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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원에서 개최된 2005 사이버 의병 겨울캠프.
국학원에서 개최된 2005 사이버 의병 겨울캠프. ⓒ 고구려지킴이
캠프가 열린다는 국학원(원장 장준봉)을 찾았다. 천안 시내에는 눈을 찾아볼 순 없었지만, 독립기념관이 위치한 흑성산 반대편에 자리잡은 국학원은 아직 눈이 그대로 남아있어 겨울이 물씬 느껴졌다.

작년 고구려지킴이운동의 주역 단체로도 널리 알려진 국학원은, 한민족 고유의 정신과 철학, 역사, 문화를 연구하는 국학연구교육기관으로 현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름에 익숙지 않은 이들은 서로 아이디와 얼굴을 대응시켜가며 반가운 인사들을 나누었다. 운영자인 'Ψ달콩사탕'을 비롯, 천지화랑, 절풍, 동해의 얼, 아사검, 웅녀공주' 등 아이디도 역사의식이 물씬 느껴지는 사이버전사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어린 아이부터 중학생, 고교생, 대학생, 직장인들에 이르기까지 면면도 다양했다. 제천에서 올라왔다는 'Ψ천지화랑'은 이제 고3이 되는 수험생이라고 했다.

지킴이들을 환영하는 국학원 장준봉 원장(왼쪽). 금새 하나되는 사이버 의병들(오른쪽)
지킴이들을 환영하는 국학원 장준봉 원장(왼쪽). 금새 하나되는 사이버 의병들(오른쪽) ⓒ 고구려지킴이
운영진급들만 모여 30여명이 채 안 돼는 인원이었지만 이들을 환영하러 직접 국학원의 장준봉 원장님이 나오신 걸 보고 다소 놀랐다. 그 기우는 이들의 그간의 활동상을 담은 파노라마를 보며 일순간 사라졌지만.

이들은 정말 금세 가까워졌다. 처음본다는 어색함보다는 현실에서 만난 오랜지기처럼 그들은 서로 부둥켜 안으며 노래와 춤으로 즐거워했고, 추운 운동장에서 눈싸움을 하며 하나가 되었다. 매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는 <국학강좌>를 통해 만난 이들도 있었다고 했지만, 대부분 온라인상으로만 만난 네티즌들. 온라인상의 교류 이상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이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꿈' 아닐까.

사이버공간이 현실 속에 그대로 녹아나는 그 현장.. 함께 공유한 것이 있었기 때문일까
사이버공간이 현실 속에 그대로 녹아나는 그 현장.. 함께 공유한 것이 있었기 때문일까 ⓒ 고구려지킴이
다음날 국내 유일의 상고사(上古史)전시관을 갖추고 있다는 '국학원 전시관'을 관람했다. 이곳은 흑성산 반대편에 위치해 있는 독립기념관과 인근 유관순기념관 등 역사탐방코스로도 널리 알려져있는 곳.

관람하는 사이버의병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카페에서 역사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 이들이지만 우리의 상고사에 대한 전시관을 본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

천·지·인 3개로 구성된 상고사 전시관은 강단 학계에서 일부 인정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식민사관에 기반한 우리의 역사학계가 중국의 동북공정을 불러온데 한몫을 했으며, 현재 중국 등 많은 사서와 고고학의 발굴로 인해 고조선의 실체에 대한 부분은 더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는만큼 이러한 전시관은 무척이나 의미있게 다가왔다.

고구려의 전통무예를 배우며 선조들의 기상을 체험하는 사이버의병들
고구려의 전통무예를 배우며 선조들의 기상을 체험하는 사이버의병들 ⓒ 고구려지킴이
전시관 관람 후, 과거 고구려의 전사들이 했다는 고구려무예를 직접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고 난이도 동작에 땀방울이 뚝뚝 흘렀지만 형형히 빛나는 눈빛으로 지도하는 사범도 신이 났는지 더욱 강하게 몰아붙이는 바람에 무척이나 힘들면서도 뿌듯함을 느끼는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만연했다.

캠프는 국학강좌로 이어졌다. 강사로 나온 분은 세계역사문화연구소 이형래 소장. 뉴스메이커에 작년 9월부터 연재되고있는 '국학이야기'라는 고정칼럼을 게재하시는 분이라 눈이 번뜩였다. 캠프주최측이 기울인 마음이 물씬 배어났기에 더없이 뜻깊은 강연이었다.

이형래 세계역사문화연구소 소장님께서 강연하시는 모습
이형래 세계역사문화연구소 소장님께서 강연하시는 모습 ⓒ 고구려지킴이
이형래 소장은 초등학생, 중학생 등 어린 친구들을 보며 연신 흐뭇해 하시며 "우리는 누구인가? 한민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혹여나 어린 사이버 의병들이 이해를 못할까봐 강의 중 자주 물어보기도 했지만 어린 친구들의 똑똑한 대답에 흥겨워하시며 강연은 한민족의 원형 속으로 깊어만갔다.

이형래 소장은 "고조선의 개국이념인 홍익인간정신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하늘, 땅 모든 자연을 대상으로 한다. 홍익이란 천, 지, 인 모두를 윤리적 대상으로 여기는 마음이며 그것을 행하는 것이다"라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홍익의 뜻을 강조하였다.

사이버 의병들의 순수한 열정과 뜻 깊은 강연은 추운 겨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캠프는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백범 김구 등 우리 역사 속에 면면히 이어온 애국지사를 되돌아보고 그 분들의 어록을 직접 읽으며 역사 속의 주인공이 스스로 되어보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Ψ웅녀공주'란 지킴이가 "윤봉길의사의 어록과 그 삶을 보고서 그 분은 24살의 나이에 나라를 위해 할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에 감사하며 의로운 죽음을 선택하셨는데.. 나는 지금 무얼하고 있는가.."라며 남긴 후기는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밤이 깊어가는 새벽녘.. 타들어가는 불꽃을 바라보는 이들의 가슴 속에는 어떤 것이.
밤이 깊어가는 새벽녘.. 타들어가는 불꽃을 바라보는 이들의 가슴 속에는 어떤 것이. ⓒ 고구려지킴이
캠프는 자정 넘어까지 계속되었고, 차디찬 겨울날씨였지만 야외에서의 캠프파이어로 그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서로 추위를 녹이고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시간은 따스했고 아름다웠다. 그들이 걷는 발걸음에 일부에서 즉흥적이고 감정적 행동이라며 우려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건 국제적감각과 역사 지식이 아니라 우리 것을 지켜가겠다는 순수함과 열정 아닐까.

아름다운 꿈을 순수하게 펼쳐나갈 수 있는 사이버 의병들.
이들에게 그 울타리를 제공해 주는 곳.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나게 되어 캠프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국학원을 떠나는 발걸음은 더없이 상쾌했다. 이들이 아름다워 보였던건 우리 모두가 어릴적 품었을 순수했던 '꿈'을 가졌기 때문일까.

2005년 이들은 어떠한 꿈을 갖고 또 힘찬 발걸음을 옮길까..
2005년 이들은 어떠한 꿈을 갖고 또 힘찬 발걸음을 옮길까.. ⓒ 고구려지킴이

덧붙이는 글 | [고구려를 지키는 사이버의병] http://cafe.daum.net/Goguryeogu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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