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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이 지역 사람이 아니면 어딘지 잘 모르실 겁니다. 영동고속도로 타고 강릉에는 와보셨지요? 강릉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40여분 달리면 양양군 강현면입니다. 유명한 낙산사가 있는 곳이지요. 이곳 사람들은 낙산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그 곳에서 천여명이 넘는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대피하게 만든 산불이 어제(4일) 밤늦게 부터 시작하여 오늘 오전까지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곳에는 연기가 제법 자욱합니다.

저는 속초에 살고 있습니다. 산불 현장에서 약 10여km쯤 떨어진 곳이지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헬기들이 잠자리 떼처럼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식목일. 모처럼 늦은 잠을 자보려던 계획은 헬기 날아가는 소리와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무슨 군사작전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방송에서 들려오는 뉴스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 곳에서는 산불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산불로 인한 연기가 이곳까지 퍼져서 속초 시내와 설악산 자락에 희부연 흔적을 남겼습니다.

▲ 5일 오전 아파트 베란다에서 본 양양 방향입니다. 평소엔 손에 잡힐 듯 선명한 풍경이던 이곳에 희뿌연 연기가 자욱합니다.
ⓒ 송주현
속초와 가까운 양양. 그래서 양양에 집을 두고 속초로 출근한 사람들은 계속 뉴스를 들으며 일손을 잡지 못했습니다. 소방헬기들이 끊임없이 남대천(양양의 하천)의 물을 길어다 뿌렸지만 이곳의 바람이 워낙 거세서 진화가 어려웠습니다.

예로부터 양강풍이라는 말이 전해 내려옵니다. 양양과 강릉의 봄바람이 너무 세서 이르는 말입니다. 속초만 해도 든든한 아파트 창문이 흔들거리는 소리가 그 어느 지방에서 들어본 소리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이 바람을 타고 불씨가 하나라도 날아가게 된다면 영동지방에 산불이 퍼지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소방당국에서 그토록 산불에 대해 예민해지는데도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는 데에는 바람의 탓도 늘 있어 왔습니다.

▲ 몇 주 전 주5일 수업으로 인한 휴업일에 속초 동명항에서 본 설악산 모습입니다. 산불만 없었더라면 오늘도 저런 풍경이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 송주현
산불감시용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거미줄 같은 신고 체제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산은 워낙 넓은 데다가 밤에 일어나는 일은 신고도 어려워 큰 피해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 사진 오른쪽 자락이 설악산이 양양으로 향하는 자락입니다. 오늘처럼 햇살 좋은 맑은 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탁한 색깔. 도시의 스모그처럼 이곳을 덮고 있는 저 연기만 봐도 화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송주현
양양군 화재 진화를 마치자마자 헬기들은 쉬지도 못하고 속초의 하늘을 지나 고성군 비무장지대 산불 진화를 위해 날아갑니다. 헬기의 프로펠러 굉음에 도시가 할말을 잊습니다.

도시의 화재는 소방서가 가까이에 있어서 진화가 쉽지만 시골의 화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봄철의 건조한 산에는 탈 것이 많은 데다가 바람 또한 강해서 큰 산 하나 태우는 건 순식간입니다.

산불을 막아보자고 불을 피우는 것도 삼가는 한식날. 모두 불조심을 생활화해야 겠습니다.

▲ 5일 오후 3시 10분. 라디오에서는 진화되었다고 뉴스에 나오는데 또다시 양양쪽에서 흰 연기가 올라옵니다(사진 중간 아래 오른쪽). 산불의 진화가 덜 된 걸까요? 사람들이 하나둘씩 산불 난 곳을 가리키며 불안해 합니다.
ⓒ 송주현

▲ 5일 오후 3시 20분. 소방 헬기(사진 왼쪽 위) 한 대가 북쪽(고성군 비무장지대 산불 현장이 있는 방향)에서 양양군으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워낙 강한 바람 때문에 진화가 덜된 산불을 진화하러 가는 것 같습니다.
ⓒ 송주현

▲ 5일 오후 3시 25분. 저 산불이 어서 꺼져야 할텐데. 집이 불에 타고 창고가 타고 애써 이룬 재산이 사라지지 말아야 할텐데.
ⓒ 송주현

덧붙이는 글 | 지금 이 순간에도 양양군 쪽에선 계속 하얀 연기가 올라오고 고성군 쪽에 갔던 헬기 몇 대가 다시 양양군 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산불 진화가 덜 된 걸까요? 바람이 워낙 강해서 또다른 곳으로 불씨가 옮겨 갔을까봐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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