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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은 대한민국 사법부 치욕의 날로 온갖 고문과 조작으로 얼룩져 있다."

열린우리당 대구시당의 성명이다. 백 번 옳은 말이다. "유족들이 겪었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주장도 지당하다. 이어 박근혜 대표를 겨냥했다. "유신독재 정권의 희생양이 된 민주인사들과 용공조작에 의해 고통 받아온 그 가족들에 대한 죄과는 지금까지도 단 한마디의 사과나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 적절한 비판이다.

그러나 "인혁당 사건 재심과 명예회복을 위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야당 대표에 촉구한 것은 생뚱맞다.

야당 대표에 '인혁당 명예회복' 묻는 여당

새겨듣기 바란다. 필자는 이미 인혁당 사건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에 박근혜 대표가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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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 나간 뒤 '시골노인'이라고 밝힌 분은 <오마이뉴스>에 '경상도 사람의 사죄'라는 제목으로 글과 함께 성금을 보냈다. "인혁당사건을 진짜 간첩사건으로 믿어왔던 경상도 대구지역의 32년생 시골 노인이 사죄의 뜻으로 6·25참전 용사보훈금의 일부를 성금으로 보냅니다."

그랬다.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은 일흔이 넘은 '경상도 참전용사'의 동참의지에서 드러나듯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따라서 지금 집권여당이 할 일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비판이 아니다. 그 비판은 민주언론이나 사회단체 몫이다.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할 일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발벗고 나서는 일이다.

이미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중앙정보부의 고문조작 사건으로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명예회복 인정을 주저하고 있다. 서울지방법원에 청구된 재심도 3년이 지난 오늘 이 순간까지 먼지만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행정부나 사법부 두루 천박한 '색깔공세'를 일삼는 수구언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다. 엄중하게 정부여당의 책임을 묻는 까닭은. 국가정보원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중이라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마냥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민주인사 가운데 고 하재완 선생의 부인 이영교씨는 EBS 라디오에서 하소연했다. "해마다 이 때가 되면 사법살인 문제가 거론된다. 곧 후속조처가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하루만 지나고 나면 그만이다. 이미 일흔이 넘은 유족들이 많다. 생전에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보고싶다."

다시 4월 9일이 지났다. 보라. 인혁당과 함께 탄압받은 민청학련 구속자가 국무총리 자리에 올라있다. 대통령과 국가정보원장에는 '인권변호사'가 앉아 있다. 오늘 이 시점에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책임은 한나라당 아닌 집권여당에 있다. '참여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 아닌가.

대통령·국무총리·국가정보원장은 뭐하나

문제는 정부·여당의 의지가 결연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과연 얼마나 적극 나섰는지 묻고 싶다.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 과거사법과 국가보안법 처리를 2월 임시국회에서 슬그머니 미뤘다. 심지어 '밀약설'까지 불거졌다. 과연 4월국회에서 과거사법을 처리할 지 두고 볼 일이다. 인혁당 사법살인의 근거가 된 국가보안법이 이른바 '실용주의'로 흐지부지 되는 꼴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그래서다. 이 참에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거듭 촉구한다. 제발 더 이상 변죽만 울리지 말라. 하나하나 성실하게 풀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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