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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우(31.강릉시 노암동)
김희우(31.강릉시 노암동) ⓒ 최백순
그가 자격 취득을 위해 시험을 본 횟수는 136번. 나름대로 분석한 합격률은 74%다. 교재, 응시원서 구입 등에 들어간 비용은 690여만 원이 전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학력과 현재 직업. 그는 초등학교만 정식으로 졸업했다. 중학교는 물론 친구들이 고등학교 1학년일때 졸업자격인증을 받았다. 대학 역시 학점은행제를 통해 정보통신학 등 2개의 학위를 받았다. 군대도 실용적으로 마쳤다. 이왕이면 돈 벌면서 갔다오자는 생각에 준사관생활을 선택했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인 그의 현재 직업은 막노동이다. 실내인테리어를 하는 인척을 따라 다니며 하루 5~6만 원의 일당벌이를 하고 있다. 요즘에는 그 일 마저도 불안하다.

그가 막노동을 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부터다. 14살의 어린나이에 친구집에서 운영하는 벽돌 공장에서 벽돌 나르기를 시작했다. 목수 조경 등 안 해 본 공사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돈을 벌어보겠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정규 과정으로 학교를 마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비용면에서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낮에는 공사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기를 거듭했다.

작은 체구에 체력이 모자라 3일 일하고, 3일 공부한 적도 있다. 처음에는 돈을 버는 게 목적이었지만 수입의 대부분은 공부하는데 들어갔다.

자격 취득의 달인인 그에게도 어려운 일이 있다. 취업이 그것이다. 지난해에는 강릉시청 기능직 10급에 응시했다가 떨어졌다. 자격증이 많은데 왜 이곳에 취업하려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안정적인 급여 받으면서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던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여러 곳에 원서를 넣었지만 다들 50여개의 자격증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가 보유한 자격증을 나열하는데 만 5장의 종이가 필요하다. 필요한 것 몇 가지만 적으라고 하지만 다 적어 넣는 고집을 부린다. 어렵게 딴 자격증인데 숨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강릉에 살고 싶어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모집 공고도 없다. 지난해에만 5곳에 응시해 면접까지 봤지만 허사였다. 자격증을 쉽게 취득하는데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학과 시험은 2~3일 공부하면 가능한 것도 있지만 실기는 열심히 노력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의 아내도 25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남편을 따라서 같이 공부한 결과다.

요즘 그는 사회복지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일과 공부만 하다 보니 자신의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기도 하고 가치있는 삶은 남과 더불어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자격증을 그렇게 많이 따서 뭣 하려느냐’ ‘한 가지 일을 깊이 있게 하는 것이 낫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고 한다.

그때마다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매달리기 보다, 어떤 일인지 먼저 알아보고 공부하는게 낫다’고 답한다. 또 50여 가지 일을 섭렵하는데 4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김희우씨의 올해 목표는 취업이다. 정규직으로 취업해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그것을 통해 하고 싶은 공부를 더 하는 것이 소원이다.

그는 “능력이 되는 줄 모르고 오랜 시간을 투자 하기보다 어떤 일이 나의 적성에 맞는지 먼저 알아보고 싶었다. 모르는 분야가 또 있는지 계속해서 찾고 있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영동매거진(http://www.ydmagazine.com) 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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