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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군산발전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군산발전을 자신들의 정치적, 사회적 권력획득과 유지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현 기득권 세력들의 교체를 주장한다.
김 교수는 군산발전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군산발전을 자신들의 정치적, 사회적 권력획득과 유지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현 기득권 세력들의 교체를 주장한다. ⓒ 장희용
그렇다면 군산 발전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현 군산시의 발전 방향에 강한 비판을 하면서 '선택과 집중', '혁신'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군산대 김현철 교수(전 시민행동 대표/현 군산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난 4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워보았다.

- 경기가 수년 째 좋지 않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모든 시민들의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발전'을 통한 좋은 경제적 환경입니다. 군산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대로는 군산의 발전이라는 측면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무엇이, 누가, 어떻게 군산의 발전을 이끌어 가겠습니까? 새만금, 핵폐기장, 자동차도시, 관광, 군산시청이 과연 군산발전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김 교수는 단호하게 '지금의 상황에서는 절대 군산의 발전에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새만금과 핵폐기장 문제는 그것이 가져올 파급 효과에 대한 찬반여론이 거센 만큼 반대적 견해에서 말할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자동차 분야는 다소 의외였다. 자동차 산업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군산이 유일하게 발전의 초석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임은 김 교수도 평소 강조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군산시 발전전략은 행동이 없는 '말' 뿐"

- 김 교수께서는 자동차가 군산 발전의 주역이 될 수 없다고 해놓고 유일한 경쟁력 있는 분야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자동차 산업은 분명히 군산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한 번 생각해 봅시다. 군산시가 자동차 도시로 육성한다면서 한 일이 뭐가 있습니까? 말만하면 지엠대우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도시를 만든다고 하는데 과연 지엠과 어떤 전략을 가지고 어떤 논의를 했습니까? 진전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난해 자동차 엑스포에 수백 억 원의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성과가 뭐가 있습니까? 몇몇 업체가 입주계약을 했다는데 그게 엑스포 때문에 된 거라고 말하는 군산시를 보면서, 이런 것이 탁상행정 아니고 뭐겠습니까."

- 지금 군장산단에 혁신클러스터가 지정되고 얼마전에는 산자부가 전국 7개 혁신클러스터 지역의 혁신클러스터 추진 단장을 공모하는 등 혁신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이로써 군산이 자동차 도시로 성장하는데 기틀이 마련된 것 아닌가요?
"혁신클러스터, (저 개인적인 견해로는)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원래 혁신클러스터는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구축한 개념인데, 이는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개념입니다. 우리의 경우 개념자체는 그대로 벤치마킹 했는데 추진과정에서 엉뚱한 '우리식'으로 변질된 겁니다.

다시 말하면 현재 군산의 혁신클러스터는 '기계부품혁신클러스터'인데, '부품'이 아니라 자동차 혁신클러스터가 되어야 했습니다. 부품혁신클러스터로는 절대로 자동차 도시로 군산이 성장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진행되면 군산이 자동차 도시로 성장하고, 그로 인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몇몇 부품업체만 이전하는 결과만 나올 뿐입니다."

"'선택과 집중' 필요, 결국 사람이 문제다"

- 결국 말씀하고자 하는 것은 지엠대우와의 관련성 같은데요.
"맞습니다. 지엠대우와의 전략적 제휴 없이는 군산의 자동차 산업 발전을 논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동차 혁신클러스터란 완성차를 중심으로 모든 연구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생산계획이 세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부품업체의 이전 혹은 신생업체가 생기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군산의 산업구조가 자동차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혁신클러스터의 가장 핵심이고 큰 덩어리인 지엠대우가 움직이지 않는데 주위에서 맴돌기만 하면 무슨 일이 어떻게 된다는 겁니까?"

- 지엠은 글로벌 기업입니다. 군산이라는 작은 도시를 놓고 그들이 사업계획을 세우겠습니까?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지엠으로서는 마다 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엠이 차 몇 대 생산하자고 대우를 인수했겠습니까? 지금 미국에 있는 지엠공장들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올해에도 2∼3곳 정도 공장을 폐쇄합니다. 결국 우리 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쪽으로 투자방향을 돌릴 것입니다. 저부터도 그렇지만 지엠에 대해 잘 모릅니다. 이같은 지엠의 투자전략에 대해 정보를 입수하고 전략을 세워 그들이 우리 군산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전략과 전술을 써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들에게 기대기만 하는 것이 오늘이고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얼마 전 지엠대우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지금 지엠은 혁신클러스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켜보고 있는 상태 즉, 정말로 정부와 군산시가 군산시를 자동차 중심도시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말은 그들이 신뢰를 갖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할 수는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역으로 말하면 지금까지 군산시나 혁신클러스터 관계자들이 지엠과의 관계에서 결과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는 겁니다.

지엠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유치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 역시 말로만 앞설 뿐 행동이 없습니다. 공단지가가 너무 높다는 것은, 그래서 기업유치에 하나의 큰 걸림돌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균형발전이라는 주장을 고리로 정부를 압박해서, 이전을 희망하는 기업들의 공단부지 매입에 혜택을 제공해야 합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그리고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제가 듣기로는 공단지가를 낮추는데 전북도와 군산시의 과감한 의지가 있으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낮추는 지가 보상을 산자부와 전북도·군산시가 공동으로 부담하면 되는데, 산자부는 긍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북도와 군산시가 돈이 없다고 하는 이유가 이유가 된다면 영원히 공단활성화는 되지 못합니다. 자동차 엑스포 등 일회소비성 행사에 들어가는 돈만 아껴도 아마 될 겁니다."

