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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 2주기 추모식에서 한 유족이 가족들을 껴안은채 오열하고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 2주기 추모식에서 한 유족이 가족들을 껴안은채 오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지하철 참사 2주기 추모식에서 희생자 192명의 위패와 꽃바구니가 빼곡히 채워져있다.
대구지하철 참사 2주기 추모식에서 희생자 192명의 위패와 꽃바구니가 빼곡히 채워져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지하철 참사는 이 시대 모순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입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관심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대구지하철 참사 2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9시 30분 대구시민회관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유족과 시민 500여명이 참석했다.

내리는 비와 오열 속에 진행된 추모식

이날 추모식에는 임채정 열린우리당 대표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 정·관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참사가 발생한 오전 9시 53분을 기해 울린 사이렌 소리와 함께 시작된 추모식은 참석자들의 묵념으로 이어졌다.

장유경 무용단이 '님이여 편히 쉬소서'란 제목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의 넋을 하늘로 보내는 춤을 선보이고 있다.
장유경 무용단이 '님이여 편히 쉬소서'란 제목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의 넋을 하늘로 보내는 춤을 선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시민단체 대표로 추도사를 한 정학 참길회 대표는 "대구지하철 참사는 이 시대 모순이 그대로 드러나 엄청난 희생자를 낸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그들의 아름다운 꿈과 영혼의 가치가 이 시대의 거대한 함정에 빠져버린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애도했다.

대구지하철 참사 유족들이 국화를 헌화한 후 오열하고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 유족들이 국화를 헌화한 후 오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정 대표는 이어 "유족의 슬픔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우리의 가슴속 한 곳에선 무관심과 무책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살아남은 시민들은 관심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대학 1학년을 다니다 지하철 화재로 목숨을 잃은 고 장정경양의 어머니 임연지(45)씨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임씨가 편지를 낭독하자 울음을 참고 있던 유족들이 곳곳에서 오열했다.

임씨는 "대학 졸업반이 되었을 경아. 그래도 이렇게 숨을 쉬며 살아있는 엄마를 용서해. 사랑한다면서도 보고싶다면서도 너랑 함께 하지 못한 엄마를 용서하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열 속에 진행된 추모식은 추모시 낭송과 추모의 노래에 이어 판토마임 시연가 조성진씨의 공연과 장유경 춤패의 추모무용으로 이어졌다.

참석자들의 분향과 헌화를 마지막으로 끝난 대구지하철 참사 2주년 추모식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유가족들의 오열로 울음바다를 이뤘다.

이어지는 추모행렬..."더이상 가슴 아픈 참사는 안돼"

한편 대구지하철 참사 2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는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식 전날인 17일부터 마련된 중앙로역 1층 광장에는 전날에 이어 시민들의 분향과 헌화 계속되면서 추모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시민들은 지나치는 발걸음을 멈추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대구지하철 참사로 가족을 잃은 한 유족이 희생자의 위패 앞에 국화를 헌화하고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로 가족을 잃은 한 유족이 희생자의 위패 앞에 국화를 헌화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분향소를 찾은 시민 이금숙(55·동구 신천3동)씨는 "참사 이후에도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데 중앙로역을 다니면 항상 참사 당시 슬펐던 기억이 떠오른다"면서 "당시 숨졌던 젊은 아이들이 내 자식들은 아니지만 부모의 마음처럼 가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참사 당시 동창이 희생됐다는 안근미(24)씨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때의 기억이 잊혀지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더이상 가슴 아픈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날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를 참사 2주기 안전주간으로 설정한 대구지하철희생자대책위와 시민사회단체는 18일 오전 11시 지하철 방재시스템 등 안전지하철 만들기 시연회를 가진데 이어 오후 2시부터는 대구컨벤션센터에서 '그날의 아픔을 넘어서'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중앙로역 환풍기위에 참사 희생자들의 수와 같은 192개의 촛불이 켜져 있다.
중앙로역 환풍기위에 참사 희생자들의 수와 같은 192개의 촛불이 켜져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렇게 숨쉬며 살아있는 엄마를 용서하렴"
고 장정경 양의 어머니 임연지(45)씨가 딸에게 보내는 눈물의 편지

▲ 추모식 도중 오열하고 있는 임연지씨.
ⓒ오마이뉴스 이승욱
고운 천사가 된 엄마 딸 정경에게….

너무나 여리고 고와서 어떻게 엄마 품에서 떼어 놓을까?
너무나 깨끗하고 예뻐서 어떻게 세상 밖으로 첫 발을 내딛게 할까….
스무 살이 막 지나면서 사랑스런 눈빛,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나 아까워서 어떻게 시집을 보내지.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사랑스런 정경아. 엄마는 매일 이러고 살았었지. 넌 언제까지나 엄마 곁에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나 부질없고 너무나 원통한 이제는 엄마만의 독백이 되어버렸구나. 모든 세상이 필름이 끊긴 채로 시간이 멈출 것 같았는데 무심한 또 한 편의 시간은 많이도 흘렀고 또 그렇게 흘러가겠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무런 기약도 없이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만 남기고 너무나 억울하게 아빠 엄마 곁을 떠난지 벌써 두해가 되었구나!

정경아 잘 지내고 있니?...(중략)...그토록 정경이가 아끼던 동생 OO이도 오늘 이 자리에 와 있단다. 2월 19일 내일이면 군입대 한지 꼭 1년이 된단다. 오늘은 OO이도 포상휴가를 받아서 누나를 만나러 온거야. 2003년 2월 18일. 사고 당일에 누나를 찾겠다고 중앙로 역으로 들어가기를 몇 번...

하지만 그 지옥속엔 어둠만이 깔려 있었단다. 온 얼굴이 잿더미처럼 까만 검정으로만 묻어 있었고,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괴성으로 누나만을 목이 터져라 불러 되었단다. 그런 네 동생이 오늘은 군인이 되어 누나를 만나러 왔구나...(중략)...

대학 졸업반이 되었을 정경아. 그래도 이렇게 숨을 쉬며 살아있는 엄마를 용서 하렴. 사랑한다면서도 보고싶다면서도 너랑 함께 하지 못한 이 엄마를 용서하렴.

보고픈 정경아 아빠도 우리 딸의 억울한 죽음. 안타까운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게 하기위해 밤낮으로 투쟁 아닌 투쟁을 하고 계시단다. 너를 죽게한 것이 이웃들에 대한 우리들의 무관심 때문은 아닌지 하는 죄책감에 한시도 맘편할 날이 없어 희생자 대책위원회와 유족들은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추모사업을 추진하고 계신단다.

아무리 귀가 없고 눈이 없는 험악한 세상이라도 진실은 통한다고 생각해. 꼭 우리의 뜻을 이룰거야. 또 그래야만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신 희생자 분들의 넋을 조금이라도 달래 드릴 수 있을거야...(중략)...

사랑하는 엄마 딸 정경아. 넌 언제난 어여쁜 21살의 나이로 엄마 마음속에 따뜻하게 살아 숨쉬고 있단다. 이른 봄추위 속에서 땅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여린 새싹처럼 언제나 푸르게 싱그럽게 곱게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엄마 가슴속에 살아있다. 오늘도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엄마랑 얘기를 한단다.

정경아 사랑해. 그리고 정말 보고 싶단다. 보고 싶어.
2005년 2월 18일
-사랑하는 딸을 그리며 엄마가

덧붙이는 글 |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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