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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는 이금이씨와 정상화(왼쪽)씨
노점상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는 이금이씨와 정상화(왼쪽)씨 ⓒ 정종인
서민들의 삶이 고단하다. 정부는 각종 경제지표를 발표하며 경기 호전을 연일 발표하지만 '여론용'인지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여전히 바닥권이다. 문전성시를 이루던 식당가에도 찬바람이 분다, 아니 칼바람이다.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거리의 노점상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요즘은 외지에서 물밀 듯 들어오는 생계형 원정 판매상들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은 전북 정읍의 노점상들. 그들의 일상도 푸념이 켜켜이 쌓여가고 가슴은 숯덩이가 되어가고 있다.

계란빵과 액세서리에서 건져올린 '삶의 희망'

계란빵 굽기 일인자인 정상화씨
계란빵 굽기 일인자인 정상화씨 ⓒ 정종인
경기 한파가 계속되면서 서민들의 생계 수단인 노점상 경기마저 꽁꽁 얼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장사는 안되는데다 노점상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그나마 목좋은 곳에 위치한 노점상을 제외하고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 지경이라는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외지 원정상인들까지 유입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황금 잉어빵 노점상을 차린 한모(58)씨는 “밤이면 손님들이 끊겨 하루 2만원 매출을 올리기도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생계 수단으로 찾아나선 서민들의 생계형 리어카 창업이 급증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의 한파로 지난 겨울이 성수기인 노점상 경기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이와 함께 지난 해부터 지속되는 불황의 한파에 리어카 노점상 경기마저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한결 같은 반응이다.

정읍시 수성동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는 "지난해 매출의 30%도 안된다"며 "그나마 경쟁이 가열되고 늘어나는 노점상 때문에 이마저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읍 시내의 최고상권으로 급부상한 정읍우체국 정문 앞. 업무에 바쁜 회사원들과 분주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계란빵과 어묵을 팔며 삶의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영배·정상화씨 부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해에 비해 '반토막'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그나마 인근 고급 의류매장들도 매출 급감으로 업종 전환이 다반사일 정도로 불황의 늪이 깊은 게 '동병상련'이다.

정씨의 계란빵은 5백원에 팔리고 있다.
정씨의 계란빵은 5백원에 팔리고 있다. ⓒ 정종인
김씨 부부는 "인생의 좌절과 어려움 속에서 가정의 의미와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며 열심히 살고 있지만 매출이 급감해 시름이 깊다"며 우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도 지난해에는 계란 7판을 사들이면 '운수 좋은 날'은 매진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2판 팔기도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매출 급감 경기 회복 '희망'

몇 년 전까지 막노동판에서 생계를 이어가다 동생으로부터 기구 일체를 인수해 따뜻하고 맛있는 계란빵을 만들어 팔고 있는 이들 부부는 "비록 힘들고 지치는 노점장사지만 따뜻한 계란빵 속에 그간의 고된 삶의 회한이 들어 있다"며 "매출은 떨어졌지만 그래도 아내와 의지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게 보람이면 보람이다"고 털어놨다.

젊은 시절 김씨는 내장상동에서 소 20마리와 농사를 지으며 별 어려움 없이 살았다. 그러나 지난 80년대 초반 광풍처럼 몰아닥친 소 파동의 한파로 인해 소와 가정 모두를 잃고 밖으로 내몰리는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

이들 부부는 시당국의 노점상 일제단속으로 인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쾌적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시행되는 단속이라 어디에 원망할 것도 없지만 장소를 옮겨서라도 장사만큼은 계속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3년째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고 있는 이금이씨에게는 7살된 아들이 있다.
3년째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고 있는 이금이씨에게는 7살된 아들이 있다. ⓒ 정종인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는 이금이(30·여)씨도 걱정이 태산이다. 올해로 3년째 액세서리 판매 노점상을 하는 이씨는 큰돈은 아니지만 솔솔하게 가계에 보탬이 됐던 수입이 현저히 줄어 요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7살배기 외아들을 두고 있는 이씨는 "점차 어려워지는 서민들의 생활이 걱정"이라며 "확실한 경기 부양책이 만들어져 장사도 잘되고 시민들의 어께도 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리의 주역(?)으로 살아가는 노점상들의 얼굴에 햇살이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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