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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수 검찰총장이 21일 대검찰청에서 퇴임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21일 대검찰청에서 퇴임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보강 : 21일 오후 4시]

"처음에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라고 하더니만, 언제 '수사처'(공직자부패수사처)라고 바뀌었대…. 수사를 그리 하고 싶나?"

"대선수사 당시 총장에게 직접 또는 수사하는 중간라인이나 수사 당사자에게 정치권 등의 압력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당시 상황에 비춰 수사에 영향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것(강 전 장관과의 긴장관계)은 각 부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오늘이 강금실 전 장관 생일이라 작은 선물까지 보냈다."


다음달 2일 퇴임을 앞둔 송광수(55) 검찰총장이 털어놓은 속내이다. 송 총장은 오늘(21일) 퇴임기자회견 자리에서 오는 4월 국회에서 법안 발의가 추진중인 공수처(공직자부패수사처) 법안과 관련해 그동안 보여왔던 반대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또 대선자금 수사에서 행해졌던 정치권의 압력과 강금실 전 장관과의 갈등설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날 송 총장 기자간담회는 대검찰청 8층 접견실에서 40여분간 20여명의 출입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송 총장은 우선 공수처 문제와 관련해 "검찰이 정치권을 수사해서 (검찰 힘을) 약화시켜야겠다는 생각에 공수처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자꾸 마음이 그리로 가는 것을 볼 때 안타깝다"면서 "제가 (검찰에서) 나가니까 이런 말을 하는 것이지, 공직에 있으면 실로 어려운 이야기"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추진 중인 공수처의) 내용 면에서 애초 (대통령이) 선거과정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수처 설립 취지, 이유와 다르게 확대되고 있어 솔직히 당혹스럽다"며 "검찰도 정부 기관인데 내놓고 국회에 의견을 전달할 수 없어 갑갑하다"고 말했다.

이어 송 총장은 "그 제도(공수처)에 법률적 문제가 많다는 것은 수차례 언급했고 언론에도 발표가 됐기에 다시 말씀드리긴 그렇다"면서도 "공직자 비리는 한 나라의 문화나 사회, 정치적 배경 등이 복합돼서 나오는 것이지 전담 수사기구 하나를 만든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 기구가 없기 때문에 공직자 비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직도 못다한 일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이같은 발언에 앞서 송 총장은 29년간의 검사생활을 접는 소회에 대해 "열심히 했지만 아직도 못다한 일이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밝혔다. 또 "자기 직업에 오랫동안 종사하면서 항상 미진한 것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고 총장으로 2년 있으면서도 좀더 열성적으로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이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동안 송 총장은 '검찰독립시대'를 맞아 재임중 살아있는 권력까지 겨냥한 사상 유례없는 대선자금 수사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현대비자금 사건과 대북송금 사건, 17대 총선 선거사범수사 등을 통해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을 향해 사정없는 '칼날'을 휘둘러 그동안 검찰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떨쳐버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송 총장 "대선자금 수사는 90점 정도... 정치권 압력 받은 것 사실"

송 총장은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100점은 안되겠지만 수사에 종사한 사람들의 열의와 의지, 수사의 내용과 결과가 한국 사회에 미친 여러 가지 영향을 볼 때 한 90점 정도로 크게 미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송 총장은 "대선수사 당시 총장에게 직접 또는 수사하는 중간라인이나 수사 당사자에게 정치권 등의 압력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당시 상황에 비춰 수사에 영향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압력이란 것이 수사의 칼날을 피하고자하는 나쁜 압력을 말하는 것으로 그런 것은 언제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체하고 이겨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송광수 검찰총장과 기자들간의 일문일답.

-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질문받았던 국가보안법 폐지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다.
"다시 국감을 하는 것 같다(웃음). 아직도 예민한 문제인데, 떠나는 위치에서 개인적인 견해도 있지만, '폐지가 맞다. 존속이 맞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곤란하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돼 있는 상황이면서 남북화해 협력모드가 조성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북한이 대남적화 전략을 버리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기능을 하는 법체계(안보형사법 체계 등)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갈등이나 긴장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자주 언론에 비춰졌는데, 강 전 장관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저도 그 덕에 언론도 타고 좋았다. 하하. 법무부와 검찰이 협력할 때도 때고, 견제해서 긴장관계에 있을 때가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외부에 좋지 않은 이미지로 비춰져서 안타까웠다. 갈등이라기보다 법무부장관이 생각하는 개혁이나 추진하고자 하는 일에 반대하기보다 검찰이 생각하는 것에 서로 견해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이 비춰져서는 안되는데,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이것은 각 부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오늘이 강 전 장관 생일이라 작은 선물까지 보냈다."

- 최근 검찰 고위간부들의 인사청탁설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요즘 검찰의 인사청탁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만약) 인사청탁을 정치권에 하면 나중에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어떻게 하겠나. 신세를 지면 (수사의) 칼날이 무뎌진다. 또 다른 열심히 하는 동료가 이를 알면 (인사에) 승복을 안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없어진다. 결국 인사청탁은 그 조직을 망하게 하는 병폐중 하나인 만큼 검찰문을 나설 때까지 막아볼 작정이다."

- 청와대 검사 파견제와 관련해서 하실 말씀은?
"긍정적인 말이 많다. 반면 지금 검사의 신분을 갖고 파견되는 제도가 정착되고 있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말도 있다. 과거 청와대의 민정수석 등이 검사장급의 검사가 파견돼 수사에 영향을 미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평검사나 부장검사급이 파견되면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지 않고, 검찰을 잘 아는 사람이 사건이나 그 사건 보도에 대해 대통령의 정확한 판단에 도움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 대선자금 수사로 기업들의 경영에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보나.
"과거에는 기업들이 정치권에 많은 돈을 불법 제공하는 사례가 있지 않았나. (이런 부분이) 개선되고 있다. 앞으로 정치권이 기업에 혜택이 주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기업들의 자정결의도 많다. 가끔 기업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약하기보다는 한국 사회에서 비정상적인 특별지원이나 그밖의 것이 정치권의 힘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는 사회현실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없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 후임 총장에게 바라는 당부와 앞으로의 검찰 방향은 어떠했으면 하는가.
"후임 (김종빈) 검찰총장은 검찰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정확하게 잘 아는 분이라 더 드릴 말이 없다. 앞으로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지금도 많이 개선하고 있지만, (첫째로) 국민 위주로 제도를 개선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을 만들어야 한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따뜻한 검찰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이상이다. 둘째로 검찰 자체 정화문제에 더욱 더 힘쓰고, 셋째로 수사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위해 후임 총장을 정점으로 전 검찰조직이 의지를 갖고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

한편 송 총장은 퇴임식 이후에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지에 대해 생각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 기자가 '대학에서 교수직 제의가 없었냐'고 묻자, 송 총장은 "제가 학문적 깊이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전혀 그런 제의가 없는데 집사람이 말하길 내가 공부를 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한다"고 말하는 등 기자들의 질문에 재치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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