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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 참꽃들의 아우성
참말 참꽃들의 아우성 ⓒ 김규환
'밀가루로 만두를 빚었다'거나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믿지 않을 만우절(萬愚節)이다. 특별히 오늘은 '봄이 왔다'고 하면 거짓말쟁이가 될 소지가 크다. 믿지 않을 테니까.

오늘은 정월대보름 아침 더위를 팔 때 흔히 겪는 일과 다름없이 누구에겐들 당하지 않으려면 잔뜩 긴장을 해야 한다. 오전엔 각급 학교에서도 선생님 골탕을 먹이려고 갖은 애를 쓰는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합법적 거짓말을 해도 용서가 되는 오늘, 그대는 어떤 참신한 거짓말로 주위를 환기 시켜 스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이런 날이 하루쯤 있음에 각박한 생활에 활력소로 작용하도록 힘쓸 일이다. 피식 웃고 지나가면 봄날 나른한 오후가 쏜살 같이 지나갈 것이다.

평소에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상이다. 우린 거짓말을 수도 없이 하고 산다. 진짜 거짓말이 있는가 하면 선의의 거짓말이 있다. 남을 헐뜯기도 하고 매장하는 데 곧잘 거짓말을 동원한다.

좋은 사이로 발전하는가 하면 거짓말 하나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까지 한다. 거짓된 말에는 표가 나지만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 얼굴엔 겉은 반지르르하지만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 약도 되고 독이 되는 거짓말을 잘 하는 법을 누가 가르쳐 주면 좋으련만….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 밥 먹었다고 하는 건 진짜 좋은 거짓말이다. 아내와 남편에게 오늘 사랑한다고 해 보라. 거짓인줄 알면서도, 오늘이 바로 만우절이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히 기분 나쁘지 않다. 해묵은 감정이 슬슬 풀릴지 누가 아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밥 먹었냐?"고 물으면 배가 부르면서도 "아직 먹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되곤 했던 이 풍경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직 당신만을 사랑한다. 너 밖에 없어. 참 아름답다. 잘도 생겼다. 당신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각오가 돼있다. 너로 인해 행복하다. 그 때가 제일 행복했다. 그대가 자랑스럽다.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꿈만 같다. 널 잊을 수 없다. 당신을 만난 뒤로 내 삶이 달라졌소.

이런 거짓말이 진실일 때도 있다. 평소 모습대로라면 믿지 않아도 좋다. 속아서 듣는 말이어도 이토록 아름답고 건강한 거짓말은 하루 세번 일일삼성(一日三省) 정신으로 권장하고 장려할 일이다.

시집장가가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부모님께 말이라도 "저 장가갑니다" "저, 결혼할 처자가 생겼습니다"는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처남이 되길 바래본다. 그래야만 당신들께서 칠순잔치를 할 수 있으니까.

아침에 오랜만에 아내가 끓인 쑥국을 먹으며 "이렇게 끓이니까 정말 맛있네.그치 해강아?" 칭찬을 했더니 싱긍벙글 웃으며 출근을 했다. 담배를 끊겠다고 하면 더 좋아하겠지?

아름다운 거짓말엔 이렇게 환하게 웃습니다.
아름다운 거짓말엔 이렇게 환하게 웃습니다. ⓒ 김규환
비록 만우절이어도 하지 말아야할 거짓말을 생각해 본다. "자기야, 나 애인 생겼어. 우리 그만 헤어져"라고 말하는 순간 그 곱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젠 네가 싫다. 너만 보면 화가 나"라고 하면 당장 당신에게 덤빌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너 정말 못생겼다"고 하면 금세 울음보를 터트릴 게다.

오늘 따라 몇 년 전 우매한 한 인간이 저지른 과오 하나가 잊혀지지 않는다. 만우절이라고 "이젠 널 사랑하지 않아"라고 했다가 된통 당한 사건 말이다.

끝으로 오늘 사람들끼리 한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지 또한 미지수다.

덧붙이는 글 | 김규환 기자는 <잃어버린 고향풍경1>(하이미디어 刊)을 냈다.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cafe.daum.net/hongaclub)대표이다. 올 연말 쯤 전남 화순 백아산으로 귀향하여 산나물 백화점 <산채원 山菜園>(cafe.daum.net/sanchaewon)을 만들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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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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