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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1월 15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를 방문해 사열하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일 찰스 캠벨 주한미군 참모장 겸 미8군사령관이 긴급회견을 갖고 한국인 인력 1천명 감축계획을 발표한 것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결과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한미간의 '작전계획 5029' 및 '전략적 유연성 협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오마이뉴스>의 확인 요청에 대해 "한·미 연합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은 한반도 모든 우발사태에 대비해 작계를 입안하고 점검·훈련하는 것"이라며 "작계5029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고 말해, 작계5029 수정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협상이 진행중이고 또 일부 이견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미국이 한국 정부와 작계5029를 수정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 '작계5029' 대비해 적극적...한국, 북한 자극 우려 소극적

한·미연합사의 '작계 5029'(O-Plan 5029)는 북한 붕괴 대비계획으로 경제난, 쿠데타 등으로 인한 북한 난민의 대량유입 등 북한 체제의 붕괴에 대한 구체적인 대처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국측은 '작계 5029'가 현실화될 것에 대비해 지난 99년에 게리 럭 한미연합사령관 시절에 만든 우발사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한국측은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작계 수정에 소극적이어서 미국측이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법사·정보위원인 최재천(서울 성동갑·열린우리당) 의원은 6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캠벨 참모장이 지난 1일 사전 예고도 없었던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에 대해 모든 언론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한국측의 방위비 분담금 축소 주장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시'로 해석했다"면서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고 밝히고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최재천 의원은 우선 방위비 분담금은 줄어든 게 아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환율하락으로 원화(貨) 베이스 분담금은 줄어도 달러 베이스로는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시민단체는 지난 3월 17일 방위비 분담협상 관련 논평에서 주한미군 경비를 원화기준으로 약 7천억원 가량 지원키로 잠정 합의한 것을 비판하면서, 잠정합의한 지원금을 달러로 환산하면 7억 달러로, 미국은 전년(6.22억 달러)보다 오히려 12% 이상 인상된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제시했다.

최 의원은 "그런데도 대부분의 언론은 우리가 '불과 몇 백억' 덜 부담하려다가 미국을 잘못 건드렸고 이로 인해 한·미동맹을 깨뜨리고 있다는 논법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말하자면 문제의 구조와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언론이 한·미동맹을 '이간질'시키는 주범이 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방위비 분담금 축소에 따른 캠벨의 불만은 언론이 헛짚은 것이라며 "한미간의 작전계획 5029 협상과정에 불만을 품었을 가능성"을 첫 번째로 꼽았다. 최 의원이 꼽은 두 번째 가능성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월 8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밝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이다. 둘 다 현재 한·미간의 쟁점현안이다. 따라서 실제 가능성이 크다.

작계5029는 99년 북한정권 붕괴 대비한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MOOTW)계획

작계5029는 북한 정권 붕괴를 대비하기 위해 1999년 게리 럭 한미연합사령관 시절에 만들어진 것으로, 대량 탈북난민, 내전(內戰), 대량살상무기 대응 대책 등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MOOTW: Military Operations Other Than War)에 대한 계획이다.

다시 말해 작계5029는 북한에서 소요나 내란이 일어나 김정일 정권이 붕괴하고 그에 따라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경우 등에 대비한 작전계획이다. 문제는 이 작계5029가 한미연합사가 북한 지휘부와 핵시설을 제한적으로 선제 정밀타격하는 것을 골자로 해서 만든 또 다른 작전계획인 '작계5026'과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즉 6자회담이 결렬되고 북핵 위기가 고조되어 미국측이 지난 94년 1차 북핵 위기 때에 만든 '작계 5026'을 가동해 북한 지휘부와 핵 시설에 대해 초정밀 공습을 가할 경우 북한에서 내란이 일어나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면 그때는 작계 5029가 가동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재천 의원은 "우리나라는 작계5029와 같은 작전계획의 성립 자체에 대하여 회의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런데 미국은 한·미 연합사의 공식 작전계획으로 성립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이를 둘러싸고 한미간에 갈등이 노정되어 있음을 밝혔다.

최 의원은 이어 "캠벨 참모장의 발언은 분담금 축소에 따른 불만이 아니고 작계5029와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한 협상과정에서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 국무부의 방위비 분담대사가 한국측과 협상을 통해 조정하고 통합해야 될 일을 군인이 나서서 일방적인 발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의원은 작계5029 수정 협상과 관련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를 대비해 볼 때 진정으로 신중한 검토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면서 "이는 어느 일방의 의사만으로 성립될 수 없는 대단히 위험하고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앞서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얘기해서 한미 연합사가 하는 일은 한반도 모든 우발사태에 대비해 작계를 입안하고 점검·훈련하는 것이다"면서 "작계5029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고 말해 한미간에 협상이 진행중임을 시인하면서도 큰 갈등이나 이견은 없다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 지난 1월 NSC 보고 받고 '진행상황 집중보고' 지시

이 고위 관계자는 또 "그러나 전시(戰時)가 아닌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으로 전투력을 투사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용납 못할 일이다"고 말해 미국측의 수정안에 무리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으로서도 한반도에서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 주한미군 독자적인 작전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한국과 미국이) 작계를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그런 차원이다"고 말해 갈등이나 이견이 조정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이 서로에 대해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물밑에서 대화가 이뤄지고 있으니 시간을 두고 해결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월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관계자로부터 한·미간의 '작계5029' 수정협상을 둘러싼 갈등과 문제점에 대해 처음 보고 받고 "이 문제가 중요한 사안인 만큼 협상 진행상황을 집중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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