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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한나라당 의원.
박진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연찬회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각 계파간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중도파 모임인 '`푸른정책연구모임(이하 푸른모임)' 소속의 박진 의원은 미국 공화당의 경험을 '거울' 삼아 한나라당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박 의원이 지난 20일 미 부시 대통령 취임식에 다녀오면서 국내에 들여온 책 <우향국가(The Right Nation)>를 통독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향국가>는 공화당을 비롯한 미국의 보수세력이 1950년대부터 시작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닉슨·레이건·부시 대통령의 (재)집권을 만들어냈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 부제도 '미국 보수의 힘'이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의 위기를 "정체성의 위기"라 규정하며 "반공보수라는 보수의 사명을 넘어 진보적 의제를 선점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하는데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즉 진보적 이슈에 대해 보수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실패해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수도이전에 대해서도 입장이 애매해졌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철저히 '당 중심적'으로 사고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의 자기개혁과 전국정당화를 달성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박근혜 대표를 두고 대통령 후보로서 '적합이냐 부적합이냐'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한 사람에게만 당의 운명을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직개편 등에서 보여진 박 대표 중심의 '쏠림현상'을 우려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여의도연구소(소장 윤건영)의 독립을 이번 연찬회에서 강하게 제기할 생각이다.

박 의원은 여의도연구소에 대해 "당 대표의 장악력이 높아지는 등 한나라당의 그늘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며 "실탄이 있어야 전쟁을 하는 것 아니냐"고 발언, 초선의원 중심의 인선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소장파와 견해를 같이 하는 대목이다.

대권주자? "신상품 많을 수록 좋다"

또한 대권주자 외부영입 등 후보권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박 의원은 "어느 정당이든 대권리더십을 지닌 신상품을 많이 가져야 한다"며 "누구든 민주적인 절차와 기회를 통해 (후보)검증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당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당·자민련과의 연정 등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 박 의원은 당 해체에는 선을 긋는 반면 "정치공학적 생존차원이 아닌 신념과 생각을 함께 하는 세력과의 합당"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뉴라이트세력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열린우리당 중도파 의원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그 당 왜 갔어' '돌아와'라는 얘기를 주고 받는다(웃음)"고 여러 변수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했다. 당 개혁의 유효기간에 대해서는 "6개월이 결정적인 고비"라고 한정했다.

한편 원희룡 최고위원, 오세훈 전 의원과 함께 차기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도는 것에 대해 박 의원은 "내가 서울 출신 의원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 나올 수 있다"며 "아직 판단 내리지 않았지만 모든 가능성 열어뒀다, 당과 나라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박 의원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합리적 보수'라 지칭했다.

다음은 2월 1일 가진 박진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현재 한나라당의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나.
"정체성의 위기다. 그 동안 '반공보수'라는 보수의 사명이 있었는데 이것이 탈냉전으로 들어가면서 주변국가들의 환경이 바뀌었고, 또한 국내에서는 세대, 사회적 성향, 정치상황 등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지금 한나라당은 심각한 입장에 놓여있다. 그 동안 '새롭게 태어나자' '환골탈태하자' '뼈를 깎는 노력을 하자'고 주장했지만 한나라당은 실제로 변모하지 못했다."

- 변화에 실패한 원인은 뭐라고 보나.
"진보적인 의제를 선점하는 데 소극적이고 늦다. 수도이전·국보법 폐지도 뒤따라가고 교육법·언론법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이 던져준 틀 속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왜 그런 이슈를 한나라당이 먼저 던지지 못하나. 기존의 정치 틀에 안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과거의 여당 체질이 있어서 '나라 걱정한다'지만 야당의 입장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그런 점에서 4대법안을 '국민분열법'이라 규정하고 무조건 철회를 주장한 당 지도부의 초기대응은 문제 아닌가.
"4대법안으로 국민여론이 갈라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국민여론 갈라지더라도 우리 나름대로의 결론은 있어야 하는데 수도이전의 경우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대안을 고민하다가 입장 자체가 애매해졌다. 국보법도 '폐지는 안 된다'라고 하고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 내용을 고민하다가 또 애매해졌다. 야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국민들이 '어떻게 된 것이냐' '야당의 결속력을 가질 수 있겠냐'는 걱정과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앞으로 갈등하고 논의하는 치열한 토론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번 연찬회가 그런 기회라고 생각한다.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수·진보가 어떻게 갈등하고 발전했는가 화두를 던지기 위해 나는 <우향국가>를 제시했다."

