야 컴퓨터로 옮깁니다. 며칠 전 풍경이지만 서울에서 보는 시골은 생소한듯하면서도 가슴 가득 진한 감동을 불러 일으킵니다.
시골은 글쓰기에 딱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줍니다. 환한 대낮이든, 적막한 밤이든 컴퓨터 앞에 앉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두세 시간이면 기사 하나를 만들어내곤 했으니까요. 물론 기사거리가 있는 상황에서겠지만. 여하튼 <오마이뉴스>를 처음 만난 지난 1월 초부터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글을 올렸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산과 들에 있는 들풀이나 나무, 돌멩이와 살아 움직이는 갖가지 곤충들 모두가 새롭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 모두 훌륭한 기사거리가 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것은 큰 발견이며 평소 무뎠던 나 자신을 가다듬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정말 아주 짧은 두어 달 동안 많은 경험을 했고 글쓰기에 대한 식견도 한층 넓어졌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얻은 각종 정보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도 키웠습니다. 언젠가 기사로도 썼듯 쓸데없는 인터넷 고스톱을 무 자르듯 단절했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안흥 시장터 술집에 무거운 엉덩이를 하고 앉아 있는 시간도 줄였습니다.
지금, 불과 얼마 전의 그 생활이 무척 그립습니다. 일주일의 절반씩을 쪼개기로 한 서울행이지만 그것을 정확히 지키기 힘들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했던 일입니다. 처음 서울에서 기사를 두세 건 올려 보았습니다. 겨우 잉걸에 턱걸이 했습니다. 스스로 읽어 보아도 영 ‘아닌’ 부끄러운 기사입니다.
그나마도 컴퓨터 앞에 두세 시간이나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내 기사가 없는 <오마이뉴스>, 점점 애정이 식어가는 듯한 아쉬움을 스스로 느끼곤 합니다. 짧은 주말 시골생활도 밀린 일과 쌓인 친구들과의 회포풀기로 채워지기 일쑤입니다.
지난 주 카메라에 담은 사진들을 몇 가지 추려 봅니다. 봄비가 충분히 내리고 난 후의 산골풍경들을 담은 것입니다. 아무래도 그 풍경들을 제대로 전달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곳은 계곡 물소리와 밤 새소리가 간간히 들려오는 시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마음입니다.
이번 주말이 기다려집니다. 깊은 골짜기 구석까지 차지하고 남았을 봄을 만날 것입니다. 그 모습들을 다시 소중히 카메라에 담겠습니다. 될 수 있으면 시골 냄새가 물씬 묻어나도록 그곳에서 글도 쓰렵니다. 오늘 밤, 꿈으로라도 모처럼 시골에 다녀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