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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 고속철 11-3 구간 당리터널 종점부 공사 현장. 경주 건천읍 송선리 일대. 터널 앞의 마을들(사진 왼쪽 민가들)이 집중적인 환경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경부 고속철 11-3 구간 당리터널 종점부 공사 현장. 경주 건천읍 송선리 일대. 터널 앞의 마을들(사진 왼쪽 민가들)이 집중적인 환경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 녹색연합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중 경주를 관통하는 공사현장에서 터널 발파 공사로 주민 피해와 환경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현장은 경부고속도로 건천I.C. 인근 경북 경주시 건천읍 송선리와 방내리 일대 송선터널 공사 현장의 인근 마을들이다. 이 일대에서 지하수의 변화가 생기고 가옥 최소 60채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터널 발파 공사로 가옥 60여채 피해

현장은 대구-부산 구간의 경주 일대인 11-3공구 당리터널과 11-4 공구 송선터널 일대다. 특히 천성산 고속철 논란의 핵심이 터널공사로 인한 지하수의 변동과 유출 우려가 있었는데, 경주 송선리 당리터널 인근에 150평 규모의 산지 늪이 완전 고갈되고 주민들의 상수원조차 마르기 시작하는 등 지하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주민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고속철 공단에 전달한 상황이다.

당리터널에서 발파한 돌을 덤프 트럭 계속 터널 밖으로 운반하여 야적하고 있다. 이 소음이 상당하여 송선리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당리터널에서 발파한 돌을 덤프 트럭 계속 터널 밖으로 운반하여 야적하고 있다. 이 소음이 상당하여 송선리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 녹색연합
환경 피해와 주민 피해를 가중시킨 현장은 고속철도 구간의 송선터널과 당리터널 사이의 송선리 일대다. 마을의 집들은 주로 터널공사현장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양옥주택은 집집마다 금이 가거나 균열이 생기는 피해가 5개소 이상 발생했다. 한옥은 기와가 떨어지고 지붕과 기둥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다. 주민들은 고속철 공단에 여러 차례 피해를 호소했으나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공사만 강행했다.

경주 건천읍 송선리와 방내리의 가옥 60채 이상이 고속철 터널공사로 균열 피해를 입고 있다. 위아래로 금이 간 것은 전형적인 발파의 진동 피해다.
경주 건천읍 송선리와 방내리의 가옥 60채 이상이 고속철 터널공사로 균열 피해를 입고 있다. 위아래로 금이 간 것은 전형적인 발파의 진동 피해다. ⓒ 녹색연합
지난해 10월부터 이 지역에선 터널굴착을 위한 발파공사가 시작되었다. 발파가 시작된 2003년 10월 15일 이후, 건천읍 방내리와 송선리 주민들의 가옥 60여채에서 건물균열이 발생하였다.

균열은 내벽과 외벽에 모두 나타났고, 특히 천장 쪽의 벽면에는 사방에 금이 간 상태이다. 또한 문이나 창문틀 주변의 벽면에도 예외 없이 균열이 있다. 도배한 내벽에도 금이 가서 벽지가 울어 있기도 하며, 화장실과 다용도실의 타일에서도 균열이 확인되었다. 피해가 심각한 집에는 균열이 50개 이상이나 나타나고 있다.

송선리 일대 발파 진동과 소음 피해 심각

또한 발파 진동으로 가축에 이상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송산리에서만 한우 54마리, 사슴, 돼지, 염소 등 95마리의 가축들이 죽거나 체중감소, 불임 등이 나타나고 있다. 수시로 이루어지는 발파 때는 동물들이 놀라서 날뛰기도 한다.

이런 피해들은 고속철도의 구간의 터널을 뚫기 위해 발파를 하면서 시작되었고, 땅속의 암석들을 파내는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발파는 하루 2차례 아침과 저녁에 주로 이루어지며 특히 저녁 8시를 전후에 발파를 한다.