- 당명개정에 반대한다고 알고 있는데.
"진취적이고 생산적인 정치를 할 수 있는 내용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당명개정도 그런 고민의 연장선이다. '푸른정치' 소속 의원들이 얼마전 제주도에 가서 이틀 동안 고민해 보니까 당명 개정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는 말이 있지 않나. 내용 변화가 수반된 뒤 당명개정이 있어야 한다."

"진보적 이슈 선점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문제"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지도부에 대한 평가는.
"어떤 지도부가 와도 현재 한나라당은 어렵다. 지난번에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표를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지도부는 현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당이 집권을 위해 변화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박 대표를 두고 대통령 후보로서 '적합이냐 부적합이냐'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어떤 이념과 가치를 가졌느냐는 것이지 대권 후보가 누구냐가 아니다."

- 4대법안 처리과정에서 보인 박 대표의 보수·강경한 이미지 때문에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비판이 있다.
"박 대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는 것은 온당치 않다. 4대법안 처리할 때도 나름대로 합리적인 안을 수용하려고 했다. 여당이 합의안을 지키지 않아서 처리가 안 된 것이다. 국보법의 경우 한나라당은 상당히 전향적으로 갔다. 여당이 못 받아들인다면 한나라당도 함께 갈 수 없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여러 요소가 복합된 것이다."

- 한나라당과 미국 공화당의 결정적인 차이는 뭐라고 보나.
"두 가지가 중요하다. 자기개혁과 전국조직화. <라이트 네이션>에 보면 1976년 공화당 해체론이 대두되고 심지어 민주당으로 가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 당시 공화당 지지율이 20%였다. 현재 한나라당보다 낮았다.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우향국가론'이 출발했다. 공화당은 1964년 대선 참패 이후 레이건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16년 동안 자기개혁을 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공화당과의 차이점은 진보적 이슈에 대해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 민주당의 의제를 과감하게 끌어와 중도성향의 유권자를 흡수했다. '역전략'을 펼친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민생·노동·교육·복지·통일·역사 문제 등에 있어 수세적이다. 고민을 하지 않는다.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환경도 안 돼 있다. 미국의 경우 헤리티지 재단이나 미국기업연구소(AEI) 같은 곳에서 단기 혹은 중장기 계획을 논의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치철학과 정책을 제공하는 지원그룹이 없다. 실탄 있어야 전쟁하는 것 아닌가."

- 여의도연구소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의도연구소 독립 건을 이번 연찬회에서 제기할 것이다. 재단으로 되어 있지만 한나라당이라는 우산 아래 있다. 재정지원도 받고 있고 현역 의원들이 소장으로 있다. 당성이나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지식인들이 친한나라당으로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연구자료를 보내면서도 익명으로 해달라고 요구한다."

- 소장·부소장이 초선의원들로 짜여지면서 당 대표의 장악력을 높이는 인선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그런 면이 있다. 국회 처음 들어오면 의욕도 많고 그래서 공부도 많이 하지만 많은 경험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당 중진들의 경험과 조화를 이뤄야 한나라당이 제역할을 할 수 있다."

- 차기 서울시장 후보설이 돌던데.
"내가 서울 출신 의원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 나올 수 있다. 아직 판단 내리지 않았지만 모든 가능성 열어뒀다. 당과 나라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

- 박근혜·이명박·손학규 외에 한나라당 대권후보군을 넓혀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나.
"어느 정당이든 리더십의 잠재력을 지닌 신상품을 많이 가져야 한다. 이 당은 계속 이어지겠구나 하는 국민 기대감도 생기고 상품(대권후보)에 대한 판단기회도 생긴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면 소화가 되겠나. 검증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야만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다."

