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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말한다>
<쌀을 말한다>
60년대는 좀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쌀은 귀했다. 어머니는 밥을 지을 때 깡보리쌀 옆에 약간의 쌀만을 얹어 밥을 지었다. 그 쌀밥은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진지상 용이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쌀밥을 조금 남기기라도 하면은 형제들은 서로 노리고 있다가 부리나케 달려 들어 해치웠던 기억이 난다. 우리 초등학교 시절에는 쌀밥 한번 든든하게 먹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가난했던 시절에 쌀은 저축의 수단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밥을 짓기 전에 약간의 쌀을 덜어내어 따로 모아두었다. 이것을 좀도리 쌀이라고 했다.

당시의 농경 사회에서 쌀은 부의 수단이었다. 추수해서 볏가마니라도 큰 방의 윗목에 쟁여 놓으면 그해 겨울은 든든했다. 서로간에 금전을 빌려 주고 빌려 받는 것도 벼가마니로 했다. 쌀 몇 섬(조곡 40kg 두가마)을 빌려 주는 것도 우리 전라도에서는 '세꺼리 놓는다'고 했다. 농민들은 세꺼리로 빌린 벼를 팔아서 애들 학자금도 데고 가정에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은 병원비로 충당했다.

이렇게 귀중했던 쌀이 지금은 어떠한가. 쌀 소비는 급격히 줄어들고 쌀 재고량이 남아 돌아 쌀의 소중함은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외국산 쌀의 수입 개방 요구로 7월부터는 일반 슈퍼에서도 수입쌀을 사먹을 수 있다고 한다.

분명 우리 쌀의 위기의 시대다. 쌀의 위기는 우리 농업, 농촌의 황폐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때에 <농민신문> 편집부에서 펴낸 <쌀을 말한다>라는 책은 쌀의 역사와 경제, 우리 농업, 농촌의 미래에 대해서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1부의 ‘쌀은 우리에게 무었인가’에서는 쌀이 우리 겨레에게 주는 의미를 말하고 있다. 책에서는 "쌀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지탱해 줄 생명줄이다. 우리 삶이며 혼 자체다. 정령이 깃든 성스러운 곡식으로 집안을 지켜온 수호신이며 우리의 피와 삶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2부에서는 쌀이 인체에 주는 좋은 영양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한국인 한사람이 섭취하는 쌀의 양이 최근 30년간 절반이나 줄면서 각종 성인병의 발병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볍씨가 발아해서 여물기까지의 90일에서 180일이 걸리는 벼의 일생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중국의 상형 문자인 쌀 미(米)자는 발아해서 여물기까지 농부들의 손이 여든 여덟번 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3부에서는 쌀의 관세화 유예조치를 위한 9개국과의 줄다리기 내용, 낙관적이지 못한 세계 식량사정으로 향후 30년 동안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연간 쌀 생산량을 8억톤(조곡 기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 쌀 생산량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4부는 '세계 쌀 주산지를 가다'이다. 쌀은 세계 113개국가에서 년평균 4억톤 가량 생산된다. 최근 4년간 단 1톤이라도 수입한 나라는 203개국이고 1톤 이상 수출한 나라는 143개국이나 된다. 하지만 세계 쌀시장을 주도하는 나라는 태국, 미국, 중국, 호주 등이다. 미국과 호주는 고품질 쌀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우리 식탁을 노릴 것이다.

5부는 쌀은 전체 농업생산액의 30%, 농업 소득의 47%를 차지하는 중요한 단일작물로서 공익적 기능으로 대기를 정화시키고 환경을 보전하며 농촌 사회를 유지시키는 공익적 기능이 연간 28조 3천억원이나 된다.

쌀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미래 농업인에게 농업은 할 만한 것이다는 확실한 비전을 심어 줄 수 있도록 양정제도의 개편 및 종자에서 포장까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도록 고품질, 저가격의 경쟁력 있는 쌀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쌀을 말한다

농민신문 편집국 엮음, 농민신문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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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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