김 교수는 인터뷰가 지속되는 동안 지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혁신클러스터 등 군산시에 대해 지엠이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 한 가지 예를 들었다.

"현재 군산공장을 전부 지엠대우가 인수한 것은 아니다. 군산공장만 인수한 상태다. 나머지 공장을 둘러싸고 있는 땅은 여전히 채권단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엠이 새로운 부지에 투자를 할 경우에는 채권단과의 협상이 필요한데, 당시 지엠은 디젤공장을 세울 부지만 필요했다. 채권단 측은 '이 참에 팔아보자'는 심산으로 지엠대우에 더 많은 부지 매입을 요구했고 결국 지엠대우는 원래 디젤공장을 세우려던 위치(생산시스템으로 보면 각각의 센터의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함)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디젤공장을 세웠다."

김 교수는 당시 지엠은 상당히 어려움에 있었는데, 군산시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면서 말로만 지엠대우가 중요하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그 당시 군산시가 채권단과 목숨을 걸 정도로 단단한 각오를 가지고 지엠대우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거나 혹은 그 같은 의지를 보였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렇게 했을 때, 그리고 그 같은 의지들이 결국은 쌓이면서 지엠대우가 '아 정말 군산시가 군산을 자동차 도시로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지엠 말씀을 계속하시는데, 군산시 등이 그 중요성을 모르지는 않을텐데요.
"군산시는 전략이 없습니다. 아니 전략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선택'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통해 발전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집중'을 하고 그에 따른 전략과 전술이 나오는데…. 군산시는 선택부터 해야 합니다. 이것저것 좋다는 것 다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될 수 없습니다. 자동차 도시로의 성장은 군산이 선택하고 집중해야 하는 가장 현실 가능한 선택이므로 여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 필요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입니다. '혁신'적으로 하지 않으면 타 지자체와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생각의 전환에서 오는 것인데 지금의 구조로는 생각의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고 궁극적으로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 사람이 문제라고 하셨는데….
"지방자치에서 자치단체장이 어떤 마인드를 갖느냐는 그 지자체의 미래가 달린 일입니다. 지자체장의 마인드에 따라 공직사회의 흐름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겉으로는 군산발전을 말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정치적ㆍ사회적 입지'만을 생각하는 식의 정치적 수사인 군산발전은 진정한 군산발전을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사실이 그렇다보니 자신의 치적을 위해 이것저것 다 끌어다가 군산발전에 갖다 붙입니다.

연말 보고서에는 '이것저것 추진했다'는 통계숫자는 나올지 몰라도 내용적으로 진전된 것은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소위 지식인층이라고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이같은 시류에 영합한다는 겁니다. 건전한 비판과 그 속에서 대안을 찾기보다는 역시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권력의 유지와 획득을 위한 사람들이 군산발전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의 발전모델이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은 '제로섬 게임'"

- 그렇다면 김 교수님의 지적처럼 군산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고 그 '혁신'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 '사람'인데, 어떤 가능한 방안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지금의 기득권 세력인 군산 사회의 주류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교체해야겠지요. 민주적인 방법으로는 선거가 있겠고, 또 하나는 시민여론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름인지에 대한 군산시민의 강한 메시지가 있을 때 지금의 군산발전 모델이 변화되고 새로운 출발점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언론의 역할이 매우 지대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또한 여의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의 대안으로 각 분야별 소위 '지역 연구회'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이것은 민관, 시민이 참여하는 것으로 지금의 발전모델에 대한 냉철한 검토와 또한 새로운 발전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것입니다. 더 이상 군산시나 군산시를 둘러싸고 있는 인적 구성으로는 희망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대안세력이 시민들과 함께 그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뷰 말미에 김 교수는 '발전'이라는 의미에 대해 '제로섬'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백 번 양보해 지금의 발전 모델로 군산의 발전이 있다고 해봤자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적으로 70년대 공업화 전략의 후유증이 오늘에 나타남을 우려하는 것.

김 교수는 개발일변도의 발전정책 그늘에는 환경과 복지·문화라는 소외된 정책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균형발전 정책이 수립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발전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대학과 각 시민사회 단체에서 나타난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살기좋은 군산'에 대해 시민들은 압도적으로 '삶의 질'에 대한 환경과 복지, 문화에 대한 열악성을 지적해 왔다. 산업화에 대한 욕구는 시민들의 생각 중 한 부분일 뿐이다. 발전이라고 하는 것은 발전의 수혜를 시민들이 누려야 하는 것이지 김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일부 기득권층을 위한 정치적 수사는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나온 것이 아닐까? 군산의 발전전략인 산업구조 개편은 우선적으로 선택과정부터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환경과 복지, 문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3순위, 4순위로 밀려나서는 안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을 추진할 현 주체세력들의 '혁신'이 필요하다. 김 교수의 지적처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민주적인 방법인 선거를 통해, 그리고 시민여론이 나서야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서해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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