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5일 오후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리는 교통회관 대강당 입구에서 노사정 대화복귀에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이 "사회적 교섭안건 폐기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임시대의원대회도 반대파의 실력저지로 무산됐다.
지난 15일 오후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리는 교통회관 대강당 입구에서 노사정 대화복귀에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이 "사회적 교섭안건 폐기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임시대의원대회도 반대파의 실력저지로 무산됐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기아차노조에 잇따른 항운노조 채용비리… 최근 이어진 곤혹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노동계 전반에 걸쳐 '위기론'이 퍼지고 있다.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현 상태로는 이 위기를 수습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일까. 노동계 안팎에서 요즘 부쩍 새로운 조직의 출현에 대한 예측이 흘러나온다. 이른바 '제3노총론'이다. 대기업노조 중심의 기존 한국·민주노총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위기 극복은 물론 진보도 기대할 수 없다는게 제3노총론의 근거다.

하지만 노동계는 '공식적으로는' 이같은 움직임을 부인하고 있다.

"제3노총? 옛날부터 흘러나온 얘기"

"제3노총? 옛날부터 흘러나온 얘기 아닌가. 4·5년도 더 된 얘기다. 한마디로 실체가 없는 조직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제3노총의 출현 가능성 대해 딱 잘라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노동운동을 해 온 그의 말에 따르면, 노동운동의 위기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조직의 출현설은 분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활동성을 가진 조직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다른 간부도 "그냥 떠도는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현재의 상황으로 봤을 때 제3노총의 출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노총은 잘 모르겠지만, 민주노총 내에서는 당장 뛰어나가 다른 노총을 만들만한 조직이 없다"고 말했다. "조직의 분열은 곧 조직의 궤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총 내부에 몸담고 있는 간부들의 분석과는 다르게, 제3노총이라는 그림은 이미 상당히 그럴듯하게 그려진 상태다. 또 제3노총의 그림도 한 가지가 아니라 2∼3가지다.

"실체없다" 부인 불구 2∼3가지 '밑그림' 입소문으로 확산

최근 논의되고 있는 노동운동의 위기론 사이로 '제3노총 출현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제3노총 준비위를 표방한 한 인터넷 사이트.
최근 논의되고 있는 노동운동의 위기론 사이로 '제3노총 출현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제3노총 준비위를 표방한 한 인터넷 사이트. ⓒ 오마이뉴스
우선 노동계에 떠도는 얘기를 종합하면, 제3노총의 밑바탕을 이루는 조직은 K·H기업 노조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노조 2∼3곳이다. 지도부에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현직 국회의원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출범 시기도 올해나 내년쯤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계가 있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노총이나 산별노조 게시판에는 '제3노동조합운동총동맹 창립준비위' 명의로 된 <한국 제3노동조합운동총동맹 창립준비 선언문>이라는 글이 떠돈다. 하지만 '창립준비위'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현재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민주노총이 현재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쪼개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민주노총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서로 다른 길을 택할 경우, 불가피하게 제3의 조직이 출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렇듯 현재 제3노총이 구체화된 입소문으로 퍼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인된 실체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다.

노동계에 떠도는 '정부 여당 기획설'

한편 노동계는 이렇게 떠도는 제3노총론이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합작품이라는 의심을 강하게 품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노동운동을 향해 "도덕성과 정당성을 잃었다"고 수차례 언급한 것도 일종의 '경고'였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기아차노조나 항운노조 채용비리 등이 참여정부 초기부터 작심하고 조사에 들어간 청와대가 터뜨린 기획작품이라는 의혹은 노동계 전반에 퍼져 있다. 민주노동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우리는 기아차노조 채용비리 등이 청와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 제3노총에 관한 언급이 계속 흘러나오는 것도 노동계의 의구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에서 노동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은 지난 17일 "민주노총 내 강경파와 한국노총의 일부 구시대적 노조를 제외한 합리적 노선의 노동운동 결성 흐름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것이 가시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정부와 여당이 새로운 조직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정부와 여당이 제3노총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의원은 앞서 지난 15일에도 "민주노총은 극좌 맹동주의자와 결별해야 한다"고 말해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