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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과 길거리에서 만나는 거리공연은 가장 현실적이고 생생한 문화소통의 장이다.
시민들과 길거리에서 만나는 거리공연은 가장 현실적이고 생생한 문화소통의 장이다. ⓒ 거리시민문화연대
오래 전, 분지로 된 대구에 들어서면 진공상태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머문 공기 속에서 모든 것이 슬로비디오처럼 돌아간다는 느낌, 사람도 자동차도, 심지어는 저녁의 네온사인마저도 자신의 속도보다 느리게 세상에 서있다는 느낌. 그것은 분지의 독특한 기후 탓도 있겠지만 보수적인 지역정서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한 착시현상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대구의 속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지역이 안고 있는 문화적 끼와 역동성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지 드러내고 꺼내놓기가 쉽지 않은 일, 일단 자리를 펴면 안에 감춰둔 끼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게 대구다.

그 보물 같은 시민들의 문화적 끼들을 펼치는 작업들이 이른바 아웃사이더 문화예술인들에 의해 진행되어 왔었고 이제 그 힘을 모아 하나의 단체로 연대를 이루었다. 이름 하여 ‘거리시민문화연대’.

2002년 10월에 열렸던 대구거리마임축제를 계기로, 대구에서 거리공연을 주로 하던 축제문화연구소, 도란도우, 조성진빈탕노리, 거리와 문화 등의 팀들이 통합하면서 비롯된 ‘거리시민문화연대’는 거리와 골목, 축제와 예술문화에 대한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로 사단법인 등록까지 마쳤다.

경제, 삶의 권리, 자연환경 등 시민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무슨 연대니 연합이니 하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고 21세기 시민운동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지만 문화와 예술의 영역까지 시민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니….

하지만 ‘거리시민문화연대’는 그 어떤 사람살이의 영역보다도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것이 문화적 삶의 영역을 찾아내고 지켜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거창한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예술 활동이나 지식을 위시한 문화가 아니라 늘 우리 곁에 살아 숨쉬는 나의 문화, 이웃들의 문화 그리고 그들만이 가지는 예술적 끼와 감성을 찾아내고 함께 풀어내는 것.

갇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나와 예술의 기를 한껏 발산할 수 있는 거리는 또다른 예술적 상상력을 문화예술인들에게 제공하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갇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나와 예술의 기를 한껏 발산할 수 있는 거리는 또다른 예술적 상상력을 문화예술인들에게 제공하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 거리시민문화연대
그 공간들을 우리 삶과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거리와 골목으로 규정하고 그 안에서의 문화적 진실찾기게임을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거리시민문화연대’의 자칭 역할이다.

문화연대의 우선 과제는 현대인들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거리문화, 다양한 삶의 질곡이 함축된 골목 문화의 부활이다. 그 첫 프로젝트로 '골목은 살아있다'를 기획했고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00년 전 대구읍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골목들을 2001년부터 조사했다. 골목에 담겨진 문화, 문화재, 삶들, 정치, 생활, 건축 등등 골목이 속앓이하듯 안고 있는 그야말로 이 시대의 역사를 알아보는 작업이었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사유재산과 문화재 보존 등으로 시시비비에 놓였던 '이상화 시인의 고택' 문제를 시민들을 중심으로 이슈화시키고 보존 결론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도 했다.

2005년 상반기에는 '골목은 살아있다'를 대구 전체로 확대시켜 대구의 인문사회문화지도격인 '대구 신택리지'를 제작해 발간할 예정이다.

이름만 들어도 정이 넘치는 염매시장을 비롯해 약전골목, 뽕나무골목, 화교거리, 향촌동 등 대구 골목의 속이야기들과 사람들, 역사 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보고 읽기만 해도 대구역사를 훤히 알 수 있다고 한다.

대구거리공연에서는 펼쳐졌던 퍼포먼스의 한 장면
대구거리공연에서는 펼쳐졌던 퍼포먼스의 한 장면 ⓒ 거리시민문화연대
이 프로젝트는 '워킹 투어(Walking tour)'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체험학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각 사회복지관 등과 연계해 '함께하는 문화체험', 장애의 유형에 따라 접목시킨 '소리로 찾아가는 예술학교'와 '몸으로 찾아가는 예술학교' 등 소외된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으며 연간 10여회 거리공연도 치러내고 있는 '거리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권상구씨는 "이제 문화예술도 생산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들의 향수권 중심이 되어 하고 예술가들도 수동적 공연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 판을 짜는 지향성을 가져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거리시민문화연대'가 해나가야 할 몫이자 과제라고 말한다.

각오처럼 단단하게 불어올 대구 문화의 새바람. 그들의 역할로 대구는 이미 문화적 끼를 품어낼 준비를 마쳤는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권미강 기자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홍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소식지 'EXPO 문화사랑' 3월호에 게재됐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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