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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굴렁쇠에서 고정된 한 지점이 평평한 지면 위를 앞으로 진행해 갈 때 굴렁쇠의 고정된 한 지점도 따라 움직인다. 이때 고정점의 움직임이 하나의 곡선을 그리게 되며 굴렁쇠가 회전할 때마다 곡선은 하나의 사이클을 이루며 반복하게 된다.(그림 참조)

1599년경 갈릴레이는 이 곡선을 '사이클로이드(cycloid)'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사이클로이드는 다른 움직이는 물체의 자취와는 달리 특별한 특징이 있다.

▲ 사이클로이드곡선
ⓒ 이근무
사이클로이드 위에 여러 개의 공을 거리를 두고 놓아 보자. 아주 짧은 순간에 공이 중력에 의해 굴러 떨어지게 되므로 유심히 관찰하여 보자.

점 L이 사이클로이드의 가장 낮은 점이고 오른쪽 P1, P2에서 동시에 굴렸을 때, L에 도착하는 시간이 같다. 즉, 사이클로이드 위에 두 개의 공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동시에 떨어뜨리면 두 개의 공은 바닥으로 동시에 도착한다. 사이클로이드 위에 놓인 물체는 거리에 관계없이 바닥에 동시에 떨어지게 되는 것. 이런 이유로 사이클로이드를 등시강하곡선(等時降下曲線)이라고도 한다.

또 하나의 특별한 성질을 보자.

직선, 포물선, 사이클로이드, 원을 따라 공을 굴리면 어느 곡선 위의 공이 가장 먼저 도착할까? 언뜻 생각하면 직선 경로가 길이가 짧아서 가장 시간이 짧게 걸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거리는 직선이 짧지만 시간은 사이클로이드가 가장 적게 걸린다.

사이클로이드 위에서는 각 지점에서 중력가속도가 줄어드는 정도가 직선보다 작기 때문에 가속도에 의해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도착 지점까지의 시간은 직선이나 다른 어떤 궤적 보다 빨리 도착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이클로이드를 최단강하곡선(最短降下曲線)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이클로이드 형태는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개 끝이 그리는 궤적에서도 사이클로이드를 찾을 수 있다. 새의 날개 끝은 몸체를 기준으로 사이크로이드 형태의 타원궤적을 이루며 이로 인한 양력으로 앞으로 전진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사이클로이드는 경사면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낸다. 동물들도 이러한 성질을 알고 있다. 하늘 놀이 나는 독수리나 매가 땅 위에 있는 들쥐나 토끼, 쥐, 뱀 등을 잡을 때 직선으로 하강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로이드에 가깝게 목표물을 향해 곡선 비행을 해 먹이를 포획한다.

우리 나라 전통 가옥의 기와 지붕도 그 모양이 아름답다. 지붕을 덮고 있는 널찍한 암키와와 그 끝에 조각된 판이 붙어 있는 암막새의 모양을 보자. 일정한 두께로 납작하게 곡이 휘어져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런 모양으로 기와를 만드는 걸까?

기와의 기능은 지붕을 장식하고 눈과 비바람을 막아내는 것이다. 기와의 모양이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이루고 있다. 그 이유는 빗물이 기와에 머무는 시간을 가능한 줄임으로써 빨리 흘러가게 해 빗물이 새는 걸 막아 목조 건물의 부식을 막기 위함이다.

초가 지붕의 처마와 제주도 오름들의 모양에서도 사이클로이드를 찾을 수 있다. 이외에도 자동차 변속기어 등에도 회전이 원활하고 마모가 적도록 하기 위하여 사이클로이드를 이용해 기어를 제작한다. 또 지금은 사라진 진자시계(추시계, 부랄시계), 다리 및 문 등의 건설에도 사이클로이드에 가까운 아치형 곡선을 이용하여 건축물의 견고함과 미관을 함께 보장하고 있다.

사이클로이드 곡선 어디에 물체를 놓아도 중력의 영향으로 미끄러져 떨어질 때에는 동시에 최저점에 도달하며 경사면에서 물체는 두 점 사이의 최단거리인 직선이 아닌 원의 사이클로이드 곡선이 가장 빠르게 도달한다.

수학자들은 이 기이하고 우아한 성질을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그리이스 신화의 헬레느의 아름다움에 빗대어 '기하학의 헬레느'라 부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의신문(http://www.ngotimes.net)에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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