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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8일 노무현 대통령이 프랑스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이라크 북부 아르빌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사단을 전격 방문, 우리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 방문으로 장병들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켰으나 그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8일 노무현 대통령이 프랑스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이라크 북부 아르빌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사단을 전격 방문, 우리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 방문으로 장병들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켰으나 그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 연합뉴스 김동진

지난해 12월 8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중인 한국군 자이툰부대(사단장 황의돈 소장)를 전격 방문한 것을 계기로 자이툰부대 장병들의 사기는 최고조에 올랐으나, 안전문제를 둘러싸고 아르빌 공항에서 현지 치안병력과 마찰을 빚는 등 그 후유증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사실 대다수 이라크파병 장병들은 안전상의 문제를 내세워 비공개로 국민의 성원을 받지 못한 채 파병돼 내심 서운한 감정들이 많았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전격 방문으로 그간의 '서운함'을 말끔히 씻었고, 장병들의 사기 또한 하늘을 찌를 듯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사단본부는 이날 노 대통령이 부대를 방문해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럽습니다, 정말 장하고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남긴 격려사를 부대별 게시판에 게재하는 등 그날의 '감동'을 영구히 보전하기 위해 노력할 정도였다.

쿠르드 자치정부 "아르빌 공항내 현지 치안 및 경비 병력 쫓아내 불쾌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자이툰부대 방문에는 상당한 '후유증'도 따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사실 한국정부는 노 대통령의 신변안전문제를 고려해 암호명 '동방계획'으로 이름붙인 자이툰부대 방문계획을 미국 정부 외에는 사전에 통보하지 않는 등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이러한 철저한 보안유지 덕분에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로에 쿠웨이트 알 무바라크 공항에 들러 거기서 아르빌까지 왕복 4시간40분 가량을 비행해서 2시간 가량 자이툰 부대에 머무는 '동방계획' 작전은 멋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정작 노 대통령 특별기가 경유한 쿠웨이트와 노 대통령 일행이 방문한 이라크 당국에는 착륙 및 방문계획이 사전에 통보되지 않았다. 한국정부는 노 대통령이 아르빌 현지를 떠난 뒤에 외교사절을 통해 각각 쿠웨이트 총리와 이라크 총리 앞으로 '친서'를 보내 사후에 양해를 구하고 재건 지원 약속을 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관련국들은 비록 '양해한다'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사실상 주권국가로서 영공과 영토를 '침범' 당해 상당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대통령 친서를 통한 '사후 양해' 요청조차도 받지 못한 쿠르드 자치정부와 공항 치안병력이 내쫓긴 아르빌 공항 관계자들은 강력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이를테면 신자리 쿠르드자치정부 내무장관은 나중에 자이툰부대 고위 관계자에게 "사전 협조가 없었던 것은 상호간 신뢰가 없다는 증거다"면서 "특히 아르빌 공항내 현지 치안 및 경비 병력을 쫓아낸 것은 불쾌했다"고 불평을 토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이툰부대 부사단장이 쿠르드 자치정부 방문해 유감 표명

이와 관련 국군 기무사령부의 한 관계자는 "현지 여론이 악화될 기미를 보이자 자이툰부대 작전부사단장이 쿠르드 자치정부 내무장관을 방문해 '사전 협조를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 최준일 작전부사단장(준장)은 당시 신자리 내무장관을 만나 "조만간 한국정부의 건교부 장관이 쿠르드자치정부에서 요청한 '3대 사업'을 검토하기 위해 아르빌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불만을 달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22일 이라크 아르빌 쿠르드자치정부를 방문한 강동석 건교부장관.
지난해 12월 22일 이라크 아르빌 쿠르드자치정부를 방문한 강동석 건교부장관. ⓒ 자이툰부대
이후 강동석 건교부장관은 12월 22일 아르빌을 방문해 자이툰부대에 위문품을 전달하고 쿠르드 자치정부를 방문해 관심사인 '3대 사업'에 관해 환담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한국 정부가 현지에 대학과 스포츠센터를 지어주고 열악한 하수도 시설을 정비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편 자이툰사단에 파견된 '595기무부대'도 이로 인한 현지의 불필요한 여론 악화를 예방하고 상호간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현지 정보기관인 '아사이쉬'를 방문해 사정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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