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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집의 양념이 된 주꾸미 모습
ⓒ 김영주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봄에는 주꾸미가 맛있고 가을에는 이왕이면 낙지가 맛있다는 얘기리라. 봄이 성큼 다가왔으니 주꾸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꾸미는 문어처럼 생겼고 낙지하고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르다. 다리는 8개이지만 길이가 짧고 귀엽게 생겼다. 그래서 한 입에 쏙 들어간다. 다리가 8개 이상 달린 것들인 오징어, 문어, 낙지들 중에서 아마 가장 늦게 뜬 녀석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가, 요즘엔 주꾸미처럼 맛있는 걸 쉽게 찾기가 어렵다.

주꾸미를 파는 두 집이 있다. 주력 메뉴도 똑같이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주꾸미 숯불구이다. 두 집 모두 잘 나가는 집이다. 오늘은 두 집에 대한 이야기를 약간의 해설을 덧붙여 가감 없이 펼쳐볼까 한다. 어느 집에서 파는 주꾸미 숯불구이가 더 맛있는가는 네티즌 여러분에게 맡겨볼까 한다. 충무로에 있는 집을 A집, 화곡동에서 주꾸미를 팔고 있는 집을 B집이라 한다.

A집이 주꾸미를 팔기 시작한 지는 26년이 되었고, B집은 올 해로 15년째다. 식당을 10년이 넘게 동일한 메뉴로 장사를 한다는 것은 일단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내공의 면에서는 양 집이 막상막하라고 생각한다.

물론 26년 전이면 주꾸미 숯불구이는 고사하고 일반적으로 주꾸미를 먹는다는 생각은 하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A집은 자신들이 대한민국에서 주꾸미 숯불구이를 최초로 만들어서 판 집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 B집의 양념으로 버무린 주꾸미
ⓒ 김영주
물론 15년 전에도 주꾸미에 대한 낮은 인식은 마찬가지였다. 생각해보라, 주꾸미가 도대체 언제부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는가를. 불과 4, 5년 내외일 것이다. 그것도 데친 다음 초고추장을 찍어먹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 집의 주꾸미 숯불구이에 대한 선도성과 개척정신은 아무리 높은 점수를 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렇다면 각각 어떤 계기를 통해 주꾸미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을까. A집의 사장님은 어머니가 전라도 순천에서 한정식 집을 하셨는데 여러 가지 반찬들 중 하나가 주꾸미였다는 것이다. B집의 여사장님은 충남 서천 출신으로 할아버지 때부터 어부를 했는데 주꾸미를 주로 잡았다고 한다. 식당을 오랫동안 해 온 내력과 바다에서 직접 잡아온 내력의 대결인 것이다.

주꾸미는 어떤 것을 쓸까. A집은 주꾸미가 1년 중 가장 맛이 좋을 때라는 10월에서 2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잡은 것을 대량 구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산지인 순천만, 고흥반도, 고창, 부안, 서천, 대천 등을 가리지 않고 1년 동안 만들어 팔 수 있는 양을 위의 기간 동안에 구매를 한 다음 급속냉동을 하여 1년 동안 판매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B집은 주로 서해안에서 잡히는 주꾸미를 쓰고 있는데, 생물, 다시 말해 살아 있는 주꾸미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주꾸미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주꾸미는 1년생으로 연중 잡히기는 하지만 주로 9월경부터 많이 잡히고 5월에 산란을 하고 사망을 한다. 산란을 앞두면 당연히 알이 차기 시작하는데 알이 찬 주꾸미는 데쳐 먹을 때는 가장 맛이 있는 부위지만, 구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A집은 알이 찬 주꾸미는 아예 상대도 하지 않고 가장 맛있는 철에 잡은 주꾸미로만 승부를 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냉동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고, B집은 알이 찬 주꾸미가 맛이 떨어지는 것은 맞지만 그 차이는 미세하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그 보다는 살아있는 주꾸미를 쓰는 것이 더 큰 원칙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 A집의 주꾸미 숯불구이
ⓒ 김영주
두 집 모두 수입 주꾸미를 쓰지 않는 것은 동일하다. 크기는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육질에 있어서는 국산은 부드러운 반면 수입은 질기다. 주꾸미를 잡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소라가 자기 집인 줄 알고 들어가 있다가 소라를 잡으면서 덩달아 잡히는 것과 통발로 잡는 방식이다. A집은 통발로 잡은 주꾸미를 주로 쓰고 B집은 소라로 잡은 것을 고수한다.

주꾸미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씻는 것이다. 연체동물은 겉에 보호용으로 미끄러운 것이 있는데 이것을 얼마나 잘 제거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A집은 소금으로 문질러 씻어내고 B집은 씻는데 밀가루를 사용한다. 소금으로 씻는 이유는 양념을 먹게 하는 데 좋고 쫀득쫀득해진다고 한다. B집이 소금으로 씻지 않는 이유는 소금으로 씻으면 육질에 상처가 나지 않겠냐는 뜻에서다.

이제 어쩌면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양념장에 대해 얘기해 보자. 두 집이 공히 양념장을 만드는 것은 공통이다. 그런데 A집은 미리 만들어 놓는 소스 개념의 양념장이 없이 1시간 정도 전에 양념을 하여 주꾸미에 버무리고, B집 또한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양념을 묻힌다는 점에서 양념갈비처럼 미리 오랜 시간을 재운다는 것이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B집의 양념장은 3일에서 5일 정도의 숙성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두 집의 양념장을 만드는 과정에는 큰 차이는 없다. 단 A집은 고추장을 직접 담그고 있고, B집은 파인애플 등의 과일즙을 중요한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 B집의 구워지고 있는 주꾸미
ⓒ 김영주
굽는 방식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참숯은 아니지만 열탄을 사용하고 있고 주꾸미는 살짝만 익혀서 먹어야 제 맛이라는 것을 권하고 있다. 물론 낙지보다 주꾸미가 더 맛있다는 데에도 똑같이 동의하고 있다. A집은 체인 사업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전통음식의 맛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B집은 직영 점포를 3곳 운영하고 있고 기술이전만 해주는 조건으로 30여 개의 체인점이 있다.

내가 두 집을 가서 먹어본 주꾸미 숯불구이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 맛이 있었다. A집은 주꾸미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는가에 놀라며 연신 입으로 주꾸미를 집어넣기에 바빴고, B집의 주꾸미 숯불구이는 매콤한 맛과 신선한 백김치가 어우러져 또 다른 주꾸미의 세계를 알게 하였다.

주꾸미의 맛을 알고 싶은 네티즌들에게 두 집의 주꾸미 숯불구이를 권한다. A집은 충무로에 있는 <쭈꾸미불고기>이고, B집은 화곡동에 있는 <어부의 딸>이다.

덧붙이는 글 | <쭈꾸미불고기> 02-2279-0803 / <어부의 딸> 02-2608-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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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관심이 많습니다. 진심이 담긴 글쓰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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