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다음은 9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투명사회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 전문이다.... 편집자 주


여러분 대단히 감사하다. 이처럼 뜻깊은 자리에 함께 하게 돼서 매우 기쁘다.

우리가 거국적이라는 말을 자주 써왔는데 대체로 실감이 안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야말로 그야말로 실감나게 거국적이라는 말을 써도 될 자리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시민사회와 경제계, 정치권, 정부가 함께 손을 맞잡고 협약을 체결한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영상물과 서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정말 성공적인 민주주의 모델 하나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협약문의 내용이나 참여하신 분들을 봐도 그렇고 체결과정을 봐도 그렇다. 대화를 통해서 공동의 목표에 합의하고 그것을 사회적 약속으로 발전시키는 그런 모범을 세웠다. 이러한 협약이 노사관계 등 사회 각 분야로 확산돼서 국민의 힘을 한데 모으고 우리 사회를 한층 성숙시키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일랜드의 경우 1987년 국가재건협약을 맺고 사회통합을 이루어낸 결과 1만 달러 수준이던 국민소득이 2002년에 3만달러로 올라섰고 20%에 육박하던 실업률도 지금은 3~4% 대로 머물러 있다. 오늘 우리가 서명한 협약도 더 투명한 사회, 선진한국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협약을 제안한 시민단체 여러분과 이에 흔쾌히 호응하신 정치권, 경제계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와 치하 말씀을 드린다. 정말 큰 일을 해내셨다.

존경하는 각계 지도자 여러분,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이룩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발전은 스스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부패문제에 있어서만은 큰 소리 하기가 어려웠다. 투명성지수가 아직도 세계 40위권에 머물러 있다. 물로 치면 아직 3급수 수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동안에도 부패청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93년에는 금융실명제가 도입됐고, 국민의 정부 들어서서는 관치금융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개혁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정경유착의 고리는 이제 확실히 끊어진 것 같다. 이제 선거철에 기업들이 몸살 앓는다는 얘기나 연말이 되면 해외로 나가는 그런 문화는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야말로 경영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고질화된 부패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전반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행정과 시장시스템을 개선해서 부패가 일어날 수 있는 소지를 아예 없애야 한다. 공기가 잘 통하고 햇볕이 잘 들면 곰팡이는 자연히 스러지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적 통제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모든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부패추방의 방법이다. 그랬을 때 우리 사회는 특혜를 줄래야 줄 수도 없는, 그리고 청탁을 해봤자 별 소용이 없는 그런 사회가 될 것이다.

참석자 여러분, 오늘 맺은 투명사회협약은 정말 중요한 약속들을 많이 담고 있다. 이제 보다 구체적인 추진로드맵을 통해서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나가야 할 것이다.

먼저 공직부패수사전담기구가 조속히 설치됐으면 좋겠다. 이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고 권력기관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미 국회에 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여야가 합의해서 잘 처리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공직자 재산등록제도도 좀더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해서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주식백지신탁제도 등을 추진해 나가야 될 것이다.

최근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제도에 대해서는 개선방안을 마련중에 있다. 검증대상과 절차를 법제화하고 국회인사청문회 적용대상을 국무위원으로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고자 한다.

공직사회나 정치권의 부패는 민간부문, 특히 경제계와 맞닿아있다. 민간부문의 투명성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이고 선진경제를 이루는 필수요건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분식회계와 지배구조, 그리고 규제문제를 들고 있다.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주식가격의 24%의 프리미엄이 더해질 것이고, 우리 경제가 싱가포르 수준으로 투명해지면 연 평균 15조원 이상의 달러가 국내시장에 들어올 것이라는 그런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도 부패방지위원회를 중심으로 450개의 제도개선과 규제완화과제를 도출해서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갈 것이다.

참석자 여러분, 약속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협약실천위원회의 설치를 명문화 한 것은 아주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범국가적인 부패방지시스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국민적인 지원과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

투명사회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또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 한국이 산업화의 벤치마킹 모델이 됐듯이 부패청산과 투명화에 있어서도 또 하나의 본보기가 되도록 합시다. 저와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 그동안 수고하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말씀 드린다. 감사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