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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수묵화로 순천만의 구석구석을 그려낸 화가 허정 장안순
1년간 수묵화로 순천만의 구석구석을 그려낸 화가 허정 장안순 ⓒ 서정일
순천에서 태어나 붓을 잡고 먹을 갈아 한올 한올 엮듯 그려나간 꽃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전시회를 통해 발표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공모전은 옆집처럼 가까워졌고 그가 그려내는 작품 속의 여백은 몰려드는 관람객들의 마음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엔 '나만의 작품은 어떤 것일까?'하고 고민하게 된다.

예술인에게 있어 이러한 고민을 해 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허정 또한 때론 먼 산을 바라보면서 때론 순천을 가로지르는 동천을 바라보면서 내가 그려내는 나만의 것에 대한 허기짐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홀연히 찾아간 순천만은 그에게 또 다른 작품 인생을 강요한다.

달빛속의 순천만을 표현한 작품 월광을 가리키며 수묵화의 묘미가 이런곳에 있다고 말한다
달빛속의 순천만을 표현한 작품 월광을 가리키며 수묵화의 묘미가 이런곳에 있다고 말한다 ⓒ 서정일
그날로 미친 듯 먹을 갈아 붓으로 순천만을 그려나갔다. 전혀 달랐다. 갈대라는 풀을, 그것도 군락을 이룬 모습을 한국화에서 소재로 삼은 것하며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덤덤한 색채로 광목에 표현해 내는 것하며 동양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것들을 시도한 조금은 파격적인 작업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묵화가 주는 포근함은 순천만의 그것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개펄이 고기 비닐처럼 반짝거리는 달빛 속의 황홀한 순천만을 그린 '월광', 황토로 염색한 광목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순천만의 노을을 표현한 '노을바람', 벌배를 밀고 가는 힘겨운 아낙을 표현한 '엄니' 등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엄니라는 그림 속의 벌배 자국들은 1년여 동안 벌 냄새가 몸에 밸 정도로 순천만에 앉아 고민한 작가의 고뇌까지 표현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4월 20일부터 10일간 인사동에 올라갑니다."

그렇다, 지금 허정화랑에 쌓여 있는 40여점의 순천만 작품들은 모두 서울 인사동으로 간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될 것이다. 수묵화로 갈대의 군락이 표현된 작품은 이것이 최초일 듯싶다. 그리고 중앙전시회로 순천만이 소개되는 것도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먹으로 순천만 이야기를 담아내 전시회를 준비하는 허정은 '중앙무대에서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또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도 받아보고 싶다'고 말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듯 그 지방만의 소재가 가장 전국적일 것이라 말하는 순천사람 허정 장안순, 그에게서 깊은 순천사랑을 느낀다. 이번 전시회가 순천만의 구석구석을 충실하게 표현한 만큼 보는 이에게도 따뜻한 순천만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한다.

요즘은 일반인들도 수묵화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 작품에 관해 의견을 얘기하고 있다.
요즘은 일반인들도 수묵화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 작품에 관해 의견을 얘기하고 있다. ⓒ 서정일
화려한 컬러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세상에서 모든 색이 날아가 버린 듯한 수묵화는 색다른 감동을 준다. 기회가 있으면 해외전시도 하고 싶다는 그에게 이번 인사동 전시회가 큰 발판이 되길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허정 장안순의 수묵화 "아름다운 순천만 이야기"

일시: 2005.4.20-4.29 (10일간)
장소: 서울 인사동 갤러리 상 (02-730-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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