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러일전쟁을 기념하고자 세운 '취도기념탑'.
ⓒ 전갑생
러일전쟁 100년, 을사늑약 100년을 맞은 올해 독도 문제로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남 거제시 사등면 가조도 옆 취도(吹島 혹은 독수리 섬)에 있는 러일전쟁 전승기념비(일명 취도기념비)를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비는 러일전쟁을 기념해 진해만요항사령부(鎭海灣司令部)가 1935년 8월 건립한 것으로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해 놓았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고도헤이하치로의 일본 해군이 러시아 동양함대 '마카로호'의 함대 37척과 3천명의 병사를 공격하여 전멸시키자 일본 육군성과 진해요항사령부가 고도를 기념하고자 지금의 취도에 기념탑을 세웠다.

1935년 8월 23일에 열린 취도기념비 준공식에는 진해만요항부사령관 소림(小林)중장 이하 각 장교들, 요항부 사령관, 진해읍장, 마산, 통영주군분대장, 통영군수, 통영읍장, 거제경찰서장, 통영서장, 조기륜(曺基輪) 사등면장 등이 참석하여 축사와 개회사를 했다.

당일 행사에 참석한 요항부사령관은 "취도기념비는 도고사령관의 업적을 높이고 지나사변(만주사변)이후 황군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축제장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 당시 취도공원 조성경비는 220원73전이며 동원 인원은 393명이었다. 조작, 가공, 목축, 비문 등의 작업은 진해만요항부 사령부에서 처리했다. 이 기념탑은 일본군인의 사기진작과 일본인의 영웅을 신격화하고자 제작되었다.

1935년 8월 25일 <부산일보>에 게재된 기사에는 "취도는 진해만 서쪽에 위치한 작고 외로운 섬이다. 과거에 일본해군 동양함대가 당시 밤낮으로 맹훈련하던 곳이었다. 다가오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내는 데 촉매역할을 담당할 해군 용사들은 취도기념비를 보면서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필승다짐을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도 취도에는 약 50평의 기념공원에 높이 4미터, 둘레 2미터의 녹슨 포탄이 솟아 있다. 원형 그대로 보전되어 있으며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들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 탑 주변에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 흔적과 쓰레기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 탑의 정면에는 "취도기념(吹島記念, 높이 450m)"이라고 조각되어 있고 옆에는 해군중장 코바야시 세이자부로(小林省三郞 일본해사 31기)란 글씨가 새겨있다. 뒷면에는 "취도회고(吹島懷古)"라고 조각되어 있다.

이치무라 히사오(市村 久雄 일본해사 31기) 중장이 글을 썼다고 적혀 있다. 건립된 시기는 소화 10년 8월(1935년 8월)로 기록되어 있다. 자세한 비석의 명문은 다음과 같다.

취도는 진해만 서쪽 한 모퉁이에 있는 섬이다. 일로 전쟁때 아군(일본 해군)의 연합함대가 대기했다(吹島在鎭海灣西陽日露戰爭之際我聯合艦隊特機在).

이날 밤에 실탄사격을 이 섬을 표적으로 했다. 그러나 섬의 원형은 파괴하지 않았다(干此日夜行實彈射擊以此島爲標的始不留原形日本)

해군의 공명을 많이 기리기 위해 이 섬에 내가와서 시를 지어 비석을 세웠노라(海之功名赤多所員干此島令建碑成詩以頌之云爾).

시 한 주먹에 취도는 옛 형태는 찾기 어렵고 바위는 포탄에 모래같이 부서졌다. 이 기쁘고 또 기쁜 일이 황국의 이름으로 천년이 가도 없어지지 않는도다(一擊吹島舊形無亂石崩沙鐵火擊喜得旋楊陳迹事千年不朽補皇國)


취도탑, 철거냐 보존이냐

현재 이 탑을 놓고 일부 시민단체가 과거 일제강점기 때 건립된 러일전쟁 승전기념비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러일전쟁 기념비가 그대로 섬에 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며 "당장이라도 철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기념탑 자료를 취합하여 분석해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고 말해 철거쪽에 무게를 두었다.

경남근현대사연구회 관계자도 "러일전쟁은 대한제국을 삼키고 만주와 중국까지 침략하여 대동아공영권을 만들려 한 제국주의 전쟁이다"며 "아직도 러일전쟁 기념탑이 있다는 것은 안될 일이며 당연히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는 "현 위치에서 철거하고 역사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며 "거제시가 나서서 침략박물관이나 거제근현대사 자료실 등을 건립해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역사를 제대로 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신현읍에 거주한 시민은 "무조건 철거하는 것보다 보존해 일본인들을 유치해 관광상품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취도는 문화재 가치도 없다고 판단한다"며 "현재 어떤 계획이 없으나 반드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취도기념탑'문제 해결에 대해 거제시, 학계, 시민단체, 지역사연구가 등이 참여해 공동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향후 거제시의 대응방안이 주목된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