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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에서는 제5차 세계사회포럼이 공식 개막됐다. 등록을 기다리는 참가자들. 사무국은 이번 행사에 약 10만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26일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에서는 제5차 세계사회포럼이 공식 개막됐다. 등록을 기다리는 참가자들. 사무국은 이번 행사에 약 10만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기사대체 : 26일 낮 12시]

'또 다른 세계(Another World)'를 꿈꾸는 활동가들이 1년만에 다시 모였다.

26일 낮 2시(현지시각 - 한국 26일 새벽 1시), 브라질 남부 도시 포르토 알레그레(Porto Alegre)는 전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시민들과 활동가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도시를 두르고 있는 리오 과이바(Rio Guaiba) 강변에는 벌써부터 크고 작은 텐트가 하얗게 줄지어 들어섰다.

이날 오후부터 2월 1일까지, 브라질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이곳에서는 스위스 '다보스포럼(WEF)'에 대항해 전세계 활동가들이 조직한 '세계사회포럼(WSF)'이 열릴 예정이다. 오후 6시께 참가자들이 집결, 포르토 알레그레 시내를 관통하는 개막행진을 벌이는 것으로 세계사회포럼은 7일간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대부분 반바지에 샌들... 가장행렬 등 자유로운 표현 '눈길'

26일 오전 세계사회포럼 사무국이 마련된 리오 과이바 강변의 옛 공장 건물과 주변에는 행사 참가 등록을 하기 위해 나선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언론사 기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게 됐다.

하루 전날 포르토 알레그레에 도착한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행사 내용이 담긴 일정표를 얻기 위해 수십미터씩 줄을 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참가자들이 계속 불어나 오후가 돼서는 참가 등록 부스 입구가 사람들로 막혀 자유롭게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였다.

이처럼 참가자들이 늘어나면서, 26일 오후 행사장인 리오 과이바 강변은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특히 포럼에 참가한 활동가들의 자유로운 복장과 곳곳에서 펼쳐지는 문화 공연 등으로 인해 세계사회포럼은 '진지한 전략회의'라기보다는 흥겨운 축제의 모습을 갖췄다.

한낮 더위가 30℃에 달하는 무더운 날씨 탓인지 참가자들은 대부분 반바지나 짧은 치마를 입고 샌달을 신었다. 아예 윗도리를 벗거나 맨발로 행사장을 누비는 외국 활동가들의 모습도 보였다. 일정표를 나눠 받은 참가자들은 나무 그늘이나 건물 안 복도 아무곳에서나 눌러 앉아 자신이 참가하고 싶은 회의 일정을 꼼꼼하게 체크하거나 행사장을 돌며 축제를 즐기기도 했다.

인도에서 온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타악기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뒤의 플래카드에는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고 씌어 있다.
인도에서 온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타악기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뒤의 플래카드에는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고 씌어 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데는 행사장 주변 풍경과 경관도 한몫을 했다. 녹색 숲으로 둘러싸인 강변 곳곳에서는 소규모 악단이 브라질 전통 음악을 연주하거나 인도 타악기 시범 등 공연을 펼쳐 활동가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또 행사장 주변으로 히피 복장을 한 각국의 젊은이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 등을 들고 나와 팔면서 작은 시장을 만들었다.

세계사회포럼 개막의 열기는 오후 6시께 개막행진이 시작되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날 행진에서 수만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들이 속한 단체의 깃발을 들거나 붉은색, 녹색 등 원색의 천을 흔들며 하나의 물결을 이뤘다. 개막행진 대열속에는 아프리카 원주민 복장 등을 가장행렬을 준비한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저녁 7시30분께 개막 행진이 끝나면서 참가자 등록과 일정 점검 등 세계사회포럼 첫날 행사도 공식적으로 마무리됐다.

매일 수십개 회의 동시에 열려... 한국 시민단체 '정신대' 문제 부각

26일 개막된 세계사회포럼은 정해진 일정이 있지만, 참가자들의 제한은 없는게 특징이다. 또 7일간의 일정 동안 행사장 곳곳에서 수십개의 회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어떤 회의에든 들어갈 수 있다.

세계사회포럼 사무국은 올해부터 조직적으로 참가 신청을 하지 않은 개인에게도 포럼의 문을 개방했다. 아울러 행사장도 일반 건물의 회의실이 아닌 리오 과이바 강변 야외로 잡아 출입의 제한이 없도록 배려했다.

포럼 기간 동안 열리는 모임이나 회의의 주제, 성격도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은 ▲다양성, 다수와 정체성의 보호 ▲정의와 평등한 세상을 위한 인권과 존엄성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민중을 위한, 민중에 의한 경제 주권 ▲평화, 비군사화와 반전투쟁, 자유무역반대, 외채 반대 투쟁 등 모두 11개의 핵심주제를 권역별로 나눴으며, 그 아래 세계 각국의 사회단체가 준비한 회의와 토론이 개최된다.

26일 오후 개막행진에 참가한 사회포럼 참석자들.
26일 오후 개막행진에 참가한 사회포럼 참석자들. ⓒ 민중의 소리 임은경
26일 세계사회포럼 사무국이 마련한 게시판에는 행사 시작 전부터 영어와 불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로 된 갖가지 포스터와 안내문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행사장 곳곳에서도 플래카드와 각국 조직의 깃발이 들어섰다. 포스터나 플래카드가 담고 있는 내용은 제3세계 인권, 비폭력이나 반테러리즘 등 전지구적 문제에서부터 각국의 정치적 현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양대 노총, 사회진보연대, 다함께 등 활동가 150여명이 참석해 일제강점하 정신대 문제와 한-일 FTA 저지의 정당성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또 28일에는 아시아지역 시민단체들이 모여 'WSF 2005 반전·반세계화 아시아 민중 사회운동 회의'를 개최한다.

한편, 그 동안 세계사회포럼은 이처럼 수많은 주제들이 동시에 다뤄졌기 때문에 "논의만 있고 행동은 없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올해 세계사회포럼은 수많은 주제들을 어떻게 행동으로 연결시켜 각 지역별·국가별로 동시다발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는 문구를 모토로 지난 2001년 시작된 세계사회포럼은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고 있다. 작년 한해(인도 뭄바이)만 제외하고는 모두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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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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