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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행 기사 취재 중 선운사 앞뜰의 동백꽃
여행 기사 취재 중 선운사 앞뜰의 동백꽃 ⓒ 박도
쉰 세대에 게릴라 기자가 되다

오마이뉴스 내 연재기사 '게시판'에 오른 한 독자의 글이다.

제목 : 박도 선생님! 글쓴이 : 독자 날짜 2003-01-05 조회 11914

제 아버지도 교직에 계셨고요, 퇴임하신지 6년째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도 여행 좋아하시거든요. 지금 칠순이 넘으셨지만 건강과 경제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많은 곳을 여행하려고 하신답니다. 선생님의 글들을 읽으니 아버지가 생각이 나서요. ^^

글 올려놓으면 심하게 댓글을 다는 독자들 때문에 마음 불편하시지는 않으신가요?

제가 오마이 독자가 된지도 벌써 햇수로 3년째네요. 어느 기사건 독설로 일침 하는 독자들은 있게 마련이거든요. 너무 마음 안 상하시면서 계속해서 좋은 여행기들 올려주시길 바래요.

저는 특히나 사람에 대한 추억을 쓰신 선생님의 글들을 참 좋아합니다. 정말 따뜻한 글들이라서 매번 가슴속까지 훈훈해지거든요.

오마이 독자들은 대체로 글이나 사람 보는 안목은 갖춘 사람들이 많으므로 조만간 선생님 팬클럽도 결성되지 않을까 싶어져요. ^^

선생님 글을 참 기다리고 즐겨 읽는 독자의 주절거림이었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인터넷의 '인'자도 잘 모르던 내가 쓴 2002년 7월 8일 '일본군 장교...'라는 기사가 메인 탑으로 나갔다. 그 기사를 보고 새로운 뉴스매체에 눈이 뜬 나는 그해 8월 9일 정식기자로 등록하고, 기사 작성 요령을 터득한 뒤, 그해 12월 8일부터 기세등등하게 본격적인 게릴라 기자가 되었다.

여행기사 취재 중, 치악산 복사꽃(원주시 소초면 교항리)
여행기사 취재 중, 치악산 복사꽃(원주시 소초면 교항리) ⓒ 박도
네티즌들의 뭇매

출발은 좋았으나 곧 네티즌들의 뭇매가 날아왔다. <파리에서 런던까지>라는 여행기를 연재하던 2003년 2월이었다.

아직도 이런. 조회수:264 , 추천:8 -, 2003/02/02 오후 2:36:00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오마이 뉴스에 당당히 기사를 올리는 기자라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_-

난 이 아저씨 기사 좀 그만 썼으면 좋겠어…. 조회수:261 , 추천:2
상식이하, 2003/02/02 오후 5:32:24

글치 않아요?


이런 매서운 카운터펀치들이 여러 날을 두고 여기저기서 날아왔다. 아버지가 젊은 네티즌들에게 펀치를 먹고 휘청거리는 걸 보고 딸, 아들이 그만 쓰라고 충고하였다. 정말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 네티즌의 펀치들을 곰곰 새겨보니 모두 나에게 약이 되었다. 내 글이 정확치 못하거나 불성실하거나 전근대적인 고루한 생각을 지녔기에 한방을 먹는 거였다. 그래서 글을 편집부로 보내기 전에 몇 번을 더 검토하고, 나도 모르게 고루하거나 잘난 체한 점이 없는지, 매번 수십 번은 더 가다듬은 후 보냈다.

그러자 펀치가 줄어들었는데 <일본 겉핥기> 연재 중, '매우 섬세하지만 무척 피곤한 일본 문화' 편 교토 니조조에서 나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잘못된 사실과 잘못된 견해 조회수:333 , 추천:15 바로잡기, 2003/03/17 오후 6:30:41

바로잡을 내용과 편견들
1. 3대 쇼군 ; 밑에서 어떤 분이 밝힌 것처럼 3대 쇼군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家康)가 아니라 도쿠가와 이에미쓰(家光)입니다. 니조조는 1대 쇼군 이에야스가 조영을 시작해서 이에미쓰대에 완성된 것입니다. - 이 부분은 단순한 실수라고 생각됩니다.
2. 니조마루 : 일본 국보로 지정된 니조마루 - 니노마루의 오타
……
5. 천수각에서 바라본 니조조 전경 : 니조조에는 천수각이 없습니다. 아울러 사진은 니조조가 아니라 히가시야마(東山)쪽에서 바라본 은각사의 사진입니다. - 사진과 설명이 잘못 붙었다고 보입니다.


일본기행 중 아오모리 현 도와다하치만헤이 국립공원에서 제자 김자경(일본국제관광진흥청)씨와 함께
일본기행 중 아오모리 현 도와다하치만헤이 국립공원에서 제자 김자경(일본국제관광진흥청)씨와 함께 ⓒ 박도
독자의 댓글이 약이다

독자의 이 댓글을 보고는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럴 때는 내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방법이 상책이었다. 즉시 답글을 올렸다.

