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권기봉 | |
칙칙하게만 느껴졌던 내 어린 시절의 골목. 높은 담에 둘러싸여 소통의 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음습한 단절의 통로같기만 했던 골목. 좁은 골목길은 내 부모들이 살아냈던 시련의 세월만큼이나 길고 깊었다.
길을 잃어 우연히 들어간 프라하의 한 골목. 여느 골목과는 느낌이 판이하다. 이미 이곳을 지나쳤을 이들의 정겨운 이야기들이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주름깊은 늙은이의 조용한 발자욱 소리와 사랑스런 연인들의 속삭임, 시끌벅적 떠들어대는 동네 꼬마들과 수줍은 듯 지나치는 여인들.
이번에도 골목 안에는 나 뿐이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저 보일듯 말듯한 골목 안에서 친구 하나가 달려나올 것만 같다. 무언가 예쁜 이야기를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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