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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인권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인, 이른바 인권바로미터는 주로 그 사회의 소수자들이나 약자들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처해있고, 어떤 대우를 받는지 살펴보면 된다. 예컨대 거리에서 장애인들을 얼마나 볼 수 있는지가 그 사회 인권수준을 살펴볼 수 있는 단면이 되는 것이다.

그런 바로미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사회의 처우이다.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우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서 그 사회 인권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병역거부수감자의 수를 통해서 한국사회 인권의 위기 신호를 경고하는 '빨간신호등 캠페인'이 9일 4시에 혜화역 4번 출구에서 열렸다.

▲ 캠페인 참가자가 빨간신호등 모형을 쓰고 병역거부수감의 변동추이를 나타내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전쟁없는세상
병역거부 연대회의의 통계에 따르면 2005년 2월 15일 현재 총 885명의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 갇혀 있다. 2004년 8월 헌법재판소가 ‘현행 병역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뒤로 재판이 연기되었던 병역거부자들이 수감되면서 올 봄안에 수감자 수가 1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60년 동안 1만명이 넘는 병역거부자들이 수감생활을 한 터라, 885명이라는 숫자가 그다지 크지 않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병역거부자를 제외한 다른 양심수들의 총합이 79명(2005년 1월 통계, 민가협)인 것을 비교해봤을 때, 이 숫자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또한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가 48개국 정도가 되는데, 다른 모든 나라를 합한 것보다 많은 사람이 병역거부로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은 한국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가르쳐 준다.

▲ 말풍선 퍼포먼스를 하면서 재미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캠페인 참가자들
ⓒ 전쟁없는세상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들은 저마다 말풍선 피켓을 들고 재미있는 표정들을 연출하기도 하고, 병역거부자의 법정 최후진술문을 낭독하기도 하였다. 피켓들의 주요 내용은 현재 병역거부자들의 수감상황을 알리는 내용과 병역거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답변들로 이루어져있었다.

임기란 어머니는 “민가협이 자식이 감옥에 가 있는 어머니들의 조직인데, 이런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며 한국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한편 병역거부 연대회의의 최정민 활동가는 “지금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 복무를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고, 오는 17일에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공청회를 한다”면서 대체복무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빨간신호등 캠페인은 9일을 시작으로 3월 한 달 동안 매주 수요일 4시에 혜화역 4번출구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병역거부수감자들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보시려면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 http://withoutwar.org 에서 '병역거부자 만나기'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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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를 하면서 평화를 알게 되고, 평화주의자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출판노동자를 거쳐 다시 평화운동 단체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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