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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식목일 아침 7시, 시계의 알람이 울어대고, 동시에 휴대폰에서도 꽥꽥 고함을 질러댑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개수대 정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쌀을 씻어서 손등에 잠길락 말락 하게 물을 넣고, 쌀을 안칩니다. 그러나 압력밥솥에 처음으로 밥을 하므로 여간 조심스럽지 않습니다.

이제 미역국을 끓여야 되는데, 처음 해보는 것이라 자신이 없습니다. 나는 우선 미역은 따뜻한 물에 불려 둡니다. 10분쯤 지난 후, 미역을 건져내어 물을 짜냅니다. 그리고 참기름을 두른 후 미역과 조개를 함께 넣어 볶습니다. 물기가 졸아들면, 솥에다 물을 낙낙하게 부어 중불에 끓입니다. 압력밥솥에서는 끊임없이 딸랑대는 소리가 나므로, 불을 줄여서 조금 더 그대로 둡니다.

다음은 조기를 구울 차례입니다. 식용유를 두르고 중불에 올려서 몇 번을 뒤집습니다. 그런데 냄새 탓인지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기미가 보입니다. 나는 얼른 아내를 침대에다 다시 눕히고, 이불을 덮어 줍니다. 조기가 노릇노릇 참 잘 익었습니다. 이제는 거칠 것이 없습니다. 명란젓은 잘게 썰어서 참기름을 조금 붓고 파를 송송 썰어서 조물조물 무쳐 냅니다.

김을 가위로 잘라서 그릇에 담고, 김치를 냉장고에 꺼내어 상에 올려놓았습니다. 밥을 푸는데 조금 무른 느낌이 들지만 스스로 평가해도 그런 대로 잘 된 편입니다. 미역국은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드디어 상을 차려 냅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런 대로 평소의 상차림은 되는 것 같습니다.

▲ 내가 끓인 미역국으로 차린 아내의 생일상
ⓒ 한성수
딸아이는 용돈을 모아 산 케이크를 내어놓습니다. 그러나 아침은 밥을 먹어야하므로 점심 때 자르기로 하고, 잠시 밀어 놓았습니다. 아이들이 아내를 생일상으로 모셔오는데, 감격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어제부터 체하여 속이 안 좋다고 하면서도 밥 한 공기를 비웁니다. 그런데 아들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선물이라며 봉투를 건넵니다.

▲ 선물 살 돈을 모으지 못한 아들이 급히 고안한 자유이용권
ⓒ 한성수
겉봉에는 ‘욱이의 특별선물’이라고 적혀 있고, 안에는 아홉 장의 자유이용권이 들어 있습니다. 아내에게 받아서 그 내용은 읽어보니 '한자공부를 하게 하는 한자 이용권' 3장(3급 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정말 하기 싫은 모양입니다), '게임-스톱권' 2장, '안마권' 2장(친절하게 이 세상에서 최고의 안마라고 자랑을 해 놓았습니다), '해피권' 1장(자기의 장기를 보여 준다나?)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침을 먹고 딸아이가 친구들과 창원 시내로 구경을 간다고 해서, 시내까지 태워 주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창원 ‘늘푸른 전당’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나누어 마시고는 주위를 한 바퀴 걷습니다. 그런데 잔디밭에 토끼풀이 파릇파릇 돋아 있습니다.

우리는 잔디밭에 앉아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네잎클로버’를 찾아봅니다. 다섯 잎이 붙은 클로버를 찾아서 보여주니, 아내는 신기해 합니다. 나는 어렸을 적에 ‘여섯 잎 클로버’도 많이 찾았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아내는 올해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징조라며 참 좋아합니다. 그러나 15년 전, 당신이 이 못난 시골 청년에게 왔던 그 순간, 이미 나는 생애 최고의 ‘행운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알록달록한 가정을 꾸려서 살아가고 있음은, 그 행운이 유지되고 있는 징표랍니다.

▲ 우리가 찾은 각종 ‘네잎 클로버’ - 내사랑 '연'
ⓒ 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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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의 세상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가입을 원합니다. 또 가족간의 아프고 시리고 따뜻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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