필자 [2003-03-17 21:24]

님의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1번 지적은 이미 고쳤고, 2번 지적과 5번 지적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즉시 공개 편집회의에 수정을 의뢰했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필자 [2003-03-17 21:41]

님의 지적을 충고로 다음 글부터는 더 적확하고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날 이후 글을 쓸 때는 참고문헌을 뒤지고 전문가에게 물어서 사실 확인을 하고, 다시 또 확인한 다음 글을 보냈다. 그러면서 글의 행간에다가 낯모르는 네티즌들이지만 현대 사회의 한 특징인 기계문명의 맹점을 뛰어넘고자 내 나름대로 따뜻한 마음[氣]을 불어넣었다.

중국기행 중, 백두산 천지 들머리에서 연변대 김태국 교수와 함께
중국기행 중, 백두산 천지 들머리에서 연변대 김태국 교수와 함께 ⓒ 박도
마침내 비난보다 찬사가 많아지다

그러자 비난의 댓글은 줄어들고 점차 찬사의 댓글이 더 많아졌다.

박도기자는 글맛이 참 좋아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교감되는 맛깔스런 정리, 그 깊은 정서를 퍼 올리는 감각이 돋보이잖아. 마치 감로수 같은 우물물을 퍼 올리는 순박한 시골 아녀자, 그것도 청상과부의 섬섬옥수에서 건네지는 묘한 인문적 분위기까지 갖고 있으니, 이를 어이할까. 언제 이런 분하고 달빛 부서지는 동네 모정에서 정담어린 막걸리 한 잔이나 했으면 좋겠네. (ID 작대기)

나도 내 생애 가장 많은 후원금을… 글쓴이 리 날짜 2003-12-05 조회 1044

요즘 세상이 비상식적인 사람이 너무 많아
절망감이 드는 이때

박도기자의 연재기사는 우리에게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걸 보여 주었습니다.

세상에는 아직도
의로움이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분들을 계속 찾아
더러워진 신문기사들을 좀 깨끗하게 해 주세요.

힘내세요! 조회수:98, 추천:1, 반대:0 촌부 2003/12/04 오전 11:02:49
망설이다가 하루 일당을 보냅니다.

새해에도 많은 글 부탁드립니다. 조회수:51 , 추천:1, 반대:0 satto(ssatto), 2005/01/06 오후 4:14:10

선생님의 글은 늘 반갑고 기다려집니다.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이 글을 쓰면서 '기자회원방'에 들어가서 '기사현황'을 보니 등록기사 483편(채택기사 473편 생나무 10편)이었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된지 2년 남짓 동안, 평균 이틀에 한 번 꼴로 기사를 송고한 셈이었다.

나는 그동안 네티즌 여러분들의 분에 넘치는 성원과 사랑을 받았다. 그 성원과 사랑으로 국내 명승지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에까지 다녀왔다. 나는 네티즌의 성원과 사랑에 보답하고자 미친 듯이 기사를 썼다. 특히 미국에서 47일을 지내면서 낮에는 국립문서기록보관소에 출근하거나 동포를 만나고, 밤이면 잠을 설치면서 기사를 써 곧장 고국으로 송고했다.

로스앤젤레스 한 PC 방에서 <오마이뉴스>본사로 송고하는 필자
로스앤젤레스 한 PC 방에서 <오마이뉴스>본사로 송고하는 필자 ⓒ LA 진천규 기자
미국은 인터넷 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 동포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실례를 하거나, 심지어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미주 한국일보 진천규(그는 나의 제자임) 기자의 안내로 PC 방에 가서 노트북을 연결하여 본사로 송고하기도 했다. 나는 아편의 맛은 전혀 모르지만 마치 아편쟁이처럼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빠졌다.

고등학교 시절 신문뭉치를 옆구리에 끼고 골목을 누비면서 이 다음 신문기자가 되겠다는 그때의 꿈을 쉰 세대에 이루어 원 없이 기사를 썼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올 겨울 나는 어깨를 몹시 앓았다. 어깨 통증에서 간신히 헤어나자 국내 취재 길 동반자인 아내가 내 글방 액자에 담긴 만주벌판을 누비던 한 독립전사의 얘기는 언제 쓰려느냐고 채근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몇 년 동안 팽개쳐 놓은 그분의 먼지 묻은 자료들을 꺼내놓았다. 이제는 기자보다 작가의 길을 가려고 하는데, <오마이뉴스>의 마력이 나를 놓아줄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전처럼 자주 기사를 올리지 못해도 이따금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만은 네티즌 여러분에게 띄우련다.

네티즌 여러분! 그동안의 성원과 사랑과 채찍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새해 건강하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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