- 당이 박 대표 중심의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 대해선.
"쏠림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만 당의 운명을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많은 인재풀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또 국민들이 보는 판단 기준이 있기 때문에 민주적 절차와 공개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당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것이 박 대표에게도 좋다. 당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갈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분법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뉴라이트 주목! "M&A가 어떻게 될지 방법은 여러가지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중도보수로 알려져 있는데 본인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보수다. 보수는 지킬 건 지키고 버릴 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는 급격한 변화를 꺼려한다. 극단을 피하고 균형과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나라에 이익이 되는가를 본다. 부시의 경우 2000년 선거와 2004년 선거가 다르다. 2004년 선거는 사실 부시가 이긴 것이 아니라 고어가 진 것이다. 고어의 장점인 환경을 전부 제끼고 약한 부분 강조하다 보니 졌다. 부시는 보수 입장 취하면서 유연성 있는 접근을 했다. 교육 관심 많은 어머니들에게 어필하는 정책 많이 내놨다. 단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연하게 자신을 구부린 것이다. 우리가 배울 점이라고 본다."

- 한나라당이 '뉴라이트'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했던데.
"당연하다. 보수가 제대로 고민을 안 했기 때문에 그런 운동이 나오는 거다. 한나라당의 당 대표가 바뀌고 당헌·당규를 다시 썼지만 변하지 않았다. 문화와 사람, 구조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것이 충분히 따라와 주지 못했다. 미국의 경우도 보수의 도덕성이 떨어지고 국민이 배신감을 느끼면서 신보수운동이 일어났다. '미국은 우리가 이끈다'라며 지식인, 사회시민단체 결합해서 사회적 보수운동 일어났다.

21세기 한국 상황과 70년대 미국 상황이 너무 똑같다. 뉴라이트 세력은 한나라당으로 안 된다, 진정한 보수를 만들자라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들의 출현이 반가웠다. 김진홍 목사, 신지호 박사, 이석연 변호사 등을 만나서 개인적으로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제대로 기능했으면 뉴라이트세력을 흡수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위기 의식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한나라당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뉴라이트와의 적극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나.
"M&A(합병인수)가 어떻게 될지 여러 방법 있다. 보수가 새로워지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 목표다. 큰 정치를 하기 위해서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 정계개편 얘기가 솔솔 나오는데 민주당·자민련과의 연정 혹은 열린우리당 중도파와의 연합 등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단지 정치 공학적 차원이 아니고 국민 나라를 위해 당을 합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계기와 시점이 있다."

- 소장파는 지역연합(민주당·자민련과의 연정)에 대해서는 선을 긋던데.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같은 목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당(적)을 바꾸거나 탈당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 당 해체에는 반대한다는 뜻인가.
"당이 발전적으로 달라지기 위해 탈바꿈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합당 문제도 가능성 열어두고 이야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같은 신념과 생각을 가진 결합인지, 정치 공학적 차원에서 생존하기 위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다른 당 의원들하고도 이야기 많이 한다. 초당적 외교 위해 해외 나가면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환하게 되는데 '그 당 왜 갔어' '돌아와' 이런 얘기도 오간다.(웃음)"

- 당 개혁의 유효기간을 언제로 보나.
"앞으로 6개월이 결정적인 고비다."

- 연찬회 앞두고 각 계파간 입장 정리를 위해 움직임이 활발한데, '푸른모임'은 어떤 결론을 냈나.
"한마디로 '행동'으로 들어가자는 것이다. 우선 민생현장이나 안보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방문하고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주장을 소신 있게 펼칠 것이다. 예를 들어 임태희 의원은 얼마 전에 남도순례를 하면서 충청·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어떻게 나갈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하더라.

또 나경원 의원은 장애인 등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다. 김충환 의원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한나라당이 과연 노력한 것이 있는가를 물을 것이다. 나는 진보적 이슈를 선점하자는 주장을 펼 것이다. 진보적 이슈에 대해 얼마든지 보수적인 시각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각자 칼을 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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