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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대구의 S어린이집.
문제가 된 대구의 S어린이집. ⓒ 오마이뉴스 이승욱
"방송을 보고 나서야 알았제. 그 아줌마(원장)가 평소 그런 사람 아니었는데…. 왜 그랬는지. 무엇에 씌였나 했다니깐."

대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위탁 보육중인 초등학생 자매에게 매질을 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자매의 증언에 따르면, 원장이 매를 든 이유가 '정해진 날에만 과자를 사먹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여서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원장의 매질이 지나친 것은 사실이지만, 상습적인 학대는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13일 오전 문제가 되고 있는 대구 서구의 S어린이집을 찾았다. 평소 아이들로 북적됐을 S어린이집은 인기척도 전혀 없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박아무개(45)씨가 운영중인 S어린이집은 5년 전에 문을 연 민간보육시설로, 대구시 보육시설연합회 모범 어린이집으로 등록돼 있다.

주민들 "어떻게 이런 일이... 방송 보고 놀라"

'어린이집 원장의 초등학생 자매 학대'에 관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S어린이집 근처 동네는 술렁이고 있었다. 어린이집 인근 한 가게 주인은 "평소 박 원장과는 아는 사이였지만 아이들을 학대할 만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방송을 통해 자매들의 상태를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지난 9일. 홍선아(가명·9)·민아(8) 자매가 수업을 마치고 어린이집으로 가던 중 만난 주민 박아무개씨 등이 이들 자매의 상처를 보고 경찰에 신고하면서부터다. 당시 자매는 양쪽 눈 주위에 멍이 들어 있었고 머리와 이마에 상처가 있었다. 진단 결과, 자매는 모두 '두부 좌상 및 혈종'으로 전치 2주를 진단받았다.

아동종합센터 상담원을 배석시킨 가운데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홍양 자매는 "'정해진 날에만 과자를 사먹기로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원장이 때렸다"면서 "교재용으로 사용하는 나무막대(지름 1.5센티·길이 30센티)로 머리와 손바닥을 10여 차례 맞았다"고 증언했다. 또한 이들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1년 여 동안 3~4회 정도 박 원장에게 손바닥과 엉덩이를 맞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피의자 조사를 받은 박 원장도 "지난달 29일 외상으로 과자를 사지 말라고 했는데 외상으로 자매들이 빵을 사먹어 머리와 손바닥을 때린 적은 있다"고 때린 사실을 인정했지만, "훈육 차원이었고 병원진료 결과 눈 주위의 멍은 이마의 부기가 빠지면서 생긴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박 원장은 "학교 담임 선생님과 자매의 어머니를 만나 각서를 쓰고 사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 "외상으로 빵 사먹어 훈육 차원에서 체벌"

그러나 이러한 박 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자매의 학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홍양 자매가 어려운 가정환경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분노는 더했다.

홍양 자매의 부모는 현재 이혼한 상태로 어머니 윤아무개씨가 이들을 키우고 있다. 생계를 위해 찜찔방에서 일을 하는 윤씨는 지난해 4월부터 매월 보육비 60만원을 주고 홍양 자매를 S어린이집에 맡겨왔다. 홍양 자매는 그동안 어린이집에서 숙식을 해결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양 자매의 상처가 단순한 훈육 차원의 체벌 결과라고 박 원장이 진술했지만, 주민들에 의해 발견될 당시 홍양 자매는 눈 주위의 멍든 자국외에도 머리를 비롯해 손바닥과 엉덩이에서도 짙은 멍자욱이 발견돼 상습적인 학대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논란 와중에 박 원장이 불구속입건 처리되자, 인터넷상에서 네티즌의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네티즌은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대구 서부경찰서 홈페이지(sb.dgpolice.go.kr)와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www.dge.go.kr)를 통해 수백 여 건의 비난성 글을 올렸다.

'불구속수사'에 거세지는 비난... 경찰 '곤혹'

네티즌의 비난이 거세지자, 경찰은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대구 서부경찰서는 여론을 의식한 듯 향후 S어린이집 원생들을 상대로 조사해 박 원장의 상습적인 학대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그를 구속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학대했다는 범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고 훈육 차원에서 이뤄진 체벌이라면 법 규정상 처벌도 곤란해 구속수사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너무 거세 경찰로서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홍양 자매는 대구시내 아동보호소에 옮겨져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 자매는 정서적으로도 불안한 상태여서 외부 접촉을 피한 채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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