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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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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의 어느 마을 웅덩이 옆에 사람들이 빗물 잘 빠지라고 만든 통로가 하나 있습니다. 이 통로는 두 해 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덮개가 없는 이 통로 안에 백 마리 가까운 두꺼비들이 갇혀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동생과 나는 그곳에서 두꺼비들을 건져서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든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두꺼비들에게 이 통로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시킬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이 통로에 두꺼비들이 빠지지 않도록 돕는 방법은 없을까요?

2. 차에 깔려 죽음

ⓒ 손상호
두꺼비들이 차에 깔려 죽는 일은 두꺼비가 사는 곳에서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고양시의 어느 곳에서는 하루 저녁에 수십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한 쌍이 껴안은 채로 죽은 경우, 그리고 암컷이 죽어서 길 바닥에 알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 특히 안타깝습니다.

3. 파헤쳐진 웅덩이

ⓒ 손상호
두꺼비들이 모여 드는 웅덩이 옆에 또 하나 커다란 구덩이가 있었고 거기에 포클레인 한 대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두 곳 모두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물어 보니 한결같이 양어장을 만든다고 합니다. 양어장을 만들기 위해서 웅덩이의 물을 다른 구덩이 쪽으로 뽑아내고 나니 물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진흙뻘만 남았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모인 두꺼비들 중 한 쌍이 붙어 있고, 그 뒤를 수컷 한 마리가 따릅니다. 이 두꺼비 쌍이 알을 낳아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미 어렵게 낳은 두꺼비 알들도 물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동생과 함께 이 알들을 보다 안전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가보니 그사이 새로 낳은 알들이 진흙뻘에서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보니 그 웅덩이 흙은 모두 기계로 갈아 엎어놓았습니다.

4. 불균형한 암수 비율과 겨울 가뭄, 개발로 위협받는 서식지

ⓒ 손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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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암컷이 남아 도는 일은 본 적이 없습니다. 수컷들이 많아서 늘 암컷들한테 달라붙으려고 난리입니다. 몇 해 전에 황소개구리한테 달라 붙은 두꺼비 수컷들이 매스컴에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암컷이 수컷보다 수가 적기 때문에 생긴 일로 보입니다.

이런 일은 비단 두꺼비만의 일이 아니고 다른 개구리 종류들에서도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것 자체가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암컷은 수컷보다 몸집이 훨씬 큰 경우가 많고 비슷한 경우도 드물더군요. 알 낳을 만한 나이의 암컷이 되려면 더 오랫동안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오랫동안 살아남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결국 알 낳을 준비가 된 암컷의 수가 수컷보다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입니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죽은 암컷을 껴안고 있는 두꺼비 수컷을 보는 일도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겨울에 눈이 별로 안와서 웅덩이에 물이 별로 없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그 지역에 사는 두꺼비 수도 몇 마리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리하여 암컷마저도 거의 살아남아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요? 성남의 어느 곳에서 그런 짐작을 할 수 있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그곳에서 두꺼비 수컷 십여 마리가 울어댑니다. 모두 암컷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컷을 타고 있는 수컷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며칠 지나고나서 두어 차례 다시 가봤는데 두꺼비들이 보이지 않았고, 두꺼비가 알을 낳은 흔적도 볼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곳은 개발이 되기 쉬운 지역이어서 몇 해 안에 두꺼비 알 낳을 곳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5. 웅덩이가 사라지고 들어선 아파트

ⓒ 손상호
얼마 전에 내 부모님이 사시는 남양주시의 아파트 뒤 마른 논에서 두꺼비들이 알 낳을 곳을 찾지 못해서 헤매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두꺼비가 알 낳기 적당한 웅덩이는 이미 그곳에 없습니다. 아마도 얼마 전에 사라졌을 것입니다. 약간의 물기가 남은 곳에 두꺼비 몇 쌍이 알을 낳았지만 물이 마르면 모두 죽고 말 것입니다.

그곳 주변에서는 벌써 말라죽은 산개구리 알덩이들을 물기 없는 논의 이곳 저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처럼 두꺼비 알 낳는 터가 사라진 곳에 아파트와 빌라는 하나둘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6. 무관심

ⓒ 손상호
두꺼비들이 알을 낳으러 모여들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 있는지 대체로 관심이 없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이런 일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두꺼비를 보고도 황소개구리로 잘못 아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무심코 두꺼비를 차로 죽인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우리 이제는 발 아래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끝으로 지난 2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야생동식물보호법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 정작 두꺼비를 비롯한 생물종들을 보호하는데 실제로 보탬이 될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새로 바뀐 법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준비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그물집 물살이 (mulsari.com)에 올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 글은 물살이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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