아울러 토석을 야적하는 과정에서 10t이 넘는 대형 덤프트럭이 수시로 소음을 일으켜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다. 발파와 소음 피해와 함께 간혹 돌 부스러기가 민가에 날라들기도 하며 야간에 발파와 장비를 운행해서 소음 때문에 잠을 자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주요 환경피해 유형

- 발파로 인한 진동과 소음. 하루 2회(아침·저녁)
- 상수원 고갈, 지하수위 변동, 계곡수 감소
- 가옥 내벽과 외벽에 균열. 한 가옥당 50여 개 정도. 새로운 균열 다수. 자연균열 부분은 더욱 깊게 금이 파이는 현상.
- 소, 사슴, 염소 등 가축 사산
- 발파하고 나온 골재(블록)를 운송하는 덤프트럭으로 인한 소음
- 소음 스트레스로 인한 가축 피해
- 공사차량으로 인한 마을 내 도로 균열 / 녹색연합
경주 송선리 주민대표인 이기협 이장은 "아무리 국가사업이라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 40가구가 넘는 집들이 갈라지고 무너지고 있는데 고속철 공단이나 건설회사나 모두 나 몰라라 한다. 주민들만 죽으라는 얘기다"라며 정부의 무대책을 성토했다.

경부고속철도의 서울-대구 구간은 새롭게 건설한 고속철 선로로 다니고 대구-부산 구간은 기본의 경부선을 이용한다. 현재 대구-부산 구간의 고속철 전용선은 건설 중이며 이번 경주 구간은 그 일부. 다음 구간이 울산 구간을 거쳐, 사회적 논란이 지속된 천성산 구간(양산 구간)이다.

송선리 당리터널 상단의 산자락에 위치한 산지 늪이 거의 고갈되어 버렸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송선리 당리터널 상단의 산자락에 위치한 산지 늪이 거의 고갈되어 버렸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 녹색연합

대구-경주 구간 터널 발파공사 중단해야

녹색연합은 2004년 3월 이미 환경부에 이런 사실을 전달하며 환경피해의 심각함을 공문으로 접수시켰다. 그러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공사 중단이나 발파공법의 개선 등은 하지 않았으며 피해는 계속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경주 건천읍의 환경피해와 주민피해는 1년 이상 계속되었다.

경주 건천 구간의 환경피해는 당초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문제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환경영향평가 항목 중에는 소음 및 진동 부문이 명확히 적시되어 있다. 이들 항목에는 터널 공사 때 발파 등으로 인한 주변 주택이나 구조물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여러 대책이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환경영향평가가 졸속과 부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경주 건천 구간을 비롯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구-경주 구간 전체의 터널 발파공사 일체를 중지하고 근본적인 소음-진동에 관한 환경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고속철 전용선으로 건설 중인 대구-부산 구간의 나머지 공사의 터널 공사 자체에 대한 공법과 환경저감방안 등을 근본부터 재검토하여 대책을 수립하기 이전에는 나머지 공사 일체도 중지해야 한다.

당리터널 공사 전경. 마을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고속철도가 지나간다.
당리터널 공사 전경. 마을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고속철도가 지나간다. ⓒ 녹색연합

환경영향평가 부실 논란 반증

국가적 갈등으로 부각된 천성산 고속철 논란도 그 핵심이 터널공사의 소음과 진동에 관한 환경영향평가 논란이다. 건교부가 실시하고 환경부가 협의해준 환경영향평가의 부실 논란은 형식적 환경평가와 현장의 실제 피해 사이의 간극이 근본적 원인이다.

불가피한 개발로 인해 발생되는 환경피해를 최소화하자고 실시하는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면 환경피해는 심각하게 나타난다. 그 생생한 사례가 고속철도 경주 구간의 터널공사다. 천성산 고속철의 갈등도 정부의 이런 모습 때문에 더욱 증폭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월 17일 오전 녹색연합 기자브리핑을 통해서도 배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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