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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강재섭 원내대표는 "좋은 위기"라는 표현을 썼다.

강 원내대표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내사령탑의 지휘관으로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냐는 질문에 "당이 평시 상태였다면 당 대표와 같이 대구경북(TK) 출신인데 내가 원내대표에 당선되었겠냐"며 "당이 내가 무대에서 연기할 수 있는 좋은 위기에 빠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물론 은연중에 튀어나온 부적절한 표현이었을지 몰라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강 원내대표의 '중앙무대' 진출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김덕룡 전 원내대표가 행정도시법 내분의 책임을 지고 물러선 뒤, 치른 경선에서 그는 과반의 표를 얻어 당선되었다. '한나라당, 두나라당 되나'라는 위기의 순간에 의원들은 그를 최상의 '구원투수'로 낙점한 것이다.

그의 당선에 대해 주호영 의원은 "강 원내대표가 '빅3'와 더불어 '차기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자질과 역량을 검증 받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대한의 능력발휘를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강 원내대표에게 '좋은 위기'란 '기회'의 다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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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내 최대 강점? <오마이뉴스>와도 즐겁게 얘기하는 것"

강 대표는 마흔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차세대주자'로 또 'TK맹주'로 5선의 정치경력을 쌓아왔지만 '이회창 대세론'에 밀려 두 번이나 대통령 후보경선 출마를 포기해야 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리고 2003년 당대표 선거에 나섰으나 최병렬 전 총재에 큰 표 차이로 낙선했고, 총선을 앞둔 2004년초 당대표 선거에선 '박근혜 대세론'을 이끌며 스스로 자리를 양보했다.

그런 뒤 강 원내대표는 당내 최대 계파 모임인 '국민생각' 활동과 일주일에 한번 당 중진·최고위원 연석회의에 얼굴을 내미는 것 외에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원내대표 등극 2주일차인 강 원내대표는 시종일관 상기된 표정이다. 이제 '강재섭의 정치'를 할 때가 왔다는 의욕에 찬 모습이다.

"자수성가하는 가문의 영광 되찾겠다"

강 원내대표는 당을 '망한 부잣집'에 비유하며 "자수성가하는 가문의 깃발을 들고 열심히 뛰겠다"며 "내가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워보겠다"고 말했다.

5선의 정치연륜에도 대중에게 각인되는 실적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주연배우를 하고 싶어도 늘 조연 밖에 못했다"며 '환경적 요인'을 들어 "기회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목소리가 없는 당총재 비서실장역, 윗사람들을 백업해줘야 하는 기조실장, 자기 정치를 할 수 있는 연배에 이르렀을 땐 이회창 대세론이라는 벽, 또 아직 젊다며 인큐베이터에서 더 키워야 한다는 나이주의 등에 밀리고 또 밀려 "강재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하나 만들지 못했다"는 것.

그러면서 강 원내대표는 "내 개인 정치인으로서는 한스럽지만 당을 위해서 내가 가진 모든 경륜, 내 밝은 성격을 발휘할 기회가 왔다"며 자신을 무대 위에 선 배우에 비유하며 "연기를 잘하겠구나, 흥행에도 성공하겠구나하는 인상을 남기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그는 "누구누구 대세론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동시에 "이회창 대세론에 안주해 실패하지 않았나"라며 "대세론은 있을 수 없고 현재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고 못박았다.

홍준표 의원은 최근 한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표만이 아니라 이명박 서울시장·손학규 경기지사·강재섭 의원 등 ‘빅4’를 묶어서 로마 원형경기장에 넣은 뒤 2007년 7월까지 혼전을 벌이다가 살아남은 자를 ‘글래디에이터’로 만들겠다"며 강 원내대표를 차기대권주자의 대열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원내대표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라며 "무대가 없으면 아무도 못뛰니 지금은 일단 무대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2007년 대선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았다"며 "마라톤으로 치면 42.195킬로미터 중 20킬로미터도 오지 않은 단계다. 사실 아직 시작도 안한 거다"라고 강한 여운을 남겼다. 또한 그는 "인터넷과 월드컵 등 여러 변수가 생기면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뜨는 드라마를 경험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빅3'가 주도하는 대권레이스를 일축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세론'에 밀려 번번히 기회 놓쳐..."한스럽다"

