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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평화와 발전을 위한 한미관계'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크리스토퍼 힐 대사
'동북아 평화와 발전을 위한 한미관계'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크리스토퍼 힐 대사 ⓒ 송영한
"북한의 미래, 6자 회담에 달려 있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 대사는 이날 강연에서 먼저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역시 북핵문제"라고 전제하고 북핵문제에 대한 여러 의견을 말했다.

힐 대사는 "북한이 6자 회담에 참여하겠다, 참여하지 않겠다, 여러 가지 설이 나오고 협상조건에 대해 그 이야기를 따라가기조차 매우 벅찬 상황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북한 자신의 미래가 6자회담의 테이블에 나오는데 달려 있다"며 "핵무기는 북한에 식량도, 안보도, 자부심도 줄 수 없다"고 단언하고 "보건, 교육, 인권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북한이 자부심을 가진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길이 그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힐 대사는 "미국이 작년 6월에 제안한 협상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며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면 추가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밝혀 김정일 위원장이 말한 조건 충족에 대한 시사성이 있는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힐 대사는 "6자회담을 넘어 더 크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라이스 장관의 말을 빌려 "회담이 실패할 개연성을 시사하느냐?"는 질문에 "6자회담이 논리가 있는 형식의 대화"라고 정의하고 미국은 6자회담에 초점을 맞추고 성공시키기 위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은 "미국의 수석대표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한 힐 대사는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측과의 협의를 몇 차례 강조해 6자회담에 관하여 미-중 간에 모종의 긴밀한 협의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한-미 FTA 협정, 말보다 실천할 때"

앞으로 진행될 한-미 FTA협정에 관하여 "미국의 보호주의 경향이 강화되어 더 많은 개방 압력이 우려되는데 서로 의견 차이를 어떻게 줄이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힐 대사는 80년대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경제관료로 근무했을 때의 경험을 언급하며 "무역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던 80년대 유쾌하지 못한 담배 협상을 하면서 든 의문이 좀더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하지 않을까였는데 그 포괄적인 합의가 곧 FTA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힐 대사는 지지부진한 현재의 협상진행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제하고 "FTA에서는 말 그대로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것, 기술적 경제적인 것보다는 사회적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스크린 쿼터 문제 같은 것들을 먼저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모든 연구기관의 발표가 한-미 FTA 협정 체결이 양국 이익에 부합한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고 무엇이 양국에 가장 좋은 타협안인지 모두 알고 있는 만큼 좀더 노력하여 진전을 이루자"고 역설했다.

감사패를 전달 받는 힐 대사
감사패를 전달 받는 힐 대사 ⓒ 송영한
동북아 허브국가가 되려면 교육개방 필요

미국의 대학들이 한국에 분교를 개설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교육개방문제에 대한 질의에 대하여 힐 대사는 한국 국민과 학생들의 교육열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이 교육에 있어서 성공한 국가의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사교육과 공교육의 균형문제 등 당면과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한국이 동북아 허브국가를 꿈꾸고 있다면 그것은 개방과 국제적인 개념인 만큼 교육개방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캠퍼스에서 많은 학생들을 만나본 경험으로는 "한국 국민들은 그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필요가 있으며 그들로 인해 여러분들의 미래가 밝다"며 노련한 외교관의 립 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한국은 동북아와 전 세계로 눈을 돌려야"

"북핵문제가 아주 긴급하고 어려운 사안이지만 한국의 유일한 도전과제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힐 대사는 "미국 국민들은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이 최근 20년 동안 이룩한 민주주의와 인권문제의 성공을 한국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할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이런 가치들이 다른 나라에도 전파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며 "올해 APEC 의장국인 한국은 한국 이외의 지역과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대전 후 유럽의 발전상을 열거하고 지금은 53개 회원국을 갖고 있는 OSCE(유럽안보협력기구)의 탄생과 NATO에 관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유럽파트너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깊은 존중심을 표현한 힐 대사는 "동북아에서도 과거의 역사를 청산하고 아세안과 아세안 플러스 등과 같은 동북아 협력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으며 미국은 흔쾌하게 공동체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일들을 이룩하는데 강대국과 약소국의 구분은 없으며 "나는 인구 200만 명에 불과한 주 마케도니아 대사를 지냈지만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마케도니아와 미국은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비록 동북아에서 상대적으로 중국의 규모가 크다 해도 의지와 더불어 접근 방법만 올바로 택한다면 규모와는 상관없는 좋은 관계가 가능하다고 전망하기도 하였다.

끝으로 힐 대사는 한국에 한반도와 관련한 문제만이 아니라 더 넓고 세계적인 사안을 다룰 것을 주문하면서 "아태지역 여러 국가들이 공동의 정체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세계 10위의 경제국인 한국은 6자회담을 넘어 더 국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다자주의의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한국이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과 전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강연을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구리넷(www.gurinet.org)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송영한 기자는 구리넷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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