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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 이종호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14일 성명을 내고 "방카슈랑스가 보험 소비자들의 효용증대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하는 반면 외국자본 지배의 확대·강화에는 확실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외국보험사의 영업규모를 보면 생보사는 보유계약 기준으로 2002년 13.8%이던 것이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2003년에는 15.8%로 늘어났다"며 "작년에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의 주장대로 실제 지난 2003년 8월 30일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이래 외국계 보험회사의 점유율은 계속 높아진 반면 국내 보험회사의 점유율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삼성과 교보, 신한생명 등 국내 보험업계의 선두주자들은 방카슈랑스 도입 첫해 12월에 2200억∼2800억원 가량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2004년 11월에는 700억∼1600억원 가량의 실적밖에 올리지 못했다. 신한생명의 경우 불과 1년 사이에 방카슈랑스 판매 실적이 2000억원 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메트라이프, ING, SH&C, AIG 등 외국계 보험회사들의 실적은 대폭 확대됐다. 특히 ING생명은 2003년 12월 433억원 가량의 상품을 판매했지만, 2004년 11월에는 2217억원의 실적을 올려 1년 사이 무려 1700억원이나 증가했다. AIG는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판매 실적으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004년 11월 AIG의 방카슈랑스 판매 실적은 5378억원 가량으로 다른 보험사들보다 3배 가량 앞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미 "방카슈랑스 때문에 외국계 보험회사만 수혜를 입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외국계 보험회사들이 '어부지리'를 얻게 된 배경에 대해 "금융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허용한 겸업은행제도(Universal Banking)의 최대 수혜를 외국계 보험사들이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또 "방카슈랑스가 소비자들의 효용증대에 기여했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면서 "오히려 방카슈랑스가 은행 쪽의 거래 수수료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 의원은 "방카슈랑스의 시행 시기를 몇 년 늦춰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제 방카슈랑스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누가 가장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가를 정확히 따져보면서 방카슈랑스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생각은 심 의원과 좀 다르다. 물론 보험업계도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에 반대한다는 대원칙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외국계 보험회사의 판매 실적을 무리하게 국부유출로 볼 수많은 없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홍보실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회사의 경우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방카슈랑스를 기회로 삼아 매달리는 기업이 있는 반면, 방카슈랑스 상품을 전혀 팔지 않는 기업도 있다"며 "방카슈랑스 문제는 국적을 떠나 고객이 얼마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인해 은행 수수료가 인상됐다는 심 의원의 지적에 대해 "몇몇 외국계 보험회사들은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높은 금리나 수수료를 감수하고도 은행을 통한 상품 판매에 주력한 점도 있다"고 일부 수긍했다.

생명보험협회 홍보실 관계자도 "외국 보험회사가 기술이나 노하우 등이 앞서 있어 실적이 좋았을 수는 있다"면서도 "단순히 방카슈랑스 판매 실적이 높은 것을 가지고 외국계 보험회사를 비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오는 17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2단계 방카슈랑스 도입 시기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는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예정 종목 중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을 오는 2008년에 시행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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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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