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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골목 어구 노점상에서 기념품을 흥정하는 동남아 관광객들.
닭갈비골목 어구 노점상에서 기념품을 흥정하는 동남아 관광객들. ⓒ 이덕림
독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일관계가 급속 냉각되면서 일본 내 한류열풍에도 찬바람이 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특히 '겨울연가'의 촬영지라는 유명세에 힘입어 ‘한류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내 고향 춘천으로선 남달리 민감하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외국 관광객을 맞는 우리의 태도는 더 한층 은근한 정성이 배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감정을 표출함에 있어서도 분별력을 잃어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이 없어야할 것입니다.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헤집어 냉철하게 대처하되 두 나라 국민들 사이엔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배려함이 현명하면서도 성숙한 자세일 것입니다.

'한류'가 '양국민의 가슴을 따뜻이 덥혀주는 난류(暖流)'로 오래오래 흐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입니다.

지난 3월 11일 금요일 오후. '겨울연가'의 배경 춘천 명동거리엔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임에도 '겨울연가'의 감동을 현장에서 체험하고자 찾아온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은 여전히 끊이지 않았습니다. 2백 미터 남짓한 춘천 명동길을 몇 번씩 왕복해 걸으면서 이것저것 꼼꼼히 둘러보는 그들의 표정은 진지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만남의 광장'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말레이지아에서 온 위루이난 씨 가족.
'만남의 광장'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말레이지아에서 온 위루이난 씨 가족. ⓒ 이덕림
길거리 상점들에 걸린 상품들을 한참동안 들여다보기도 하고, 뒷골목 노점에서 '겨울연가' 관련 기념품을 살펴보며 흥정하는 모습들이 이젠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명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명동 입구 조금 아래 '만남의 광장'입니다. 바로 닭갈비골목으로 들어가는 어귀 작은 네거리에 사진촬영 포인트로 꾸며 놓은 곳입니다. '겨울연가'의 두 주인공 배용준과 최지우의 대형 브로마이드와 함께 스테인리스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지요.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이 곳에서 두 주인공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좋아합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고향을 찾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명동엘 들렀다 옵니다. 한류바람을 확인하는 기쁨과 함께, 멀리서 우리 고장을 찾아온 이국(異國)의 손님들에게 반가운 미소라도 보내주고 싶어서입니다.

이날도 나는 말레이지아에서 온 화교 위루이난(余瑞南)씨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DVD타이틀을 통해 '겨울연가'를 세 번이나 보았다는 위루이난 씨는 그 드라마를 보고서 한국인들의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씨를 느꼈다고 합니다. 또 말레이지아에서도 화교사회를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와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인기가 아주 높아 자기처럼 한국에 와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도 들려주었습니다.

나는 흰 꽃잎처럼 눈송이가 바람결에 흩날리는 이날 흐뭇한 광경 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만남의 광장' 조형물을 열심히 닦고 있는 최승원 씨
'만남의 광장' 조형물을 열심히 닦고 있는 최승원 씨 ⓒ 이덕림
한 젊은이가 관광객들이 뜸한 사이를 틈타 '만남의 광장' 조형물을 닦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얀 헝겊을 양손에 들고 스테인리스 조각 작품의 구석구석을 꼼꼼히 닦는 손길이 처음 하는 것이 아닌 듯 익숙해 보였습니다.

이름을 물어도 잘 대답을 않던 청년은 인근 스포츠용품 가게에서 일하는 최승원(27)씨였습니다. 그는 “눈비가 내린 뒤엔 조형물에 얼룩이 져 닦아줘야 한다”며 정성스레 걸레질을 계속했습니다.

“아유, 기특해라. 또 수고하는구먼.” 지나가던 아줌마 한 분이 청년의 등을 두드려 주고 갔습니다. 아줌마에 의하면 그 청년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그 주변 청소를 도맡아 한다고 합니다.

최승원씨는 “요즘엔 일본 사람들은 좀 줄어든 것 같고 대만에서 많이 옵니다”라고 명동의 요즘 상황을 전하기도 합니다.

‘겨울연가’가 우리에게 안겨준 기회를 지속적으로 살려나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지혜로운 생각을 모아야할 때입니다.

춘천이 ‘한류의 성지(聖地)’로서 ‘한류 순례자’들이 끊임없이 이곳에 찾아오게 하려면 최승원씨처럼 기쁜 마음으로 비를 들고, 걸레를 들고 나서는 시민의식이 필요합니다.

‘관광 춘천’은 ‘깨끗한 춘천’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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