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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 93일째로 접어든 지율스님이 가족들과 연락조차 끊은 채 모처에서 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율스님 어머니 임옥달씨가 27일 청와대 앞에서 "딸을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대통령도 자식 키우지 않는가. (경찰이) 죽이려고 찾아다니나, 살리려고 찾아다니나."

단식 93일째로 접어든 지율스님이 가족들과 연락조차 끊은 채 모처에서 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율스님 어머니 임옥달(71)씨가 "딸을 살려달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임씨는 27일 낮 12시 청와대 부근 '효자동 사랑방'(구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 앞 분수대에서 "얘가 죽으면 나도 청와대 앞에서 죽겠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딸의 구명을 당부했다.

이 곳은 지율스님 동생 조경자씨가 지난 15일부터 천성산과 생명평화을 살리기 위한 '도롱뇽 종이접기' 1인시위를 하고 있는 곳이다. 임씨는 셋째 딸 조씨 옆에 쪼그리고 앉아 "딸을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조씨에 따르면 어머니 임씨는 평소 청심환을 항상 가지고 다닐 정도로 혈압이 좋지 않은 상태이다. 조씨는 또 "지율스님도 그동안 계속된 무리한 단식으로 신장에 이상이 와서 얼굴이 붓고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전했다.

어머니 임씨는 혹시나 저녁에 전화가 걸려오면 "딸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했다. 서울 상도동 장승백이 근처에서 막내아들과 둘이 살고 있는 임씨는 "구멍가게를 가더라도 24시간 경찰이 붙어다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한다.

"둘째 딸(지율스님)이 그렇게 오래 단식하고, 셋째 딸(조씨)이 1인시위를 해도 아무도 나와주지 않는 것을 보면 죽으라고 놔두는 모양"이라고 토로한 임씨는 지율스님을 향해 "어디에 있든 제발 살아만 다오"라며 눈물을 흘렸다.

다음은 임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지율스님과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다. 얼굴이라도 봤으면... 통의동 모처에 있을 당시에도 연락을 하지못했다. 만약 딸이 잘못되면 청와대 앞에서... 지율스님이 어디 있는지 (경찰이) 왜 그렇게 찾아다니는지 모르겠다. 죽이려고 찾아다니는 건지, 살리려고 찾아다니는 건지 묻고 싶다."

- 지율스님이 단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언제 알게 됐나.
"처음에는 모르고 있었다. 지난해 동생(경자씨)한테 듣고, TV 등을 보고 자세히 알게 됐다. 너무 놀랐다."

- 경찰이 가족들을 24시간 쫓아다닌다는데.
"경찰차 두 대가 항상 지키고 서 있다. 오늘 이곳으로 택시 타고 오는데도 쫓아오더라. 구멍가게를 가더라도 항상 붙어 다녀서 정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뭐라고 했더니 '도둑은 안들 것 아니냐'더라. 이것이 할 소린가."

- 평소 건강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이렇게 직접 나오기까지 어렵지 않았나.
"혈압상태가 좋지 않아 항상 약을 준비하고 다닌다. 그렇지만 딸이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이 처음부터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도 약속을 어기는데 누가 약속을 지키겠는가. 대통령과 정부가 결국 내 딸을 죽게 만드는가."

"대통령도 어기는데 누가 약속을 지키겠는가"

- 지율스님 건강상태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말리고 싶은 적은 없었나.
"지난해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할 때도 너무 마르고 불쌍한 모습이어서 '하지 말라'고 말렸다. 그러나 워낙 뜻이 강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 평소 지율스님은 어떤 딸이었나.
"딸 셋, 아들 셋 6남매 중 둘째다. 착하고 온순한 성격이다. 고아원 등에 가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미술 솜씨가 뛰어나다. 집에 가면 직접 만든 병풍도 있다. 애들은(6남매) 다 착하고 바르게 자라서 파출소 한번 가보지 않았다.

▲ 단식 93일째로 접어든 지율스님이 가족들과 연락조차 끊은 채 모처에서 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율스님 어머니 임옥달씨가 27일 청와대 앞에서 "딸을 살려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딸(지율스님)이 중대부고를 졸업하고 공부하러 가겠다며 6개월간 오대산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착실히 대학 공부하는 줄 알았는데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돌아올 줄이야... 속상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제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라'고 했지만 워낙 뜻이 강했고 나중에 "엄마 저는 없는 셈 치세요"라고 하더라. 스님이 되고 연락을 주고받곤 했지만 나중에 갑자기 TV 등에 딸이 나와 깜짝 놀랐다."

- 천성산 터널공사와 관련해 자세히 알고 있나.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략 들어서 알고 있다. 공사를 중단했다가 이제는 다시 시작한다더라."

- 노무현 대통령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딸을 살려달라는 것 밖에는... 대통령도 자식 키우지 않느냐. 제발 살려달라. 엎드려 죽는 시늉이라도 하라면 백 번이라도 하겠다. 죽으라고 놔두는 것이냐. 그리고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켜달라. 혹시 스님과의 약속이라서 무시하는 건 아닌가."

- 지율스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디 가든 살아만 있어다오. 엄마를 생각해서 죽지만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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