강 원내대표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한 당의 외과적 대수술이 필요하다"며 3단계 발전안을 제시, '원내'를 넘어 당 마스터플랜을 짜는 수준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우선 1단계는 보약을 먹여 몸을 추스리는 화합의 단계, 2단계는 혁신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당의 대수술,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박근혜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관리형 대표'에게 당을 맡기고 검객(대권주자)들이 강호로 나와 겨루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독을 깨서는 안된다"며 박 대표 흔들기와 분당 등의 상황에 대해서는 "내가 막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홍준표 혁신위원장 등이 주장하는 7월 조기전당개회 개최와 박 대표 재신임도 묻겠다는 입장에 대해 "개인의 의견"이라며 "당명개정을 위한 전당대회는 필요하지만 2년 임기로 뽑아 놓은 당 대표를 의도적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전당대회 계획은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그는 "높은 대중적 인지도, 절제된 행동, 악착같은 사명감 동시에 연약하고 애잔한 느낌 등이 국민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면서 몰락한 가문을 건져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반면 단점에 대해서는 의사소통 문제를 꼽았다. 그는 "심장에서 몸의 각 부분으로 피가 잘 통해야 하는데 당 내 의사소통에 있어 약점을 보였다"며 절차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품성과 관계되는 것 같다. 순수하지만 미숙한 점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또한 그는 '3공 과거사'에 대해서는 "박 대표가 가진 자산이자 부담인 것은 확실하다"며 "그것은 본인이 강호에서 싸우며 극복해야 할 과제라 내가 언급하기는 힘들다"고 당과의 분리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이 과거사법 처리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과거를 잘 정리하지 않고 미래로 나가는 것이 나라의 걸림돌이라고 생각되면 적당한 수준에서 서둘러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박근혜-강재섭 투톱 체제에 대해 "내가 마음을 비우고 헌신적으로 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둘 사이에 알력은 없을 것"이라며 "소신을 밝혀 충돌하기 보다 이면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조정자 역할을 자임했다.

'3공 과거사'..."대권 무대에서 박근혜 본인이 극복할 과제"

'강재섭 리더십'의 첫 시험대라 할 수 있는 4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국가보안법 등 쟁점법안에 대해 그는 "내게 한번 맡겨놔 봐라. 4월 임시국회가 끝나고 난 뒤 정치권에서 강재섭이가 어떤 사람인지 진면목을 보여줄 테니 두고 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각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방침에 대해 그는 "협상전략에 해당한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산발적으로 얘기하다가 결론 없이 헤어지는 의원총회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결정이 나면 밀어부쳐 여당에 질질 끌려 다닌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행정도시법 처리 여파로 조직된 '수투위'(수도지키기투쟁위원회·상임대표 이재오)로 사실상 '두나라당'이 된 것은 아니냐 우려에 대해 그는 "좀 정치색이 짙은 조직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당 내 당은 아니"라며 "한나라당의 외연확대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탈당계를 제출해 의원직을 내놓은 박세일 전 정책위의장에 대해서는 "말린다고 되는 상황이 더이상 아니다. 탈당계를 받았으니 빨리 정리하려고 한다"며 처리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한 달쯤 뒤에 나와 만나 술 한잔하며 정치에 대해 또 국가의 장래에 대해 논하는 '호프미팅'을 갖기로 했다"며 "더 이상은 말을 아끼고 싶다"고 말해 '박세일의 역할론'에 대한 모종의 기획을 암시했다.

끝으로 '자신의 최대 강점을 뭐라고 보나'는 질문에 대해 그는 '대해불택세류(大海不擇細流·바다는 강물을 골라 받지 않는다)'라는 한자성어로 대신하며 다음처럼 말했다.

"최대 강점? 이렇게 앉아서 얘기하는 것이다(웃음). <오마이뉴스>하고도 즐겁게 얘기하고 <조선일보>하고도 얘기하고 <한겨레신문> 하고도 얘기하고, 아무하고나 다 얘기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오마이뉴스>라고 하면 질겁하는 데 나는 그런 것 없다(웃음)."

그는 자신을 '개혁적 따뜻한 보수'라며 '중도우파'라고 규정했다.

강재섭 누구? TK·5공 이미지 드리운 화합형 인물

김덕룡·박희태·이상득 의원과 함께 5선으로 당내 최다선인 강재섭(58)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전두환 정권 시절 청와대 법무·정무 비서관을 지낸 뒤 민정당 청년자원봉사단 총단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민정당이 민자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13대 국회에서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민자당 대변인, 총재비서실장을 거쳐 신한국당 시절에는 원내총무와 이회창 대통령 후보 정치특보를 엮임했다.

이후 2002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경선에 나서면서 '이회창 지지'를 선언했다.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회창 대표 지지를 선언하고 적극 도운데 이어 두 번째. 하지만 "금년까지는 '이회창 정치'를 하겠지만 내년부터는 '강재섭 정치'를 할 것"이라며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2003년 당대표 경선에 나섰다가 최병렬, 서청원 전 의원에 밀려 3위에 그쳤고 탄핵 역풍이 몰아쳤을 땐 '박근혜 대세론'을 내세우며 스스로 당권도전의 기회를 접었다. 이후 그는 대표적인 친박 계열의 인물로 꼽혀왔다.

하지만 '3공'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 대표와 함께 '5공 출신'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또한 박 대표와 함께 TK(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에서 '영남당'의 이미지 또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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