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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삭지도를 하는 김종명 훈장
첨삭지도를 하는 김종명 훈장 ⓒ 우리안양 제공
백발이 성성한 김종명(66세) 훈장을 따라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이 새록새록 빛난다. 지난 4일 금요일 안양시 달안동사무소 2층 어린이 한문교실의 오후 정경이다.

"각자들 써 봐요. 아니, 아니. 이렇게 쓰면 안되지"

김 훈장이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첨삭 지도를 하는 동안 한문 교실의 분위기는 무르익는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한자교본을 꼼꼼히 적어간다. 친구끼리 오순도순 지우개도 빌리고 제법 자유스런 분위기다. 판에 박아낸 듯 또박또박 한문을 쓰던 권문수군은 한자검정시험에 통과했다며 한자의 뜻까지 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들어오는 아이들과 "다 끝났어요"라며 나가는 아이들로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해 보인다. 1시간에 2페이지를 거뜬히 쓰고 확인을 받는 강하늘 양의 모습은 당당하고 자신만만해 보인다.

김 훈장은 "저학년과 고학년, 그리고 들어오는 시기가 모두 다르다보니 수업은 늘 개인지도 형식이지요"라고 말한다. "선생님 이게 뭐예요?" 아이들의 질문은 수시로 이어진다. 훈장은 "선비 사(士)는 위가 길어야 돼요"라며 지휘봉으로 획수를 지적한다.

한자교실의 수업 정경
한자교실의 수업 정경 ⓒ 우리안양 제공
"자, 보세요. 사람 인(人)하고 들 입(入)은 똑같이 쓰면 안돼요. 들 입(入)은 여기가 나와야 하고, 여덟 팔(八)은 이렇게 띄어 써야 돼요."

자주 틀리는 글씨를 순서대로 번호를 붙여가며 목청을 높인다. 일시에 아이들의 시선이 칠판으로 집중되며 이내 교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연필 잡는 아이들의 손 모양이 각양각색으로 어딘가 모르게 어설퍼 보인다. 훈장은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자판에 익숙한 세대라서 연필 잡는 손 모양은 물론이고 왼손잡이가 많아요. 옛날에는 왼손으로 못 쓰게 했지만, 시대 적 흐름에 따라 양손으로 쓰는 것도 묵인합니다. 산만한 아이들을 체벌 없이 지도하기란 때로는 힘들지만, 꿈나무를 육성하고 있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라며 흡족한 표정이다.

마음에 맞는 친구끼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마음에 맞는 친구끼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 김재경
"8급부터 시작하여 단계 별로 넘어가며, 1년 남짓 열심히만 하면 공인으로 인정받는 4급 자격 취득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김 훈장은 20여년 서예학원을 운영했던 중등 교사 출신이다. 한자 지도뿐만 아니라 한문에서 파생되는 예의범절과 눈에 거슬리는 행동거지며 인성까지도 바로 잡아 주고 있다.

평소 한문 교실은 50여명 정도가 참여 하지만, 방학 중에는 30여명으로 감소한다. 훈장은 수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아이들의 이름은 다 기억 못해도 학습능력이나 수준은 훤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전국적으로 1년에 3회 한자 검정시험이 있다. 2004년 한 해 동안 이곳 한자 교실을 이용한 학생 중 30명이 한자검정시험에서 자격을 취득하며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

정겹게 공부하는 모습이 귀엽다.
정겹게 공부하는 모습이 귀엽다. ⓒ 김재경
달안동사무소 이성희 사무장은 "어린이 한문교실은 주민자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98년부터 시작, 한자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맞벌이 부부가 많은 아파트촌에서는 더 없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부모님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라고 말한다.

이 한문교실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편리한 시간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인기 있는 이곳만의 매력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지도하는 훈장의 배려와 열정이 하모니를 이루며 달안동 어린이 한문교실은 꿈나무의 산실로 거듭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우리안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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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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