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비전향 장기수 2000
ⓒ 신동필
두 노인의 대화는 무엇이었을까?

두 노인이 나란히 앉아있다. 앉아있음에도 그들의 모습은 어쩐지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어깨는 몹시 경직되어 보이고 뭔가 은밀한 얘기라도 나누는 듯 두 사람은 바짝 붙어있다. 그들은 누구일까? 무슨 얘기를 하는 중일까?

이 사진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신동필이 지난 2000년 송환을 3개월 정도 남긴 비전향장기수들을 주제로 찍은 사진 가운데 하나다. 비전향장기수. 짧게는 13년. 길게는 45년. 0.75평의 독방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낸 이들이다. 그들의 사상이 어떠했다는 문제는 여기서 잠시 미뤄두자.

왼쪽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노인은 이제 곧 다시 북으로 돌아가게 된다. 오른쪽의 노인은 남한에 남는 이다. 두 사람 모두 쓸쓸한 뒷모습이지만 남는 이의 뒷모습이 더 그러해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나는 감히 모자를 쓴 노인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

이제는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희미한 시선. 자신은 끝까지 신념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옛 친구를 이제 곧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 때문일까? 아니 그는 친구의 말을 흘려들으며 어쩌면 자신의 일생은 꿈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원폭 피해자 2003
ⓒ 신동필
그녀의 불안

이 사진의 노파는 누구일까? 낡고 허름해 보이는 집. 스웨터와 조끼, 머플러. 옷을 보면 날이 아직 추울 텐데 그녀는 맨발이다. 손은 불안하여 무엇이라도 잡고 있겠다는 듯 다른 한 손을 꼭 쥐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눈빛에선 두려움과 불안함이 느껴진다. 사진을 찍는 이방인에 대한 것이기보다는 더 근본적인 무엇인가에 대한 두려움. 그녀는 원폭 피해자다. 그녀의 삶은 그날 피폭 이후로 얼마나 변했을까?

그녀의 뒤쪽에 보이는 방안처럼 아늑함보다는 캄캄한 어둠과 적막함만이 가득했을것 같다. 그러나 광복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아무도 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전 '자유'

위의 두 사진은 모두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3월29일부터 4월10일까지 열리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신동필의 사진전 '자유'전의 일부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처럼 시대 속에서 상실된 개인의 자유라는 주제 아래 원폭피해자, 비전향장기수, 일본군 위안부 등 총 9점의 대형 인물사진을 만날 수 있다.

- 작가정보 -
신 동 필

1965 강원도 원주 출생
1990 한국 외국어 대학교 철학과 졸업
2000 상명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 사진학과 졸업
현재 동명 정보 대학교 조형학부 출강

홈페이지 www.photoqs.com

이런 종류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우리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삶을 오래 응시할 때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그 일들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생각해보게 해준다.

전시 첫 날 열린 세미나에 질의자로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 앞에서 자신은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우리가 타인의 삶을 보고 그들의 슬픔과 부당한 처지에 가슴 아픔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세계는 한 걸음 더 희망적인 곳으로 다가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길을 걸어온 그가 더 이상 남들의 아픈 모습을 기록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한 것은 그런 뜻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이번 전시를 보러가는 이들에게 작은 당부를 드린다. 보이는 것에서 조금 더 깊이 보자. 조금만 더 천천히 바라보자.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며 그들에 대한 예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전시정보>>
* 전시일정 : 2005. 3. 29~ 4, 10
* 전시장소 : 국립 창동미술스튜디오 전시실
             (전화 995-3720 홈페이지 http://www.artstudio.or.kr )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09:00 ~ 18:00 <휴관일 없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